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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한적한 여유로움의 풍경 ‘부산 최동단’ 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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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도시인 듯, 시골인 듯
 
 
아난티 코브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해동 용궁사가 바로 보인다. 바닷가 기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해동 용궁사.
 
아난티 코브의 핵심시설인 이터널 저니는 전체적으로 무게감 있는 오크 색으로 마감된 500여 평의 서점이다.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유럽 어느 왕궁의 서가 같은 분위기다.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지 않고 바닷가 풍경을 눈과 가슴에 담고 싶다면 부산힐튼호텔 1층 로비로 가면 된다.
며칠 전만 해도 기온이 훌쩍 뛰어오르며 포근한 봄날인가 싶더니 다시 거센 북풍이 기승을 부린다. 절기가 대한(大寒)을 지나면서 겨울의 절정을 넘어섰음을 알리지만 끝은 아직 멀었나 보다. 엄청난 한파에 아무리 옷을 여며도 몸이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삼한사온(三寒四溫`사흘간 춥고 나흘간 따뜻한 대륙성 기후의 특징)은 이제 옛말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의 겨울 날씨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강추위가 일주일 이상 이어지기도, 영상 10도에 육박하는 초봄 날씨를 보이기도 하는 등 단 하룻밤 사이 10도 이상 기온이 오르내리며 널을 뛴다.

미세먼지 걷힌 파란 하늘이 반갑긴 하지만 맹렬한 기세로 덤벼드는 칼바람에 역시나 바깥 활동을 하긴 힘든 날이다. 이럴 때는 실내에서 따뜻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아나서는 것이 제일이다.

부산의 가장 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기장은 요즘 가장 ‘핫’한 여행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예전부터 기장 미역과 멸치,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 풍광으로 알려진 곳이긴 하지만 지난해 대형 호텔 타운이 자리 잡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부터 맛집, 관광, 쇼핑까지 한데 어우러져 각자 취향에 맞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기장군은 부산이지만 부산답지 않은 한적한 시골 바닷가의 정취를 갖춘 곳이다. 하늘로 쭉쭉 뻗은 고층빌딩이 늘어선 해운대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번잡하지 않은 여유로움이 풍경 곳곳에 묻어난다.

◆책과 함께하는 끝없는 여행

기장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들어선 대규모 휴양 리조트 ‘아난티 코브’는 숙박뿐 아니라 다양한 시설들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힐링 스폿’으로 인기가 높다. 굳이 하룻밤을 묵지 않아도 해변 풍경을 즐기며 여유로운 하루를 즐기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췄다.

이곳의 가장 매력적인 시설은 서점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다. 인기로 봐도, 리조트 내 위치로 봐도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터널 저니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수도 있고, 상점가인 아난티 타운에서 곧장 이어진 출입구를 이용할 수도 있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점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드넓은 공간에 탄성을 한 번 터뜨리고, 우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무게감 있는 오크 색으로 마감된 500여 평의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유럽 어느 왕궁의 서가 같은 분위기다. 빽빽하게 책이 꽂힌 흔한 서점이 아니라, 여유가 넘친다. 2만 권의 책 상당수는 겉표지가 앞으로 오도록 널찍하게 진열돼 있으며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서 검색대도 없다. 커피 향이 그윽하게 묻어나 한가롭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여행에서부터 인물, 바다, 환경, 작업실, 책을 위한 책 등 50여 가지가 넘는 색깔별, 주제별 분류도 특색 있다.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팬시용품이나, 디자인 문구, 인테리어 소품 매장이 자리 잡고 있어 한층 더 정감 있고 어여쁜 분위기를 더한다.

이곳은 ‘끝없는 여행’이라는 이름처럼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의 여행공간’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는 처세, 재테크, 자기 계발 등 ‘뭔가를 하라’고 종용하는 책이 없다. 일상의 쉼표를 찍기를 원하는 사람, 취향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공간이다. 주말에는 북 토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달 27일에는 과학자 김창욱, 다음 달 10일에는 부산일보 박종호 기자의 강연이 마련돼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즐길 곳이 서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점 문만 나서면 레스토랑`카페`펍`애견호텔`유아 의류 브랜드숍 등 15개 상점이 입점해 있는 아난티 타운이다. 이 중 어른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다. 1938년 문을 연 로마 3대 커피로 불리는 커피숍으로 우리나라에는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 전동차를 판매`대여하는 ‘디트로네’는 동심을 저격한다. 어린이용 자동차 뒤에 어른이 탈 수 있는 전동 휠을 붙인 것으로, 한 대 가격이 300만~4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장난감이지만 이곳에서는 렌털을 통해 체험해볼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곳의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1.5㎞에 달하는 긴 해안 산책로와 정원이지만, 너무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지 않고 바닷가 풍경을 눈과 가슴에 담고 싶다면 힐튼호텔 1층 로비, 혹은 10층 맥퀸즈 라운지로 가면 된다. 누구나 라운지에 앉아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휴식처로, 뉘엿뉘엿 해가 넘어갈 무렵 맥퀸즈 라운지에서 커피 혹은 칵테일 한잔을 즐겨도 좋다. 그 외에도 호텔과 아난티 타운을 연결하는 통로 곳곳에는 카메라에 절로 손이 가는 포토존이 다양하다.

◆명소 즐비한 기장, 입맛대로 즐긴다

아난티 코브에서는 인근 해동 용궁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차로 5분 남짓 거리다. 보통 사찰은 산속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지만, 이곳의 법당은 바닷가 절벽과 바로 붙어 있다. 쉴 새 없이 들이치는 파도 앞에서도 평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용궁사는 바다와 용, 관세음보살이 조화를 이루는 절이다. 아난티 코브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바로 해동 용궁사다.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는 해동 용궁사는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觀音聖地) 중 하나로, 고려 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 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완전 소실돼 1930년 중창했고, 이후 1974년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워낙 관광객이 많아 번잡한 느낌이 있지만, 탁 트인 바다와 접해있는 사찰의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며 마치 실제 용궁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너무 실내에만 있어 갑갑할 때 잠시 산책할 수 있는 곳으로 제격이다. 바다에 접해 있는 대웅보전과 함께 법당으로 내려가는 108장수계단, 사람들의 손때로 배와 코가 새카맣게 된 득남불, 바다를 향해 있는 진신사리 탑과 해수관음대불, 일주문으로 들어서기 전 늘어서 있는 십이지신상 등 제법 볼거리가 쏠쏠하다. 주차장에서 용궁사로 가는 길에 자리 잡은 사하촌에서 꼬치, 어묵, 칡즙 등 각종 주전부리를 맛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용궁사 인근에는 국립부산과학관과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관이 인접해 있다. 자녀와 함께하는 나들이라면 꼭 들러보면 좋을 곳이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자동차, 항공우주, 선박, 에너지, 방사선의학을 테마로 하는 상설전시관과 천체관측소, 천체투영관 등을 갖추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관(051-720-3061)에선 해양수산과학과 관련된 교육, 체험을 즐길 수 있고 수족관과 전망대 등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해안 산책로는 용궁사와 바로 연결된다.

쇼핑을 즐기거나, 어린 아이가 뛰어놀 놀이터가 필요하다면 인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으로 향하면 된다. 바닷가에 위치한 아울렛인 만큼 그리스 산토리니 마을을 모티브로한 하얀 벽과 파란 지붕이 인상적이다. 도심 속 휴양기능을 갖춘 힐링 공간을 표방한 이곳에는 쇼핑매장 외에도 로즈가든, 옥상공원, 키즈카페 등 다양한 휴게시설이 갖춰져 있어 어린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다.

TIP

▶최근 기장을 여행하는 이들이 늘면서 ‘기장 해안로’의 교통체증이 상당하다. 주말에 방문할 경우는 서둘러 움직이거나, 아예 오후 시간이 좋다. 대구에서 간다면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대동분기점까지 간 뒤, 밀양 방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부산외곽순환도로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자동차가 없다면 부산시티투어버스 블루라인과 옐로라인을 이용하면 된다. 블루라인을 이용하면 해동 용궁사까지 갈 수 있다. 이곳에서 옐로라인으로 갈아타면 해동 용궁사→아난티 코브→죽도(연화리)→대변항`멸치테마광장→기장시장으로 이어지는 기장의 명소를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다. 특히 옐로라인은 2층 오픈탑버스로 운영돼 기장의 수려한 해안 풍광을 돌아보기 좋다. 관광객들은 티켓 한 장 구매로 온종일 부산시티투어 4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성인 1만1천원, 소인 8천원이다.

▶기장 대변항은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100곳 중 하나다. 봄이면 어부들의 멸치 터는 장단이 노래처럼 울려 퍼지는 곳으로 멸치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고 미역 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항구 초입부터 끝까지 즐비하게 서 있는 가게에 가면 멸치액젓, 말린 멸치, 죽도 인근에서 올린 양식과 자연산 미역, 오징어, 새우 등을 살 수 있다. 기장군의 또 하나의 명물인 곰장어, 붕장어(아나고)회 맛집도 즐비하다.

▶기장군은 독특한 등대로도 유명하다. 서암항에는 ‘젖병 등대’, 대변항에는 일명 로보트태권브이 혹은 마징가제트 등대로 불리는 ‘장승 등대’와 함께 2002년 한일월드컵과 우리나라의 4강 진출을 기념하기 위한 ‘월드컵 등대’가 있다. 또 기장군 북쪽 칠암항에서는 빨간색 ‘갈매기 등대’와 하얀색 ‘야구 등대’를 볼 수 있다.

▶기장읍 죽성리 두호항에는 ‘죽성성당’이 있다. 사실은 진짜 성당이 아니라 드라마 세트장이다.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성모마리아상까지 있기 때문에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그림 같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기장에는 임랑해수욕장, 시랑대, 소학대, 홍연폭포, 장안사 계곡, 일광해수욕장, 죽도, 달음산, 토암도자기공원 등의 볼거리가 있다.

한윤조 기자 cgdream@mns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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