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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詩에 갇혀, 詩를 사랑하고, 詩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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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6 08:11: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소월시문학상 대상 송재학 시인
 
 
우리나라 시 분야의 굵직굵직한 문학상에 최종후보로 가장 많이 선정됐던 사람은 누구일까. 그런 통계를 내는 사람은 없으니 확언할 수 없지만 아마도 대구의 송재학 시인일 것이다. 그는 1990년쯤부터 매년 4, 5차례 이름난 문학상의 최종후보에 올랐으나 당선되지는 못했다. 대략 짐작해도 최종후보에 오른 것이 100회는 넘을 것이다. 그는 이미 크고 작은 상을 몇 차례 수상한 바 있지만, 이른바 '빅3'에 해당하는 시문학상 수상은 올해 제25회 소월시문학상이 처음이다. 시상식은 11월에 열린다.

◆열정이 시를 쓰게 한다

송재학 시인이 2, 3편만이 오르는 최종심사에서 100회나 떨어진 것에 대해 시인들은 ‘아마 그가 치과의사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수상자에게 거액의 상금이 주어지는 만큼 기왕이면 전업시인(따로 직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인)에게 상금을 주자는 마음이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 외에도 ‘송 시인이 교류 없이 틀어박혀 시만 쓰는 사람이니 그것도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사위원도 사람인 만큼 작품이 엇비슷하다면 자주 만나는 사람,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재학은 “마음 쓰지 않는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최종심에 오르면 혹시 하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는 상은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나는 오직 시를 쓸 뿐이다”고 했다.

더 나아가 송재학은 “시인들에게 수상은 커다란 기쁨이고 영예이겠지만 동시에 깊은 세계로 이어지는 길을 막는 장애일 수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시란 갈증과 열정을 먹고 자라는데 상이 갈증을 적시고, 열정을 식혀 시인을 주저앉힐 수 있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유명한 문학상을 받고 난 뒤 이렇다 할 빛을 발하지 못하는 문인은 많다.

송재학은 “시를 쓰게 하는 힘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열정이다. 일가를 이루고 대가가 되려면 평생 매달려야 한다. 갈증이 적셔지는 순간 열정이 식고, 결국 평범한 ‘중진시인’에 머물 수 있다”며 수상을 경계했다. 그런 까닭일까, 송재학은 '소월시문학상' 대상에 선정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주류의 담론만 있다

송재학 시인은 우리나라 문단의 ‘주류에 대한 편식’을 비판적으로 보았다. 시인과 평론가는 말할 것도 없고 유력한 문예지들이 모두 ‘주류 시’ ‘주류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주류에서 추방되지 않기 위해 문예지는 늘 주류 이야기만 늘어놓고 문예지의 원고 청탁을 받은 비평가들 역시 주류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평가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목소리를 낼 시간적 여유도 없고 자기 목소리를 냈을 때 전달해 줄 매체도 드물다. 그러니 주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류’를 확대 재생산하기 마련이다. 원론적으로 문학에 ‘주류’가 있을 수 없음에도, 문단에는 ‘주류’가 있고, 주류들의 시끄러운 ‘담론’ 속에서 변방과 비주류의 ‘담론’은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송재학 시인은 대구의 시 전문지 ‘시와 반시’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시와 반시는 굉장히 품격 있고 세련된 문예지입니다. 매년 몇 개의 문예지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현실에서 지방에서 그 오랜 세월을 버텨낸다는 점도 높이 평가합니다.(시와 반시는 2010년 가을로 창간 18주년, 73호를 발행했다) 그러나 지방의 시, 지방의 경향, 지방의 시인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쉽습니다. 요즘 보면 시와 반시가 서울의 문예지와 어떤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문학 청년의 길을 걷다

송재학 시인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글을 써 보라’는 권유와 함께 두꺼운 공책 2권을 선물 받았고 그 공책에 글을 빽빽하게 써냈다. 그리고 다시 2권을 더 받아 역시 빽빽하게 글을 써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문예반에서 활동했다. 당시 고교생들의 문예활동은 치열했고 글을 쓰느라 공부는 뒷전인 경우가 많았다. 송재학 시인과 함께 문예활동을 했던 학생들 중에 '전기 대학'에 합격한 학생은 한 사람도 없었다.

치과대학에 입학한 송 시인은 학과 공부가 취향에 맞지 않아 방황했다. 휴학하고 등록금을 들고 전국 각지를 떠돌며 홀로 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 무렵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1977년)됐고 복학 후 공부하느라 시 쓰기가 한동안 뜸했고, 1986년 다시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바 있다.

◆풍경이 시인을 움직이다

송재학은 틀어박혀서 시만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다른 책의 언어보다 시의 언어가 정제돼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오로지 시 안에 가두고, 시만 생각했고, 시만 쓰고 싶다고 했다. 평생 끊임없이 갈고 닦고, 끊임없이 써야만 시인일 수 있고, 그래야만 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후배시인 노태맹은 딴 생각하지 말고 더 열심히 시를 써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송재학 시인은 서정적인 언어를 즐겨 사용하지만 결코 서정시인이 아니다. 그의 시는 주지적이고, 논리적이다. 송재학은 스스로를 ‘유목민처럼 떠도는 자가 아니라 농부처럼 정착한 자’라고 정의했다.

문학평론가 김수이는 “송재학은 풍경을 움직이는 힘을 지녔다. 풍경 역시 송재학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다. 송재학과 풍경이 부딪쳐 일어나는 시시각각의 움직임들(세계)은 송재학의 시를 형성하는 근원적인 에너지다. (중략) 그가 풍경을 노래할 때 그 풍경은 저만치 바라보이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살과 뼈와 내장으로 깊숙이 감각된다”고 분석했다. 송재학이 풍경을 통해 그 아득한 역사를 읽어내듯이, 풍경 역시 송재학의 삶과 내면을 읽어내고 소통하고 증언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시인 송재학과 풍경 사이에는 거리나 구분이 없다고 이해해도 좋겠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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