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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77인과 경부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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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한국 보수 우파의 리더십은 선명했다. 빠른 성장을 위해 효율에 중점을 두고, 상명하복, 근면성실, 선공후사를 강조했다. 정책에 방해되는 목소리를 눌렀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면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여겼다. 경부고속도로(1968년 2월 1일~1970년 7월 7일) 건설 과정에서 77명이 희생된 것은 한 예다. 변변한 기술도, 자본도, 장비도 없는 상황에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나사도 못 만드는 나라가 무슨 제철소를 짓는단 말인가?’ 선진국들이 비웃었지만, 한국의 보수 우파는 제철소를 밀어붙였다. ‘고속도로를 달릴 자동차가 없는데, 고속도로가 왜 필요하냐’고 진보 야권에서 길바닥에 드러누워 반대했지만 보수 우파는 밀어붙였다.

자동차가 늘어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고속도를 닦아야 자동차가 늘어난다는 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철소를 만들어야 나라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신념으로 ‘나사부터’라는 단계를 무시했다.

격렬한 반대와 희생, 만 가지 욕을 먹으면서도 밀어붙였던 것은, 그래야 우리나라가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고, 한국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경제 성장과 인간 성장을 이루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것은 한국 보수 우파에게 주어져야 할 훈장이다.

그러나 지난 일이다. 77명이 희생되더라도 고속도로를 닦자는 리더십은 이제 동의를 얻지 못한다. 끼니를 잇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인 세대와 다이어트가 과제인 세대는 다른 세상을 본다. 아무리 ‘충심과 선의’에서 비롯된 정책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리더십은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가져온 에너지는 분노였다. 촛불이 단지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능 때문에 들고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촉매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촛불들은 빈부 격차와 취업난, 어두운 미래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 분노에 명분을 준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고, 그 분노를 활용한 것이 ‘진보 좌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제 퇴진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주된 기어였던 ‘상명하복’ ‘선공후사’ ‘효율을 위한 단계 무시’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자, 한 시대의 종말을 상징한다.

현재 한국 젊은이들 상당수는 개인의 희생을 통해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그 대가로 과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의 노력으로 더 나은 위치로 이동할 수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그런 시각은 비합리적이지만 작금의 또렷한 현상이다.

보수 우파가 다시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고자 한다면 ‘효율과 속도’가 아니라 ‘협력과 소통’에 주목해야 한다. 개인들에게 ‘불평하지 말고, 노력 좀 해라’고 충고해봐야 반감만 살 뿐이다.

지금까지 보수 우파의 리더십은 ‘수직적’이었다. 현명한 지도자, 혜안을 갖춘 리더가 비전을 제시하고, 대중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따르는 구조였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나라가 성장해야 개인도 성장한다는 것을 국민 다수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니다. 상대적 빈곤과 상대적 불행이 화두인 상황에서 ‘리더’의 혜안을 믿고 따르거나, 공동체를 위해 희생할 개인은 드물다. 그러니 보수 우파의 리더십은 선(先) 공동체에서, 선(先) 개인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동체보다 개인이 먼저 이익을 취하는 것을 비효율적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21세기는 민첩함과 개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전체가 함께 구르는 것보다, 개인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와 자기 속도로 달리는 것이 더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사람(개인)이 먼저’라고 해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사람이 스스로 돕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어야지, ‘이웃이 개인을 위로하는 데’ 방점을 찍어서는 안 된다. 그것마저 버릴 요량이라면, 보수 우파가 주류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 방식은 따사롭지만, 망하는 길이다.

조두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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