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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청년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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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1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납치사건 목격한 경찰대생, 직접 해결나서다 좌충우돌
 

바보 코미디에 가까운 성장 영화

망가지는 미남 배우 박서준·강하늘

어설픈 청춘들 보는 재미도 쏠쏠해

‘택시운전사’, ‘군함도’, ‘덩케르크’ 등 비극적 실화에 기반을 둔 묵직한 영화들이 여름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지금, 방학 막바지를 안타깝게 부여잡는 학생 관객들의 마음을 가볍게 달래줄 코미디 영화가 선보인다. ‘청년경찰’은 형사 버디물이다. 영화는 청춘 관객들이 좋아할 캐스팅으로 젊은 층을 공략한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를 통해 로코의 얼굴로 상종가를 달리는 박서준, 그리고 ‘동주’와 ‘재심’으로 한국 영화를 이끌 무게감 있는 젊은 남자 배우로 떠오른 강하늘의 콤비 플레이가 기대감을 높인다.

형사 버디 영화는 ‘투캅스’나 ‘살인의 추억’처럼 범죄 수사에 노련한 베테랑 형사와 신참 형사의 티격태격 앙상블이 재미를 주는데, ‘청년경찰’은 진짜 경찰이 아니라 경찰을 꿈꾸는 경찰대생 버디가 등장한다는 점이 색다르다. 영화는 형사 버디물보다는 ‘덤 앤 더머’류의 좌충우돌 바보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것에 어설픈 청춘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영화이다.

의욕 충만 기준(박서준)과 이론 백 단 희열(강하늘)은 경찰대생이다. 둘도 없는 친구인 두 사람은 외출을 나왔다가 우연히 납치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기준과 희열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 바로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부족한 증거로 수사는 전혀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자, 두 친구는 직접 사건을 해결하고자 나선다.

누가 더 낫다거나 못하다고 할 수 없이 거기서 거기인 동갑내기 두 주인공이 경찰대에 입학한 이유는 직업적 소명 의식이나 꿈이 아니라 지금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기준은 돈 없는 미혼모 엄마를 생각해서 전액 장학금 때문에, 과학고를 졸업한 희열은 이공계 명문대에 입학하는 친구들과 달라지고 싶은 이유 때문에 경찰대에 입학했다. 경찰관이라는 안정적인 미래의 직업을 누구나 선망하지만, 실상은 청록색 유니폼에 똑같이 맞추어진 외모에 지루해하고, 뛰고 구르고 복종하는 훈련에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청춘이 처량하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공무원’과 ‘정규직’을 말하며 적성과 소질을 들먹이는 것이 사치인 것처럼 되어버린 우리네 세태라 씁쓸하다.

과학범죄 수사나 사회정의에 대해 말하지 않는 솔직한 경찰대생의 좌충우돌은 웃기지만 현실을 풍자적으로 반영한다. 기준과 희열 같은 청춘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는 사회의 어두운 곳을 차지하는 청춘들이 있다. 어느 날 기준과 희열은 거리에서 젊은 여성 납치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그녀가 누구인지 추적하다가 가족 해체와 생존 문제 때문에 10대 여성들이 각종 방에서 돈을 벌고, 가출팸(가출한 청소년들이 모여 가족처럼 함께 거주하거나 몰려다니는 것) 생활을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초중반부 영화의 풋풋한 웃음은 도시 공간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며, 장래 경찰이 될 젊은이들이 점점 단련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로 전환된다. 순수한 청년의 에너지가 부정한 것과 맞닥뜨려졌을 때, 우여곡절을 거치며 기발한 방법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은 통쾌한 감정을 선사한다. 온갖 말도 안 되는 관행으로 찌들어 있는 기성 관료조직의 태만함을 지적하는 것도 쾌감의 한 요인이 된다.

먹는 것만 좋아하고 의욕만 있는 루저형 캐릭터 기준과 이론으로 무장했지만 현실감각은 없는 너드형 캐릭터 희열을 연기하는 박서준과 강하늘의 파트너십이 잘 이루어져 있는데다, 길쭉한 미남들이 못생긴 양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최근 투 톱 남자배우들이 등장하는 한국 주류영화들이 보여주는 문제점이 쉽게 드러난다. 별 볼일 없던 남자들의 멋진 성장을 위해 여성 캐릭터들이 소모된다. 우는 가출소녀와 가족 해체 때문에 성매매로 빠진 여성을 구하는 멋진 남성이라는 스테레오타입화된 젠더 인식이 영화를 평범하게 만들어버린다.

또한, 도시의 범죄 공간을 색다른 시각 이미지로 담아내고자 다문화 공간으로 들어가 외국인들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문제도 있다.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구색 맞추기를 넘어 마초 문화가 장악하고 있는 남성들의 세계에 즐거운 균열을 일으키는 존재로 등장하거나, 동정심을 유발하는 존재 혹은 악인으로서의 외국인을 넘어서는 다채로운 외국인 묘사에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 소재의 다양성으로 화려해진 한국 영화가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정민아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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