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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2일(금) ㅣ
[의창 醫窓 ]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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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6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앞으로는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올 것이고, 완전히 다른 경제 질서로 재편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학회에서 만난 어떤 영상의학과 교수는 “최근 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영상의학과가 정말 망하는가였다”고 했다.

지난 2003년 로터버와 맨스필드는 ‘자기공명영상에 관한 개발에 대하여’로 노벨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자기공명기기에서 발생한 인체의 자기공명신호를 그림으로 재구성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가령 화가가 바둑돌로 사람의 얼굴을 그린다고 가정해보자. 단계별로 보면 우선 빛이 얼굴에서 반사돼 화가의 눈으로 들어오고, 눈으로 들어온 정보는 머릿속에서 영상을 구성한다. 화가는 이 영상을 바탕으로 바둑돌을 바둑판에 올려놓게 된다. 노벨상을 수상한 내용도 비슷하다. 자기공명기기에서 인체 자기공명신호를 발생시키고, 그 신호를 수신기가 받아들이며, 바둑판과 유사하게 생긴 위치 공간에 신호의 양적 정보를 기록한다.

밀폐된 방에 바둑 돌로 철수와 영희를 그린 그림이 있다. 영희에게 그 방에서 철수의 그림을 가져 오라고 할 때 당신은 어떤 식으로 설명할까? 철수의 그림이 돌의 개수가 많고, 전체적으로는 흑의 개수가 많지만, 머리에는 백의 숫자가 많다는 식으로 설명하면 영희는 어렵잖게 철수의 그림을 찾을 것이다. 만약 10명의 다른 사람이 철수와 영희의 얼굴을 바둑판에 그렸고, 당신이 영희에게 그림을 설명한다면 어떨까. 연속으로 흑돌이 10개가 있는 게 철수의 사진에만 발견된다면, 당신이 알려준 힌트를 바탕으로 영희는 철수의 그림을 골라내면 된다. 당신은 영희에게 ‘기계적 학습’을 시킨 것이다. 기계적 학습 단계에서 영희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면 절대 두 그림을 구별해 낼 수 없다. 기계적 학습이 끝나면, 영희는 당신이 가르쳐주지 않은 힌트 말고도 다른 특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기계적 학습 단계에서는 인간의 귀납적이고 역사적인 지식에 의존한다. 하지만 반복적인 실천적 학습이 계속되면 인간의 지식 기반을 허물고 독자적인 지식 체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정상급 프로기사들이 두지 않는 수를 가끔 두었고, 기사들은 이를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이 승리했다. 인간이 설명하지 못하지만 실천적으로는 과학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인간의 지식은 한계가 있다. 인간이 설명할 순 없지만, 인공지능이 특정 암을 잘 찾아낸다면 이를 ‘근거 중심의 의학’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독자들에게 과학 철학을 배경으로 한 논술 문제를 제시해 본다. 아무 증상이 없는 사람의 뇌 자기공명영상을 인공지능이 분석해 10년 뒤에 치매에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 이를 예방할 치료제를 건강보험제도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희중 경북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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