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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한국영화계 한여름 시끌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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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1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스크린 독과점·촬영장 폭행 논란…‘충무로’ 이상 과열
 
 
영화 ‘군함도’
 
영화 ‘택시운전사’
 
김기덕 감독

# 영화 ‘군함도’

2,000여개 스크린 독점한 ‘군함도’

연출 혹평 더해져 관객 수 줄어들어

# 영화 ‘택시운전사’

1,800여개 스크린 차지 ‘택시운전사’

논란 없이 500만 돌파…천만 가능성

# 김기덕 감독

여배우 “김기덕 감독 폭행`모욕” 고소

“연기지도” 해명에 여성단체 반발

한국영화계가 갖가지 이슈로 시끌시끌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올해 첫 ‘천만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겨 상승세가 꺾였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군함도’ 못지않게 많은 수의 스크린을 차지하고도 아슬아슬하게 독과점 논란을 피해가며 놀라운 속도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예술영화 감독 김기덕은 한 여배우의 폭로로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4년 전 ‘뫼비우스’를 촬영하던 당시 여배우를 때리고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베드신을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김기덕 감독과 여배우 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군함도’, 독과점 논란으로 굴욕적인 성적  

7월 26일 개봉된 영화 ‘군함도’는 2주 차에 이르러 관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3주 차 주말을 보내더라도 간신히 700만 명을 쓸어모으는 수준에 그치거나 자칫하면 그만큼의 관객도 모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후발주자인 ‘택시운전사’가 극장가를 장악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어 ‘군함도’의 ‘천만 돌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22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라 700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들여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가 있는데 그마저도 억지로 턱걸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어쨌든 손익분기점에 근접할 정도의 관객을 모으긴 했고 IPTV나 해외 판매 등 극장 상영 외 유통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있어 금전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애초 손익분기점을 700만 명 수준으로 잡을 만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큰 기대를 걸었던 영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굴욕적인 성적표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안타까운 건 부진한 성적의 주된 원인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란 사실이다. ‘군함도’의 연출자 류승완 감독과 그의 아내이자 영화사 외유내강의 대표 강혜정은 독립영화 작업을 거쳐 충무로 메인 스트림으로 들어온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영화인이다. 꼼수 없이 정공법으로 현재의 위치에 올랐고 영화계의 각종 이슈에 대해 ‘바른말’을 하며 모범적인 영화인으로 불린 인물들이다. 이 때문에 ‘당신들마저’라는 비난이 더 거세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데뷔 당시를 잠시 떠올려보자.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결해 장편 형식을 갖추고 나서 극장에 내걸었던 류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는 참신하고 거침없는 만듦새로 화제가 됐던 영화다. 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했으며 직접 출연해 액션연기까지 펼쳤다. 당시에도 강혜정 현 외유내강 대표가 류 감독 옆에서 기획을 맡아 이 영화를 함께 만들었으며 류 감독의 친동생 류승범도 배우로 합류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계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스태프를 구성했으며 얼마 되지 않는 제작비로 힘들게 만들어낸 독립영화다.

발칙한 독립영화 한 편이 극장 상영의 기회를 얻어내며 충무로 메인 스트림까지 뒤흔들었고 이 작품의 흥행을 계기로 류승완과 강혜정은 상업영화를 만들 기회를 잡게 된다. 류승범 역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 전업 배우가 됐다. 어려운 성장기를 거치며 그럴싸한 대학 졸업장도 하나 없이 재능과 추진력을 기반으로 충무로에 안착하며 독립영화로 메인 스트림 진입을 노리는 후발주자들의 롤모델로 떠올랐다.

‘독립영화로 성공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 개봉 첫 주 무려 2천여 개의 스크린을 독점하면서 문제는 커졌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류승완-강혜정 두 부부영화인의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 현 한국영화계의 배급 시스템 안에서 제작사가 작품을 내놓은 뒤 스크린 수까지 조절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감독과 영화사 대표가 배급사에 ‘스크린 수를 줄여달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단번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배급을 업계 파워 1위 CJ가 맡은 상황이다. 아무리 업계에서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해도 이번 사태는 감독과 제작사 대표가 손을 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택시운전사’, 뜨거운 상승세

반면 ‘군함도’의 뒤를 이어 8월 2일 극장에 첫선을 보인 ‘택시운전사’는 1천800여 개의 스크린을 가져가고도 독과점 논란을 피해갔다. ‘군함도’와 불과 200여 개 차이라 독과점이란 말을 들을 법도 한데 운 좋게도 큰 문제로 떠오르지 않고 슬쩍 넘어가는 분위기다. 해당 이슈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겨 2주 차에 상승세가 뚝 꺾인 ‘군함도’와 달리 2주 차 초반에 벌써 관객 수 500만 명을 훌쩍 넘기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손익분기점까지 도달하는 데 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택시운전사’가 올해 첫 ‘천만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뛰어난 만듦새에도 감독 변성현이 SNS에 올린 글들이 문제가 돼 부정적인 이미지에 휩싸이면서 흥행에 참패했다.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하려면 텍스트뿐만 아니라 컨텍스트까지 철저히 관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례다. 과거 ‘디 워’처럼 만듦새에 대한 논란으로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거둬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경우도 있지만, ‘불한당’이나 ‘군함도’는 내용보다도 환경적 요인으로 관객과의 교감에 실패하면서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군함도’의 문제점을 텍스트 내에서 찾아보자면 지적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군함도’는 일본의 만행을 알려주리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친일 행각을 일삼는 한국인을 극 중 주적으로 배치했다.

소위 ‘국뽕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류승완 감독의 자존심이 발현된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더 참신한 시도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군함도’라는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는 연출로 ‘의도가 불분명하다’는 말을 듣기에도 충분했다. ‘택시운전사’의 경우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삼되 과거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와 달리 세련된 연출로 접근해 호평을 얻고 있다. 작위적인 연출이 눈에 띄었던 ‘화려한 휴가’에 비해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던 그 당시의 상황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담아내며 자연스럽게 관객과의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 또한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군함도’는 관객이 바라던 방향에서 다소 벗어난 감이 있다.

◆김기덕 감독, 여배우 폭행논란

해외 주요 영화제를 휩쓸며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영화 거장으로 이름을 알린 김기덕 감독은 최근 한 여배우의 폭로로 벼랑 끝에 서게 됐다. 지난달 26일 이 여배우는 김기덕 감독을 폭행-모욕-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뫼비우스’ 촬영 중 스태프들이 보는 앞에서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뺨을 때리고 폭언했으며 계획에 없던 장면의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주장이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김기덕 감독 측은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연기지도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영화인들과 여성단체가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를 만들어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문제가 더 커졌다. “배우의 감정이입을 위해 실제로 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없다”며 김기덕 측의 해명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김기덕을 고소한 여배우의 실체를 찾아내기 위한 누리꾼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4년이나 지나 이제야 해당 사건을 문제 삼는 이유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좋은 영화, 또 예술을 위한다는 명목하에서 벌어지는 폭력 행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고소인의 목적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김기덕을 두둔하고 나서기도 했다. 현재로선 법정공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달해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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