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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3일(금) ㅣ
[2017 유럽 그랜드 아트 투어] <1>베이스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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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2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예술, 사람을 격려하다
 
레이첼 로즈 작 'Lake Valley'
 
코디최 작 '베네치안 랩소디'(용 형상 네온장식+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차용해 작가 스스로가 모델이 된 작품)
 
이완 시계 설치작품 '고유시간'
 
페트리트 할리라 작 '비록 저녁일지라도 당신은 무지개를 볼 수 있나요?'
2017년 여름, 유럽은 전 세계 미술계를 흥분시키는 그랜드투어 열기로 뜨겁다. 2년 주기의 ‘베니스 비엔날레’, 5년 주기의 ‘카셀 도큐멘타’, 10년 주기의 ‘뮌스트 조각프로젝트’가 동시에 열리는 미술계 그랜드슬램의 해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역에서도 10년 전보다 훨씬 많은 미술인, 화랑경영자, 미술애호가들이 그랜드투어 대열에 동참했다. 2007년에 이어 올해도 행사장들을 둘러보고 온 전시기획자 박소영 씨가 그 생생한 현장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글 싣는 순서

<1> 베니스 비엔날레

<2> 카셀 도큐멘타

<3> 뮌스트 조각프로젝트

<4> 새로운 미술관/새로운 전시

<1> 베니스 비엔날레

57회 베니스 비엔날레(5.13~11.26) 본 전시는 타이틀 '만세, 예술 만세'(Viva Arte Viva)가 말해주듯 예술과 예술가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불안한 현실에서 ‘개인적 표현,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예술과, 예술가를 향한 격려의 의미가 전시테마에 담겨 있다. ‘예술이야말로 인간성 회복을 위한 가장 필요한 장치’라는 총감독 크리스틴 마셀(파리 퐁피두센터 선임큐레이터)의 믿음은 자국이기주의가 극에 달한 요즈음, 인간성 회복이라는 희망적인 비전을 기대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의 의도가 제대로 구현되었는지에 대한 비평은 관람자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공원이란 뜻의 지아르디니 안에 위치한 중앙관과 19세기 선착장을 개조한 아르스날레, 이 두 곳에서 9개의 섹션으로 나눠 펼쳐진 본 전시에는 51개국 12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2015년 총감독 오쿠이 엔위저가 예민한 정치적`사회적 이슈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여성인 마셀은 정치적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담은 작품들보다는 토착문화나 수공예적 전통, 페미니즘 요소를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삼았다.

코소보 출신의 페트리트 할리라가 어머니와 함께 전통 패브릭을 이용해 만든 나방 형상들은 발칸반도의 전쟁과 망명의 아픔을 상징하고 있다. 또 강렬한 원색 천과 실 뭉치들이 천장에서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섬유미술가 실라 힉스의 작품도 그 대표적인 예다. 반면 중앙관 입구를 장식하는 천은 미국의 색면추상에 속하는 샘 길리암의 작품으로 순수 색채 추상의 미술사적 의미와 자유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샤먼 섹션에서는 후니쿠니(Huni Kuni)족이 아마존 숲에서 영적인 의식을 수행하는 장소인 ‘큐픽사와’(Cupixawa)를 재현한 에르네스토 네토의 작품이 관객의 관심을 받았다. 지구 섹션에서 프랑스 작가 미셀 블라지는 운동화에서 식물이 자라나는 설치작품으로 유기물질, 생명체의 변화를 통해 생명과 자연을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환희와 공포 섹션에서는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국제적으로 급부상한 미국작가 레이첼 로즈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토끼, 강아지, 여우가 혼종된 동물이 집을 떠나 만나게 되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몽환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같은 섹션에서 재미교포 작가 김성환은 흑인 소년과 아시아계 소녀의 사랑을 다루는 영상작품을 통해 아직도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잔잔한 톤으로 서술한다. 이수경은 전통 섹션에서 전통적인 도자기의 파편을 이어붙이는 과정에서 용의 이미지들이 많이 보이는 점에 착안해 용의 설화를 풀어냈다.

아홉 개의 섹션으로 나눠 전시를 펼치는 방식은 일견 정돈된 느낌을 부여한다. 그러나 각 섹션 테마를 직설적으로 해석하고 도식적으로 전개한 방식은 지루하다는 평을 피하기 힘들다. 자연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몸-자연-우주의 합일을 추구했던 미국 안무가 앤 할플린의 도큐먼트 사진이 공동체 섹션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전시 곳곳에서 이런 양상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타이틀 '비바, 아르테 비바'가 발산하는 열정과 에너지를 공감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각 나라 커미셔너의 소관에 따라 전시의 성격이 결정되는 국가관 전시는 국가의 명예를 건 미술올림픽이라 하겠다. 가장 주목을 받은 국가관은 황금사자상을 받은 독일관이다. 커미셔너 수잔느 페퍼는 21세기 버전 멀티미디어-종합예술 '파우스트'를 제작했다. 남녀 퍼포머들은 유리 구조 벽, 관객들 발밑 공간 등에서 산발적으로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들은 작가 안네 임호프가 아이폰으로 보내는 메시지에 따라 즉흥적으로 동작을 변조하기도 한다. 투명한 유리공간에 노출된 신체는 소셜미디어에 노출된 현대인의 삶과 비교된다.

큰 호평을 받은 프랑스관은 자비에 베이앙의 조각작품이 건축적 형태에 완전히 녹아들어 독특한 스튜디오-무대로 변모되었다. 프랑스관 '스튜디오 베네치아'의 콘셉트는 뮤지션과 관객들에게 실험적인 음악환경을 제공하고 음악이 완성되는 과정에 참여하는 하나의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지역 뮤지션들은 여기서 연주를 하고 공간을 떠날 때 녹음된 CD를 가져간다.

지아르디니에서 마지막으로 건축된 한국관은 베니스 시내에 매회 전시장소를 찾아야 하는 여러 국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커미셔너 이대형은 '균형추'라는 테마로 한국현대사의 명암을 재조명하고 있다. 건물 외부를 장식한 재미교포 중견작가 코디최의 화려하고 키치한 카지노 네온간판은 관객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한 시각적 장치였다. 30대 작가 이완은 전 세계 사람들과 온오프로 인터뷰한 시간의 기록을 668개의 시계로 제시한 '고유시간'을 선보였다. 여기서 시계는 각국의 GDP, 소득을 토대로 각기 다른 속도로 돌아간다.

비엔날레와 연계한 여러 특별전 중 가장 큰 이슈가 된 전시는 데미언 허스트 전시이다. 피노 재단미술관 두 곳을 압도적으로 장악한 '난파선에서 건져낸 믿을 수 없는 보물'은 한마디로 허스트의 상상력, 쇼맨십과 자금력이 집대성된 전시이다. 전시 모티브는 2008년 동아프리카 해역에서 발굴된 ‘아피스토스’(Apistos: 믿을 수 없는 이란 뜻)호에서 나왔다. 2세기 초 막대한 로마시대 보물을 싣고 항해하다 좌초된 난파선에서 보물들을 건져 올리는 거대한 고고학적 발굴 프로젝트는 실상 미술계 악동 허스트가 10년에 걸쳐 기획한 대규모 사기극, 순수 픽션이다.

비엔날레 같은 방대한 전시를 기획하는 일에는 늘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또한 평가에 있어서도 극명한 대비가 따르기 마련이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1960년대 말, 비엔날레가 상업적으로 변모해가는 경향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함께 글로벌 문화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실험의 장이라는 본래 취지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여전히 상업주의의 강렬한 유혹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무수한 담론을 형성하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박소영(P.K Art & Medi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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