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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김동인을 기억하며…최초 순수문학잡지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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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2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김동인이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순문예지 ‘창조’ 창간호
요즘엔 서점에서 문학잡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문학잡지는 애써 찾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점 한쪽에 조용히 모습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점 중심에 비치된 잡지 코너에서 선 채로 문학잡지를 읽는 사람들이 흔하게 눈에 띄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시와 소설을 즐겨 읽으면서 시대를 읽고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휴식을 취하곤 했다. 그 풍경의 중심에는 언제나 ‘문학사상’ ‘창작과 비평’ 같은 문학잡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지난 역사의 한 부분이 되어가는 문학잡지가 우리 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불과 100년 전이었다. ‘창조’는 우리나라 최초의 순문학잡지이다. ‘창조’가 창간된 1919년 2월은 삼일운동을 한 달 앞둔 시점으로, 이 시기 조선의 젊은이들은 독립을 향한 희망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4년이나 계속된 제1차 세계대전이 1918년 11월에 마침내 끝나면서 전 세계는 전쟁의 긴 어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전쟁 뒤처리를 위한 승전국 중심의 회의가 개최되었고, 이 회의에서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피지배 민족에게 자유롭고 공평하고 동등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자결권(自決權)을 인정해야 한다’고 천명하였다.

이 소식은 바다를 건너 아시아의 작은 나라, 조선에도 들려왔다. 일단, 2월 8일 동경 유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제국의 수도 동경에서 조선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독립을 향한 기대와 열정과 희망이 일제 식민지, 가난한 조선 땅에 흘러넘쳤다. ‘창조’는 바로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창간되었다. 창간을 주도한 사람은 일본 유학 중이던 두 명의 열아홉 살 청년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조선 건설에 부응하는 새로운 문학을 창조해내고자 하였다. 그렇게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시 ‘불놀이’와 최초의 단편소설 ‘약한 자의 슬픔’이 ‘창조’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문학적 전통이 ‘창조’에서 시작된 것이다.

‘창조’를 발행한 두 젊은이 중 한 사람이 김동인이다. 김동인은 평양 대부호의 아들로, 물려받은 유산 일부를 내어서 ‘창조’를 발행하였다. 이윤을 내기는커녕 당연히 심한 적자였다. 기대와 달리 삼일운동은 실패로 끝났고, 독립이 요원해지면서 절망과 무기력이 조선 사회를 뒤덮기 시작했다. 그래도 김동인은 적자투성이의 ‘창조’를 그해 말까지 계속해서 발행하였다. 그것은 문학에 대한 애정을 넘어, 식민 상태로 전락한 조선 사회 개조를 향한 신념과 의지였다.

식민지 말기 김동인이 일제의 폭력에 굴복하여 친일 대열에 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 그가 지녔던 사회 개조를 향한 신념과 열정, 문학을 향한 애정까지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학을 사랑하고 삶에 대한 빛나는 열정을 지녔던 한 젊은이가 폭력적 사회와 직면하면서 마모되어 간 과정은 ‘식민지’라는 한 시대를 넘어 삶 일반의 차가운 일면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삶의 그런 차가움을 이해하고 차분하게 응시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시선을 우리 사회도 이제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대구대학교 기초교육대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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