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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통신] 청와대와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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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1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오늘의 삼성이 있기까지 모든 임직원, 많은 선배님의 피땀이 없이는 안 됐을 것입니다. 창업자인 선대 회장님….”

지난 7일 오후 3시 30분을 향해가던 시각,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311호 법정.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433억여원의 뇌물을 약속하고 이 가운데 298억여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후진술을 하던 중 ‘선대 회장님’이란 말을 꺼냈다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울먹였다. 그는 삼성의 창업주이자 자신의 할아버지인 호암(湖巖) 이병철(1910~1987)의 얼굴을 떠올렸을 터.

사람들은 ‘돈병철’이란 단어를 쓰며 부자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성공의 아이콘으로 호암을 사용한다. 이 부회장 역시 할아버지와 성공이란 단어를 등호로 연결할 것이다.

하지만 호암은 여러번 ‘쫄딱’ 망할 만큼 큰 시련이 많았다. 호암은 26세 때인 1936년 봄 마산에서 정미소를 창업해 성공을 거두면서 660만㎡(200만 평)에 이르는 땅을 거느린 대지주가 된다. 하지만 이듬해 중일전쟁의 발발로 토지가격이 폭락하고 은행 대출 회수가 들어오면서 거의 모든 재산을 처분해야 했다. 남은 돈을 모두 그러모아 1937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창업, 무역업`국수제조업`양조업 등으로 다시 한 번 큰돈을 벌고 서울 진출도 성공하지만 6`25전쟁은 호암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피란민이 폭증한 대구에 ‘전쟁 호황’이 찾아온 덕분에 양조장 금고에 큰돈이 쌓이면서 호암은 재기에 성공, 이를 밑천으로 삼성물산을 세운다. 이를 통해 호암은 오늘날 글로벌 삼성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두 번의 대실패를 겪은 뒤 삼수 끝에 삼성의 반석을 닦은 것이다.

‘인간의 지식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해 존 로크를 비롯한 경험주의 철학자들은 ‘경험’이라고 답했다. 불에 데인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데여서 아팠던 강력한 고통이 바로 경험이 되면서 지식으로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특검으로부터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그룹 후계자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감내하기 힘든 위기에 빠진 이재용 부회장. 대한민국 권력의 핵심이라는 청와대와의 거리를 멀찍이 떨어뜨리지 못했던 삼성의 ‘잘못된 판단’은 이 부회장에게 큰 충격파를 안겨줬다. 그러나 호암의 생을 돌아보면 위기 속에는 기회도 숨어 있었고, 충격적인 나쁜 경험이 많아질수록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지식도 쌓였다. 존 로크는 이를 철학적 이론으로 설명해냈다.

최경철 서울정경부장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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