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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열면 진부령까지 함께 종주…『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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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 00:05:04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아마추어 산악인 종주기 산 얘기 대화하듯 풀어 일반인에겐 인문지리서
 
 
 
지리산 웅석봉과 설악산 진부령을 연결하는 백두대간의 도상(圖上) 거리는 672㎞. 산 속에서 실제 등반거리는 1천㎞를 넘는다. 구간 기준, 등반루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35~60회 출정해 완주에 대략 2, 3년(주 2회 산행)은 걸린다고 한다. 산 좀 탄다는 마니아들에겐 평생 과제요, 영원한 로망이지만, 일반인들에겐 ‘상상 속의 공간’이다.

이 책은 한 아마추어 산악인의 백두대간 종주기다. 산꾼 치고는 드물게 필력(筆力) 내공도 깊다. 산꾼에게는 종주 지침서로, 일반인에게는 백두대간 인문지리서로 효용가치가 크다.

◆풍부한 등반지식`사료 ‘인문지리서’=저자 권태화 씨는 20대에 산에 입문한 후 틈틈이 산행기를 블로그, 잡지에 연재해 왔다. 오랜 기간 몇 차례 백두대간을 완주했고 정맥, 기맥, 지맥 등도 모두 섭렵했다. 체계적인 가이드북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7년 전부터 대간 설계도를 구상하고 자료를 모았다. 풍부한 인문 지식과 등산 내공을 바탕으로 생태, 지리 등 백두대간에 관한 흥미로운 지식과 산행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저자의 풍부한 역사지식이 행간에 잘 배어 있다는 점. 저자는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산경표, 택리지, 대동여지도를 분석하면서 대간 길의 지리, 인문학적 가치를 섬세한 필치로 풀어내고 있다. 지리산을 답사하면서 황산대첩, 진포(鎭浦)대첩을 이야기하고 김종직, 조식과도 대화를 시도한다. 또 소백산맥 국망봉에서는 마의태자의 ‘망국의 한’에 위로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대간을 눈으로 보고 머리로 그리던 백두대간에 얽힌 얘기들을 대화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백두대간의 유래와 역사 한눈에=백두산에서 시작되어 동쪽 해안선을 끼고 남쪽으로 흐르다가 태백산에서 서쪽으로 기울고 남쪽 내륙 지리산에 이르러 우리나라 땅의 근골을 이루는 거대한 산줄기, 우리 선조들은 이를 ‘조선산맥’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언제부터인가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 이름 지었다. 장백정간(長白正幹)과 함께 서쪽 해안선까지 많은 골과 들을 이루며 뻗어 내려간 백두대간은 13개의 정맥을 연결하고 있다. 이 산줄기는 우리나라를 동서로 구분했고 그 구획에 따라 모든 산맥 그리고 물줄기의 흐름이 결정되었다.

산은 고을마다 독특한 공동체를 만들었다. 산줄기와 물줄기의 가름으로 언어, 습관, 풍속, 의식주가 세분화되며 지역마다 독특한 생활양식, 철학이 생겨나게 되었다. 저자는 “이런 산줄기는 지역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 되어 부족국가의 영역을 이루었고, 삼국의 국경을 비롯하여 조선 시대의 행정경계를 이루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각 지방의 분계선이 되었다”고 말한다.

◆대간 종주꾼들에게 ‘가이드북’=이 책은 백두대간에 속한 우리나라 명산을 알고 싶어 하는 초보 등산인, 대간 종주를 꿈꾸고 있는 산꾼, 이미 몇 번이고 백두대간을 종주한 대간꾼, 그 누구에게나 어울리고 또 열려 있는 책이다. 574쪽에 이르는 컬러북에는 진귀한 자료사진, 백두대간에 얽힌 이야기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어 한 흐름으로 대간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책의 첫 장을 열면 독자들은 저자의 시선을 따라 백두대간을 걸어 진부령까지 가게 된다. 일부 성급한 독자들은 벌써 스틱을 내리찍으며 아마 죽령 어느 고개를 내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 제목의 '현오'는 지은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 574쪽, 2만5천원.

한상갑 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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