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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5일(토) ㅣ
[이종문의 한시 산책] 자연속 달빛과 살았을 뿐인데…김종직 제자로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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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 00:05:04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한훤당을 모신 달성 도동서원.
회포를 적다[서회(書懷)]             김굉필

홀로 한가롭게 살며 세상사람 딱 끊은 후   處獨居閑絶往還(처독거한절왕환)

밝은 달만 불러와서 그 달빛에 묻혀 사네   只呼明月照孤寒(지호명월조고한)

그대여! 내 생애를 묻지 말아 주시게나    煩君莫問生涯事(번군막문생애사)

두어 이랑 안개 낀 물, 몇 겹 산이 전부라네 數頃烟波數疊山(수경연파수첩산)

고을마다 대부분 그 고을을 대표하는 인물이 한두 분씩은 있는 것 같다. 경산 하면 원효와 일연, 영천 하면 정몽주와 박인로처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물들 말이다. 그런데 정말 기이하게도 대구에서는 단군으로부터 조선 후기까지 반만년 역사를 다 뒤져봐도 그런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근년에 달성군이 대구광역시에 편입됨에 따라, 대구는 대구를 대표하는 인물 한 분을 이제야 겨우 모시게 되었다. 정몽주, 길재, 김숙자, 김종직으로 이어져 온 우리나라 성리학의 도통을 계승하여 조광조 등에게 물려주었던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 1454~1504)이 바로 그분이다. 그는 '소학'(小學)이 제시한 인간의 길을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실천적으로 구현하는데 일생을 바쳐, ‘소학동자'(小學童子)로 일컬어지는 분이기도 하다.

위의 시는 바로 그 ‘소학동자’가 지은 작품인데, 보다시피 작중 화자는 세상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외롭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가 초대하는 손님도 오로지 밝은 달 하나뿐이다. 두어 이랑 안개 낀 강물과 이중 삼중으로 겹쳐진 산, 그러니까 산수 자연 속에 파묻혀서 밝은 달과 함께 놀았던 것이 그의 생애 전부였다. “삿갓에 도롱이 입고 세우중(細雨中)에 호미 메고/ 산전(山田)을 흩매다가 녹음에 누웠으니/ 목동이 우양(牛羊)을 몰아 잠든 나를 깨와다.” 한훤당이 지었다는 시조다. 자연 속의 안빈낙도를 노래한 점에서 앞의 한시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산수 자연 속에서 한가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무오사화(戊午士禍)가 일어나자 사화의 빌미를 제공한 김종직의 제자라는 단 한 가지 이유로 귀양길에 올랐고, 갑자사화(甲子士禍)가 일어나자 무오사화의 잔당(殘黨)이란 이유로 느닷없는 처형을 당했다. 한평생 산수 간에 파묻혀서 밝은 달과 함께 놀았던 분을 기어이 불러내어 멀리 귀양을 보내야 했을까. 귀양 간 후에 새로 지은 죄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기어이 처형을 해야 했을까.

끝으로 한훤당이 남긴 일화 하나. 처형을 당하는 날 그는 수염을 모두 말아 입에다 물고 처형장으로 나갔다고 한다. 목이 달아나는 것은 왕명이므로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만, 부모가 물려주신 그 귀한 수염까지 잘리게 할 수는 없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바야흐로 목이 달아나는 판에, 무슨 코미디를 하느냐며 함부로 웃지는 말아주시라. 그때는 머리카락 하나도 참으로 소중한 시대였다. 게다가 우리가 언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일각까지 그토록 뜨겁고도 처절하게 몸부림을 쳐본 적이 있었더냐.

이종문 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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