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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이야기) 대구 친일거두 '박짝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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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3 10:33:3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친일청산 문제로 뒤늦게 시끌벅적한 시대상을 보면서 대구사람들은 더러 목격했거나, 귀동냥으로 들은 ‘박짝때기’의 일화들을 떠올릴지 모를 일이다. ‘박짝때기’란 대구 출신의 친일거두인 박중양(朴重陽)의 별명이다.

지팡이나 막대기의 경상도식 표현이 ‘짝때기’이다. 근대화의 물을 먹은 ‘개화장이’들이 한때 서양 신사들을 흉내낸답시고 ‘개화장(開化杖)’을 짚고 다니며 으스대던 풍조가 있었다. 벼슬이 높아진 박중양도 중년 이후 이 개화장을 애용하며 뽐내고 다녀, 사람들이 비꼬는 뜻에서 가져다 붙인 별명이 ‘박짝때기’였다. 뒤따르는 하인 한 사람을 대동하고, ‘朴’이란 큰 글자가 쓰인 전용인력거를 타고 다니며 관가를 누비던 박짝때기였다. 그는 도지사나 고등법원장한테도 예사로 작대기를 겨누며 “기미 기다까”(자네 왔는가)했나 하면, 밉게 보인 순사쯤은 자기 집 사설 감방에 하루 이틀 가두어 두었다가 제복을 벗겨 내쫓기도 하는 등 특출한 일화를 남긴 인물이다.

1874년생인 박중양은 원래 경기도 양주(楊州)에서 태어났으나 1904년 대구군수로 부임하자, 대구의 풍물에 반해 원적(原籍)을 아예 대구로 삼고, 80평생을 대구에서 살다간 사람이다. 중인 출신으로 26세 때인 1900년, 한말의 관비유학생으로 동경에 유학, 청산(靑山)학원과 동경부기학교를 졸업한 신지식청년이었던 그는 임관 얼마 뒤 이등박문을 만나게 되면서 친일출세의 길을 달리게 된다. 대담하게도 스스로 ‘이등’을 찾아가, “조선엔 희망이 없어 미국유학이나 하고 싶으니 도와 달라” 했더니, “당신 같은 기백 있는 조선청년은 처음이다”며 주선해준 자리가 대구군수 감투였다는 것이다.

그가 “이등의 양자였다”는 소문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되었는데, 정작 그 자신은 “양자는 아니고 은사였지”함으로써, ‘이등’과의 밀접했던 관계를 간접으로 시인한 바 있었다. ‘은사’에 대한 보답에서인지 박중양은 친일을 초지일관의 신념으로 삼고, 권세와 영화가 보장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임금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대구성을 철거한 것도 그 일례였다. 이등박문의 비호로 오히려 평안남도 관찰사로 영전하게 되자, 일인들은 금시계를 증정하며 그의 ‘영단’을 두고두고 기렸다. 그의 후반생 은거지가 되었던 대구시 침산동의 침산(砧山·일명 박짝때기산·현 침산공원) 한 덩어리 전체도, 이때의 땅 투기로 거부가 된 일인들이 주선해 준 '사은품'의 성격이 짙다는 소문이었다.

이후 그는 두 번째 경북관찰사를 거쳐 충남도장관, 황해도지사, 충북도지사 등을 역임하고 1927년에는 총독부 중추원참의, 1943년에는 마침내 훈일등(勳一等)으로 서훈되며, 조선인으론 최고의 영직인 중추원 부의장에까지 오른다.

해방 후, ‘반민특위’가 활동할 당시 75세였던 그는 최고위직을 지낸 최고령자의 한 사람으로 체포되었다. 그러나 특위가 와해되면서 풀려나게 되자, 노령임을 핑계로 공공연히 친일긍정론을 펴 대구사람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한술 더 떠 83세의 고령임에도 일본 여자인 48세의 제2부인과 은거해 살던 1957년 10월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함태영 부통령의 젊은 시절에 관해 명예훼손 발언을 하는 바람에 검찰에 불려가야만 했다. “노망한 탓이니 한 번만 용서해 주소”하며 빈 끝에 무사할 수 있었으나, 일세의 친일거물 박중양으로서는 인생 말년의 이 퇴락한 시절이야말로 수즉다욕(壽則多辱)이자, 도타운 햇살(重陽)은커녕, 짙은 그늘(重陰)의 세월이었음이 분명했다.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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