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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3일(목) ㅣ
[시각과 전망] 살진 돼지와 야윈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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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30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여름휴가에 4박 5일 일정으로 백두산과 고구려 유적지 일대를 다녀왔다.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알려진 대로 중국 장백산으로 쪼개져 있다. 1962년 체결된 중국과 북한의 국경조약에 따라 백두산의 40%는 중국으로 넘어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으로 관광 가는 백두산은 두말할 필요 없이 중국의 장백산이다. 고구려 유적지 또한 2000년대 초반 자행된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철저히 중국 소수민족의 유적지로 개발돼 있다.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중국과의 우호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이 급감한 만큼 우리 국민의 중국 여행도 많이 줄었다. 이런 분위기에 중국 여행이 달갑지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친구들과 약속한 일이라 강행했다.

여정은 비행기에서 내린 심양에서 시작해 통화~장백산 북파~송강하~장백산 서파~통화~집안~단동~심양으로 이어졌다. 매일 버스를 5~10시간씩 타고 총 2천300㎞를 이동하는 멀고 험난한 여행길이었지만 부부 동반이라 버텨낼 만했다. 백두산 천지도 북파에서 보지 못했으나 서파에서는 전체 모습을 감상하고 사진까지 남기는 행운을 누렸다.

그러나 여행 내내 머리 한쪽에는 찜찜함이 떠나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인 데다 사드로 인한 중국의 심술이 극에 치달은 상황이었기에 여행의 순수함은 잃은 상태였다. 한족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를 뒀다는 중국인 현지 가이드의 막무가내식 행동, 문 닫은 심양의 롯데백화점, 국경 지역 중국 공안의 검문과 군부대 모습, 유리 벽으로 막아놓은 호태왕비(광개토대왕비) 등 고구려 유적지, 위태위태한 압록강 보트 관광 등 여행에서 누릴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있는 일들에 머리가 복잡했다.

단동 압록강에서의 모터보트 타기는 긴장감 넘쳤다. 유람선 관광에서 웃돈을 주고 바꾼 프로그램이었다. 단동에 도착하기 전날 폭우가 내린 덕분에 압록강은 북한과 중국의 강변 국경까지 물이 가득 찼고, 보트는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닐 수 있었다. 섬을 제외한 압록강 물에는 국경선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사책에 나오는 북한 소유의 섬 위화도는 한 발짝만 뛰면 중국 국경 철책선과 맞닿아 있었다.

10m 정도의 거리에서 마주한 북한 군인과 주민의 모습은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초점 없이 허공을 쳐다보고 앉아 있는 군인. 땡볕 아래 옥수수밭에서 잡초를 뽑는 위화도의 아낙들. 강에서 물고기 잡으려고 초망을 치는 아이. 이들은 하나같이 비쩍 마른 체구였다. 잘 먹지 못해서일까. 밭 옆 강가에서 풀을 뜯는 염소마저 비쩍 말라 있었다. 음식도 부족한데 염소에게 줄 사료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TV 뉴스 화면을 통해 본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자 김정은의 살진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비만형 체구를 자랑했다.

북한을 대상으로 한 중국인들의 상술은 할 말을 잃게 했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담배를 보루로 팔아 북한 주민에게 던져주는 행위였다. 한 보루를 2만원에 팔았는데, 반 이상 남는 장사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담배가 든 비닐봉지 속에 중국 돈을 넣어 던져주기도 했다. 천지 관광에서도 중국의 뛰어난 돈벌이 수완을 엿볼 수 있었다. 장백산 북파를 오른 그날 관람객은 4만2천 명이었다고 한다. 중국인이 대부분이지만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입장료 수입이 어마어마할 것 같다. 동북공정으로 정비한 고구려 유적지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여행을 마무리한 곳의 단동역은 예전 안동역으로 불렸다. 석주 이상룡 등 안동의 독립운동가들은 고향 안동을 떠나 단동역을 거쳐 만주 벌판으로 나아갔다. 가수 진성이 부른 트로트 '안동역에서'의 배경이 안동이 아니라 단동이라고 가이드는 그럴듯하게 주장했다.

한국전쟁으로 분단된 현실에서 최근 다시 높아진 전쟁의 위기, 가중하는 외세의 압력.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뚜렷하게 답을 낼 수 없기에 더 답답하다.

김교성 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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