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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3일(목) ㅣ
[흥] 옥상, 상상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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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7 09:27: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옥상의 재발견 - 루프탑 카페&펍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기온이 선선해지면서 탁 트인 옥상 '루프탑' 카페나 펍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광장코아에 위치한 루프탑 펍 'PP11'의 해 질 무렵 풍경. 하늘에 뜬 초승달의 모습이 은은하다.
어느 건물에나 있는 옥상. 이곳은 오랫동안 우리들에게 잊힌 공간이었다. 집값 비싼 지역에서는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청춘들의 옥탑방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주로 물탱크와 빨랫줄이 걸려 있는 게 고작이다. 고층 건물이 증가하면서 안전상 문제로 잘 개방하지 않는 곳도 많다.

최근 옥상이 ‘하늘로 옮겨간 마당’이 되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시원한 개방감으로 바람과 햇살을 즐길 수 있는 데다, 높은 전망으로 해질 무렵 석양을 즐기기에도 딱이다. 밤에는 선선한 공기와 함께 반짝거리는 조명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점도 옥상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다. 대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앞서서 옥상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고 있다. 무한 변신을 꿈꾸는 도심 자투리 공간, 옥상에서 함께 놀아보자.

◆루프탑, 콘크리트 벽에서 벗어난 해방의 공간

[사진설명 : 대구 달서구 광장코아에 위치한 ‘PP11’ 펍]

요즘 젊은이들에게 옥상은 ‘루프탑’이라는 단어로 더 친근하다. 루프탑 카페와 펍(Pub`맥주 등을 파는 선술집) 등이 다양해지면서 청춘들의 새로운 놀이공간이 되고 있다. 늘 삭막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일상에서 벗어나 열린 공간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해방감이 많은 사람들을 옥상으로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광장코아에 위치한 ‘PP11’ 펍은 대구 지역 루프탑 중 가장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760㎡(약 230평)의 확 트인 공간이 펼쳐진 이곳은 지난 7월 한 손님이 올린 SNS 사진 덕택에 순식간에 ‘명소’로 떠올랐다.

PP11 김택현(46) 사장은 “사실 올해는 시험 삼아 영업을 해 본 뒤 내년부터 본격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어떤 손님이 올린 야경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진설명 : 대구 달서구 광장코아에 위치한 ‘PP11’ 펍]

이곳의 풍경은 마치 옥상 캠핑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빈백과 흔들그네, 캠핑의자와 파라솔 등이 널찍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발을 담그고 술 한잔을 즐길 수 있는 무릎 높이의 수영장에는 핑크빛 플라밍고 튜브가 한가히 노닐고 있다. 옥상의 외벽은 3m 높이의 철제 빔으로 둘러싸여 안전성을 확실히 하면서도 넓은 유리를 통해 시야까지 함께 확보했다.

‘PP’는 ‘Play Pub’의 약자이며, 11은 ‘11가지의 즐거움’을 뜻한다. 3종류의 수제 맥주와 8가지의 세계 생맥주를 통해 ‘맛있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기계식이 아닌 냉장식 생맥주 저장을 통해 맛있는 온도로 신선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곳만의 차별화 전략이다. 안주로는 크림새우와 부채살 찹스테이크가 인기다.

김 사장은 “내가 가장 즐겁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면서 하나하나 직접 아이디어를 내 인테리어를 했다”고 했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는 원치 않아도 다른 테이블의 이야기가 들려오게 마련이다. 그게 싫어 손님들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도록 테이블 간격을 최대한 넓게 배치했다”면서 “워낙 공간이 넓어 아직 인테리어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조금씩 계속 보완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누구나 인생 샷!

[사진설명 : 중구 교동 아기자기한 카페 ‘플라방’]

옥상 공간이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사진 찍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핫 플레이스의 공통점은 ‘사진빨’이 좋은 곳이라는 점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전하는 일이 흔해지다 보니 사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런 SNS 사랑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빛의 감도’다. 루프탑은 낮에는 반짝이는 햇살을 받아 갓 튀겨낸 팝콘처럼 튀어오를 듯한 색감이 표현되고, 밤에는 깜깜한 밤하늘을 배경 삼아 빛나는 조명의 매력이 배가 된다.

[사진설명 : ‘플라방’ 옥상에 자리잡은 알록달록한 색감의 포토존.]

대구 중구 교동에 자리 잡은 ‘플라방’(PLBG)은 독특한 예술적 색채가 뿜어져 나오는 루프탑 카페다. 분홍빛으로 칠해진 화사한 옥상은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화려하게 빛난다. 노란색 트리에는 도넛과 아이스크림이 매달려 있고, 하늘엔 블랙 앤 화이트 천이 뜨거운 햇살을 살짝 가려준다. 가운데 위치한 볼풀장에서는 파스텔 톤의 공들이 햇살을 튕겨낸다. 한쪽 구석에는 수박 모양의 튜브와 노란 의자가 오묘한 조합을 이뤄내는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아래층 카페 내부 역시 독특한 모습의 마네킹들과 아그리파 석고상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두 이곳의 대표인 플라방 우(32`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위해 실명 대신 플라방을 이름처럼 사용한다) 씨의 작품이다. 미키마우스의 귀를 특징으로 하는 작품들이다. 심지어 옥상의 트리도 잘 살펴보면 꼭대기에 미키마우스 귀를 달고 있다.

[사진설명 : ‘플라방’은 독특한 예술적 색채가 반짝거린다.]

예술을 전공한 우 씨는 “유학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아쉬웠다”며 “만약 옥상 공간이 없었다면 이곳에서 카페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카페 이름은 그가 지금껏 여행했던 수많은 도시 중 가장 인상에 강렬하게 남은 라오스의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에서 따왔다. 다만 발음과 표기상 조합을 더욱 매끄럽게 하기 위해 프라방의 R을 L로 바꿨다.

이곳은 메뉴까지도 톡톡 튀는 개성과 색감을 품고 있다. 자몽과 파인애플을 섞은 에이드인 ‘하와이안 플라멩고’, 레몬과 청포도를 섞은 ‘풀문프로그’, 구운 소금을 살짝 뿌려 커피향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우유니 카라멜’ 등은 카메라에 담긴 모습도 예술이다.

‘플라방’은 가게 간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 씨는 “큰 글씨의 입간판을 내세우지 않는 이유가 고객들에게 찾아오는 재미와 반전매력을 선사하기 위함”이라며 “예술적인 강렬함(그는 ‘징그러운 것’이라 칭했다)과 귀여운 매력이 함께 어우러진 예술작품 같은 카페 이미지를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사진설명 : 만촌동 골목길에 카페형 펍 ‘7PM’. 아파트 사이 보이는 붉은 노을이 일품이다. ]

옥상은 많은 이들에게 힐링의 공간이기도 하다. 바쁜 일상 속 하늘 한번 쳐다볼 여유 없이 사는 현대인들도 옥상에 올라서면 자연스레 고개 젖혀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대구 만촌동 골목길에 자리 잡은 ‘7PM’은 여유로운 휴식을 테마로 한 루프탑 카페형 펍이다. 건축과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해 온 서홍우(54) 대표는 멍 때리기 좋은 힐링공간을 만들기 위해 범어 시민체육공원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만촌동에 직접 집을 짓고 루프탑을 설계했다. 테이블과 가구 등 카페 인테리어 하나하나 그의 손을 거쳤다.

[사진설명 : ‘7PM’은 힐링을 콘셉트로 한 만큼 초록색 식물들과의 조화가 일품이다.]

그가 ‘7PM’이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오후 7시가 힘든 회사일에서 벗어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연인과 함께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7PM’의 일몰 풍경이 워낙 예쁘다 보니 석양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이름으로 택한 이유라는 설이 SNS에서 퍼지고 있다.

실제로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곳은 나지막한 언덕과 높은 아파트 사이로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뷰를 가졌다. 루프탑은 비가 오면 꽝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넓게 열린 폴딩도어와 유리 천장을 이용해 비 오는 날도 충분히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다. 서 대표는 “어릴 적 읽었던 소설 ‘소나기’의 원두막처럼 비가 오는 바깥 풍경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창 밖으로는 색색 지붕이 예쁜 주택가가 자리 잡고 있어 마치 ‘응답하라 1988’에나 등장하는 어릴 적 정겨운 풍경으로 되돌아간 인상을 준다.

[사진설명 : 해질 무렵 ‘7PM’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

‘7PM’은 여러 공간으로 세분화돼 각각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하얀 천으로 분위기를 낸 공간은 ‘발리’를 콘셉트로 했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공간은 ‘뉴욕’, 해외 휴양지에 앉아 있는 듯한 느긋함을 선사하는 공간은 ‘산토리니’ 등 세계적인 휴양지 분위기를 녹여냈다. 특히 서 대표가 ‘힐링’을 강력하게 표방한 만큼 공간 곳곳이 푸르른 초록 식물들로 채워져 싱그러움을 준다.

[사진설명 : 핑크뮬리. 왼쪽의 볼품없는 초록색 풀이 9월말이 되면 고운 분홍빛으로 피어난다. ]

올가을에는 다시 한 번 ‘핫 플레이스’를 위한 비장의 무기를 준비 중이다. 이달 말 무렵 분홍빛으로 화사하게 피어나는 ‘핑크뮬리’라는 억새풀의 일종을 카페 가득 채워놓을 계획이다. 서 대표는 “7PM을 가족단위와 장년층 등 남녀노소 누구나 여유를 만끽하며 삶의 에너지를 채워가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글 사진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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