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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5일(토) ㅣ
[흥] 바다 위의 미술관, 연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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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31 11:40: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기분좋게 찰칵, 마음속에 저장
 
연홍도는 섬 전체가 마치 미슬관 같다. 해변에 자리잡은 조형물은 역광으로 사진을 찍으면 사람이 조형물인지, 조형물이 사람인지 헷갈리는 하나의 작품이 된다. 또 골목길 곳곳에서는 버려진 어구와 자연물을 활용해 만든 아기자기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식당·상점 없어도 마음이 배부르다

전남 고흥 끄트머리

생활 속의 모든 재료들이

천혜의 자연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섬

미술의 섬 시초가 된 ‘연홍미술관’

화가 부부 폐교 활용 다양한 전시

거금도에 딸린 섬…50여가구 살아

마을 부녀회서 관광객에 식사 제공

거금도 금산면사무소 옆 김일기념관

영화 ‘반칙왕’ 주인공도 연홍도 출신

예술은 삶과 맞닿아 있다. 삶의 온기와 치열함,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내는 그릇이 예술이다.

미술의 섬, 연홍도는 전라남도 고흥 끄트머리에 위치한 아주 작은 섬이다. 이곳은 전국의 수많은 섬 중 유일하게 미술관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을 자랑하다 아예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이 돼 버렸다.

'미술'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도 있지만 이곳의 작품들은 사람의 온기를 머금고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어촌 사람들의 삶이 모두 작품이 됐다. 생활 속 모든 재료들이 예술가의 오브제가 되고, 자연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온기 품은 예술작품이 반기는 곳

[사진설명 : 연홍도 선착장에 내리면 맨 먼저 관광객을 맞이하는 뿔소라와 조형물]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 위에 자리 잡은 조형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얀 뿔소라 조형물 두 개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바람개비를 돌리고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마을 주민들의 특별한 순간을 담은 옛 사진 200여 점을 타일 형식으로 붙인 '연홍사진박물관'도 눈에 띈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조형물이다. 푸른 바닷물과 파란 하늘, 그리고 조형물들의 어우러짐이 일품이다.

[사진설명 : 벽 곳곳에 버려진 부표나 로프, 노, 폐목 같은 어구와 조개, 소라껍질, 돌 등 자연물을 활용한 정크아트 작품]

하지만 이것만 보고 감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골목길로 접어들면 진정한 연홍도의 매력을 접할 수 있다. 벽 곳곳에 버려진 부표나 로프, 노, 폐목 같은 어구와 조개, 소라껍질, 돌 등 자연물을 활용한 정크아트 작품과 다양한 벽화들이 손님을 맞는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골목골목 모퉁이에서 마주치는 작품들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름하여 '정크아트'이지만 이 작품들 속에는 험한 바다와 싸우며 살아온 어민들의 삶의 애환이 녹아 있다. 10여 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여느 '벽화마을'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모양은 '생선'. 돌멩이로 생선을 표현하고 그 위에 석쇠를 놓은 재치 만점의 작품에서부터, 살을 발라 먹고 앙상하게 뼈다귀만 남은 생선, 폐목으로 만든 물고기 조형물 등 다채롭다.

더구나 작품의 일부로 활용된 초록색 다육이들은 사람과 미술 작품 사이의 간극을 메운다. 초록색 생명력 덕분에 작품 하나하나가 36.5도 인간의 체온을 지닌 것처럼 포근하다.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 몽돌로 만든 동화 토끼와 거북이도 그려져 있고, 심지어 길바닥 맨홀 뚜껑까지도 깜찍한 미술작품으로 바꿔놓았다.

◆바다와 석양을 배경으로 두른 연홍미술관

[사진설명 : 섬IN섬아트센터 연홍미술관]

'미술의 섬 연홍도'의 시초가 된 섬IN섬아트센터 연홍미술관은 선착장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다. 폐교를 활용한 전국에 하나뿐인 섬 미술관으로, 화가 선호남(56) 씨 부부가 운영 중이다. 현재는 '아트세상 연홍島圖陶-레지던시 프롤로그'전이 열리고 있는데 9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연홍미술관 옆 백사장 끝에는 프랑스 작가가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그림을 그린 바닷가의 폐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낡은 건물과 일부가 무너져내린 담벼락을 그대로 남겨둔 채 작업한 점이 인상적이다.

[사진설명 : 연홍미술관 앞 바닷가에 만들어진 생선 모양의 대형 조형물 '은빛 물고기' ]

미술관 앞 풍경도 멋스럽다. 미술관 바로 앞바다에는 밀물과 썰물의 움직임에 따라 모습이 달라 보이는 생선 모양의 대형 조형물 '은빛 물고기'가 설치돼 있다. 미술관에서 바로 마주 보이는 완도 금당도의 주상절리는 가히 일품이다. 금당 8경의 하나인 병풍바위를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이 놓인 방향이 남서쪽이다 보니 특히 늦은 오후 풍경이 아름답다. 붉은 노을에 포근히 감싸 안긴 미술관의 모습과, 금빛으로 일렁이는 물결은 그냥 자연이 만든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에서 접하는 석양은 남다르다. 금세 해가 넘어가는 다른 곳의 석양과 달리 천천히 지속돼 긴 여운을 선사한다. 섬의 끝자락에는 '목넘이해변'이라 이름 붙은 곳이 있는데, 석양을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더구나 이 석양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해변을 따라 늘어선 철제 조형물이다. 해 지는 방향에 작품이 놓여 있어 낮에 찍은 사진과 일몰 무렵 역광으로 찍은 사진이 또 다르다. 하늘이 선사한 색의 향연에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이 곁들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조용한 힐링을 즐길 수 있는 남해안의 보석

[사진설명 : 연홍선착장에서 본 연홍 마을 풍경 ]

'미술의 섬' 연홍도는 우리나라의 섬 가운데 일곱 번째로 큰 거금도에 딸린 '섬 속의 섬'이다. 배를 타야 갈 수 있는 곳이다. 고흥반도와 소록도, 거금도는 연륙교로 연결돼 있지만 연홍도는 아직 다리가 놓이지 않았다.

녹동항에서 금당도행 배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거금도 서쪽 끝 신양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기를 추천한다. 배로 불과 3분 거리다. 신양선착장에서 보면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신양선착장에서는 오전 7시부터 8시, 9시 50분, 낮 12시 30분, 오후 2시 30분, 4시 30분, 5시 30분 하루 7번 배가 오간다. 단체손님이라면 별도 운행도 가능하다. 신양선착장에 도착하면 선장의 전화번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연홍도의 면적은 55만㎡(17만 평), 해안선은 4㎞에 불과하다. 거금도에서 보면 가운데 잘록한 허리 부분에 집들이 몰려 있고, 양쪽으로 길게 뻗은 모양이다. 바다에 말이 누워 있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마도(馬島), 혹은 연(鳶)을 닮았다 해서 연홍도로 불렀는데, 요즘은 그 맥이 거금도와 이어져 있다고 해서 연홍도(連洪島)로 바뀌었다.

현재 50여 가구 8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최근 일본 나오시마와 같은 '미술의 섬'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6년 폐교를 활용한 연홍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시작된 연홍도와 미술의 인연은 2015년 전라남도가 '가고 싶은 섬'으로 연홍도를 선정하고 각종 사업을 진행하면서 더욱 명성을 알리게 됐다.

남해안의 작은 보석 같은 섬 연홍도는 조용한 힐링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상점이 없기 때문이다. 식당도 없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마을 부녀회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마을회관에서 음식을 해준다. 2시간 전에 예약하면 식사를 할 수 있다. 연홍도에서 조갯살로 끓인 된장국에다 톳 장아찌, 생선구이, 미역냉채 등 대부분의 재료가 연홍도에서 나는 농수산물이다. 워낙 재료가 신선하다 보니 맛 역시 일품이다. 061)843-0661.

[사진설명 : 연홍도에는 식당이 없기 때문에 식사를 하고 싶다면 마을회관에 2시간 전 예약 해야한다.]

숙박시설이라고는 연홍미술관에 딸린 방 4개가 전부다. 관광객이 늘면서 현재 게스트하우스 5동을 추가로 건립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 10월 완공 예정이다. 연홍도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하루 숙박을 하는 편이 좋다. 석양 드리운 섬과 조형물의 모습도 좋지만, 밤에는 옅은 은하수가 보일 정도로 별들이 쏟아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만약 섬 내 숙박을 미리 예약하지 못했다면 연홍도로 오가는 길목인 거금도에는 먹고 잘 곳이 넉넉한 편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한 고흥

[사진설명 : 연홍도 및 인근 고흥군 내 유명 관광지 지도]

연홍도 인근에는 여러 가지 볼거리가 많다. 고흥에서 거금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소록도는 한센인들의 피와 눈물이 서린 섬이다. 이들이 가꾼 중앙공원과 지난해 문을 연 한센병 박물관 등을 돌아볼 만하다. 거금도 오천 몽돌해변이 아름답다. 최근 예능 '삼시세끼' 촬영지인 득량도로 출발하는 길목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녹동항도 들러보면 좋다. 수산물 시장이 있어 다양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으며, 유람선을 타고 인근 도서지역 절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거금도 금산면사무소 옆에는 김일체육관과 기념관이 있다. 연홍도 선착장 초입에 레슬링 선수 김일의 벽화가 그려진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박치기왕 김일의 경기 장면을 흑백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영화 '반칙왕'의 실제 주인공 백종호 씨는 연홍도 출신이다.

나로호 발사를 계기로 '고흥은 우주다'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다. 나로 우주센터를 비롯한 국립 고흥 청소년 우주체험센터, 우주천문과학관, 우주발사전망대 등 우주체험 관광 및 교육중심지로도 유명하다.

글 사진 한윤조 기자 cd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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