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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1일(화) ㅣ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혹성탈출: 종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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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8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야만적 인간-인간적 유인원 사활 건 싸움
 
3부작 완결판 명확한 엔딩 보여줘

선악 관계보다 생명 존재 모두에 연민

모션 캡처 연기자 섬세한 표정 주목

상상력+시각효과 기술로 비주얼 혁명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2011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14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 이은 3부로, 21세기 ‘혹성탈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또한 찰턴 헤스턴 주연으로 유명한 1968년 오리지널 ‘혹성탈출’과 연결된다. 블록버스터이지만 이번 편은 시청각적으로 화려한 블록버스터의 특징을 살려내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고예산의 자본과 풍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간 욕망의 본질, 전쟁의 딜레마, 새로운 세상을 희망하는 혁명의 의미, 구원의 가치 등 거대한 메시지를 담는다.

‘반격의 서막’에 이어 ‘종의 전쟁’ 연출을 맡은 맷 리브스 감독은 ‘클로버필드’(2008)와 ‘렛미인’(2010)으로 명성을 얻었고, 차기작은 벤 애플렉이 하차한 자리에 투입된 ‘더 배트맨’이다. 그의 지난 영화들을 보면 누아르의 틀 안에서 악의 본성에 대해 탐구하는 연출 스타일을 확립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에 퍼진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해 유인원들은 나날이 진화하는 반면, 살아남은 인간들은 점차 지능을 잃고 퇴화해 간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진화한 유인원의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는 유인원들을 몰살하려는 인간군 대령(우디 해럴슨)에 의해 가족과 동료를 무참히 잃고 분노한다. 인간 대령은 진화한 유인원이 언젠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인류의 생존을 위해 인간성마저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시저는 더 이상의 자비와 공존은 없다며 가족과 자유, 그리고 터전을 위해 전쟁에 나선다.

‘종의 전쟁’은 리더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과 인간 대령이 이끄는 인간군이 종의 사활을 건 일대 전쟁에 나선다. 시저는 인간과 유인원의 자연스러운 공존을 바랐지만, 가족과 동료를 잃은 후 분노를 품고 거대한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자각한다. 시리즈의 그 어느 편보다도 훨씬 더 어두워진 시저의 내면 변화를 보면서, 소중한 것을 다 뺏기고 벼랑 끝에 선 존재가 모든 것을 거는 순간의 비장함을 이 캐릭터의 변화와 함께 느낄 수 있다. ‘종의 전쟁’은 3부작의 마지막인 만큼 명확한 엔딩을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은 반전이 담긴 엔딩 신에서 현대에도 인간이 끊임없이 일으켜온 전쟁의 딜레마를 보고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영화에는 1968년 ‘혹성탈출’에 대한 오마주와 함께 현대 클래식 같은 우아함과 견고함이 넘친다. 인간 대령 우디 해럴슨의 등장은 ‘지옥의 묵시록’을 떠올리게 하고, 유인원과 인간의 전쟁은 ‘콰이강의 다리’나 ‘대탈주’ 같은 고전 전쟁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장대함이 있다.

같은 인간군단에게서 버려지고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악당이라 미워할 수 없는 인간 대령과, 어두운 캐릭터로 변모하여 내면의 악성의 이끌림에 저항하지 못하는 시저는 거울쌍을 이룬다. 이 둘 다 인간이란 존재, 그리고 위기에 처한 인간의 본성, 동물로서의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둘의 대결은 그리하여 더욱 비장하고 강렬하다. 영화는 다양한 유인원과 인간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한다.

최근 ‘덩케르크’나 ‘군함도’같이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관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광복절 72주년을 맞이함과 동시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바라보며 인간을 절멸로 몰아넣는 전쟁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해야 할 때이다. 전 세계를 광기로 밀어 넣은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의 의미가 여기에 있는데, 이 영화 또한 2차 대전의 부조리함과 악성을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홀로코스트, 나치즘, 군국주의, 식민지 등 다양한 상징적 요소들이 영화 곳곳에 배어 있으며, 성서의 출애굽기를 떠올리게 하는 대탈주 순간 또한 장관이다.

영화는 명확한 선악 관계보다는 선과 악을 비틀면서 새로운 깨달음에 이르게 하고 동시에 생명 존재 모두에 대해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 그 과정에서 복잡하고 비열한 인간 집단과 비교하면 더 성숙하고 조화로운 유인원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입된다. 그런 점에서 시저가 완벽한 지도자로 거듭나는 내면적 성숙을 표현하는 모션캡처 연기자 앤디 서키스의 표정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는 ‘반지의 제왕’의 골룸과 ‘킹콩’의 킹콩 역, 그리고 ‘혹성탈출’ 시리즈의 유인원 시저 역으로 모션캡처 전문 연기자로 명성이 높은데, ‘혹성탈출’ 시리즈를 거치며 풍부한 감정 표현과 섬세한 연기력이 점점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는 복수와 분노의 감정, 환희와 기쁨 등 내면의 변화를 깊이 있게 그린다. 배우의 얼굴이 한 번도 스크린에 나타나지 않는다. 연기 과정에서 배우의 얼굴에 작은 센서들을 촘촘히 부착하고, 실내 세트에서의 연기를 캡처한 후, 후반작업 과정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캐릭터화시킨 다음 해당 장면에 합성하는 방식으로 시저라는 캐릭터의 움직임이 완성되었다.

인간의 상상력이 시각 효과 기술과 더해져 비주얼 혁명을 일으키는 스크린을 보는 재미를 만끽하길 바란다. 배우의 실제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들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된 기이한 경험의 한복판에 와 있다.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생각하고 철학하게 하는 블록버스터의 힘을 느낀다.

정민아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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