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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금) ㅣ
대구發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보드카 나누는 날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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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4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정차 중인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온수 공급과 점검 등 많은 업무를 수행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역의 9천288㎞의 거리 표지 기둥.
 
지구 둘레 4분의 1 돌아

19박 20일간 여행 마무리

자작나무·바이칼·우랄산맥

정말 꿈만 같았던 여정

무엇보다 아쉬움 남는 건

한반도·시베리아·유럽 잇는

‘21세기형 철의 실크로드’

우리민족 미래 실어 나르는

새로운 문명의 탄생 기대

다소 힘든 여정이었지만 내겐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시베리아 여행은 준비만 잘하면 그렇게 힘든 여행도 고난의 연속도 아니다. 이곳에도 인생이 있고 낭만이 있고 냉전시대 붉은 곰들이 우글거리는 장소로 여겼지만 정이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처음에는 무뚝뚝하지만 조금만 친하면 보드카를 권하며 허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데올로기는 몇몇의 사상가와 욕심 많은 정치가들이 만들어 놓은 불건전한 산물이자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양대 산맥으로 나뉘어 총칼을 들고 피의 바다로 이끈 것은 지구촌에 살고 있는 일반 백성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느끼게 해 준다.

혹독한 추위와 정치범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밤낮으로 달리면서 내다본 그 광활하고 평화스러운 설원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환희를 안겨 주었다. 그동안 일상에서 쪼그라든 심신이 한순간 트이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몫은 채워진 셈이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지바고 가족들이 고향 유리키노를 향해 기차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장면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그림 같은 겨울 여정을 동경하게 한다. 사람 키만큼 쌓인 눈을 가르며 기차가 가쁘게 달려가는 이 장면의 영상미는 시베리아 눈길 횡단의 힘겨움과 설원의 낭만을 동시에 생각하게 한다.

이제 러시아가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한 지 30년이 다 되어 간다. 19박 20일간 지구의 4분의 1을 돈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 많은 것을 느끼고 뿌듯한 보람도 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넉넉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시 한 번 찾고 싶다. 바이칼 호숫가에서 낚시를 하고 ‘오물’이라는 소박한 생선을 구워 먹으며 밤하늘의 별을 다시 보고 싶다. 그러면서 차이콥스키의 소설에 몰두하는 상상을 해 보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일상탈출의 기나긴 기차 여정에서 몇 권의 책에 몰두해 사색에 빠지고 싶었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풍성한 대지를 바라보면서 슬그머니 전공의식이 되살아났다. 우리나라에서부터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철도가 이어지는 ‘21세기형 철의 실크로드’가 재현되었을 때 얻어질 엄청난 잠재적 수익을 상상해 봤다. 물류수송에 따른 경제성은 물론이고 시베리아의 넘쳐나는 광물자원, 석유, 천연가스, 산림자원, 수자원, 농림자원 등 우리에게 무한한 가치를 예고하고 있다. 역사, 문화, 관광, 정치 등 다른 많은 분야 또한 ‘미지의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천혜의 보고에 기폭제가 될 사람이 없어 보인다. 시베리아에 대한 인근 국가의 관심은 오래전부터 고조되고 있다. 또 시베리아의 젊은 엘리트들이 한국, 미국, 일본의 언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한다. 한국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시베리아의 친구들을 많이 갖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은 러시아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며, 국비 유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발 앞선 일본의 실리 챙기기를 보면서 우리의 무관심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남북통일과 철도 복원으로 열릴 ‘철의 실크로드’ 시대에 그 꿈을 심어 본다. 통일이 되지 않아도 철길이라도 열렸으면 좋겠다. 지난날 우리 민족의 한과 설움이 짙게 배어 있는 이 열차는 이제 남북철도 복원과 함께 우리 민족의 미래를 실어 나를 희망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최근 우리 미래의 신성장 동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한반도 연결 계획 자체는 수십 년을 넘기고 물류수송비 절감의 이유로 많은 기업과 화물운송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치적인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로 현재까지도 반짝반짝 빛나기만 하고 다소 감감무소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정치계 일부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을 연결, 한반도를 연결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한일 해저터널로 연결하면, 한국은 철도 운임만으로도 1년치 교통 분야 인프라 예산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시베리아 철도는 광궤철도이고 우리나라는 표준궤로서 기본적으로 열차 환승 혹은 환적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다만 국경역인 러시아의 하산역과 북한의 두만강역에는 이미 열차의 대차를 광궤용으로, 또는 표준궤용으로 교환할 수 있는 대차 교환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물류를 철도로 빠르게 실어 나를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원거리 우회 항로가 비용과 시간을 소요하는 선박 운송 및 신속하지만 운송량의 제한과 무척이나 비싼 항공 운송 모두와 철도는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궤간 변경 구간의 환적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아직까지는 물류의 대규모 수송에서 화물철도만큼 가성비가 맞는 솔루션도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러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점은 부산이 되는 것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대구와 서울을 거쳐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탈 수 있을 것이다. 반도의 한쪽 끝, 아니 분단 이후 작은 섬나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대륙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생, 사업가 등도 더욱 커다란 웅지를 가슴에 품고 시베리아와 유럽의 광대한 대륙을 누비리라.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짜릿하다.

이제 그 핵심은 바로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이라고 본다. 부산역을 출발점으로 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면 사람과 물류가 오가게 되고, 새로운 문명이 탄생한다. 동시에 동북아 안보와 함께 경제의 불확실성도 타개할 수 있고, 평화와 공영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완성은 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중국과 러시아를 넘어 유럽으로까지 대한민국의 경제권이 확장되는 것을 의미하는 중대하고 원대한 구상이다. 한반도-시베리아-유럽을 잇는 이른바 ‘철의 실크로드’가 완성되면 각종 화물의 수송이 원활해져서 수송시간과 비용의 절감이 이뤄지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남북 간의 경제적 발전은 물론이고 유라시아의 공동번영을 위해 반드시 완성되어야만 할 과제다. 이것이 완성되면 화물의 수송은 기본이고 국제 승객철도망이 완성되므로 관광수입의 대폭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이것은 유라시아 지역의 경제`사회`문화가 거대한 공동체로 발전해나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완성이 곧 ‘신(新)북방정책’ 혹은 ‘우리 민족중흥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수송시간 및 비용의 절감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망이 완성되면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약 20일의 수송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고부가가치 화물의 재고기간을 20일 이상 단축하는 효과를 보기 때문에 자동차산업과 연계하여 많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그냥 단순히 철도를 통한 물류 수송 경쟁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관광`문화 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파급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지구 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국토 분단국가로서 남북 간에 철도·도로 등 교통망이 단절된 지 70년이 지나고 있다. 비무장지대에 부서져 앙상하게 드러누워 있는 열차와 아직도 남북 철도의 종단점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팻말이 서 있는 모습을 볼 때 우리 민족만이 겪어야 하는 국토분단의 아픔이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한반도 연결 철도 사업은 분단된 국토를 연결하는 상징성과 함께 기존의 남북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이고, 통일시대를 여는 한반도의 미래이다. 한민족의 염원인 통일시대 기반을 구축하고, 국가 미래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난 6월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현의 필요성과 함께 그 첫걸음이 한반도 철도 연결과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이라는 정부의 정책과도 같다.

부산에서 7월 초에 G20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함부르크까지는 1만9천㎞로, 배로 가면 27일이나 걸리지만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면 열흘이면 충분하고, 운반 비용도 컨테이너 1대당 평균 980달러로 배를 이용할 때의 2천200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며 안전하고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철도길이 열리면 기차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친구들과 대구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리라. 추운 설원을 차창 안에서 응시하며, 친구들에게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광활한 의미와 가치를 토론하고, 한잔의 숨겨온 보드카를 나누며 바이칼호수를 지나리라.

남북 철도가 복원되면 대구발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시베리아에서 부는 설한풍이 아닌 미래의 희망열차이기도 하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그 이름만으로도 대프리카라는 별명의 대구에 또 다른 설렘과 기회의 통로가 될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많은 여행자들이 생애 꼭 한번 경험하고 싶은 꿈이자, 한인들의 아픈 과거사(1937년 스탈린 한인 강제 이주)가 서려 있는 장소, 그리고 러시아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아직도 시베리아가 단순히 얼어 있는 동토의 땅이라고 알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시베리아는 한여름에는 40℃를 웃도는 생명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겨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동토로 직접 여행을 떠나 또 다른 모험적 삶과 경험, 이질적인 낯선 풍경과 환경을 접하며, 여행을 통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면서 그로 인한 남은 생의 미래를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인생의 최종적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면서 그리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아주 큰일을 마친 느낌이다. 눈발을 맞으며 걸어다녔던 러시아 거리는 벌써 아득히 먼 곳이 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에서 맛본 숙성된 김치와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만난 도스토옙스키, 이르쿠츠크 시내에서 달리는 달성공원행 버스만으로도 내 가슴에 영원히 남을 여행을 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지구 둘레 4분의 1의 거리를 달려오는 동안 나는 한 뼘 정도 더 커 있었다. 광활한 시베리아의 자작나무숲, 바이칼호, 우랄산맥, 아름다운 도시와 마을들, 그들이 품고 있는 역사적 사연들, 무엇보다 여정 속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만났던 러시아 사람들의 미소에 아직도 나의 심장은 뜨겁다.

안용모 경일대학교 석좌교수·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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