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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의 중국이야기] 혐한증의 실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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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6 06:00: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잔치 끝에 마음 상한 한국과 중국 젊은이들 간의 설전이 이성의 수준을 넘어 감정싸움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아직은 사이버공간에 한정되어 있지만, 공방전을 보면 마치 무협소설의 시나리오를 연상케 한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 문제는 인구에 회자된 이야기들이 진위와 상관없이 하나의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고, 각종 허언과 유언비어가 침소봉대되어 광기 어린 독설과 비난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우화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세 번의 거짓말이 진실을 가려내도록 기다리기에는 너무 심각하다.

돌이켜보면, 불과 얼마 전까지 드라마 대장금 때문에 ‘토끼눈’이 유행이 될 정도로 한류에 매혹되었던 중국인들이다. 그러던 중국인들이 갑자기 왜 그리 한국을 싫어하게 되었을까? 정말로 염한증(厭韓症) 혐한증(嫌韓症)이라 할 만큼 심각한 상태일까? 무엇이 중국 젊은이들을 광분시키는가?

중국 최대의 포털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QQ, 매일 수천만명 이상 15~25세의 젊은이들이 접속한다. 최근 이 포털사이트는 접속률이 배가 될 정도로 혐한증에 관한 기사가 인기(?)다. ‘한국의 허위정보를 나열한다’는 제목의 한 문장을 보자. ‘한국인들이 석가모니를 한국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한국의 문화확장 활동이 새로운 발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며 노자, 공자에 이어서 석가모니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인들은 두유 역시 한국이 발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언론에 의하면 만리장성의 일부분을 한국인이 축조했다고 한다’ ‘한국은 조만간 한자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할 것이다’ ‘손중산도 한국의 혈통이고, 월나라 미녀 서시와 마오쩌둥까지 한국의 혈통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이 강릉단오제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다. 단오절은 분명 중국의 전통 절기이고 아직도 굴원(屈原)이 투신한 음력 5월 5일을 단오제라 하여 잊지 못하고 있다’ ‘한국 모 대학 교수가 한국신화가 중국신화형성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활자인쇄술, 혼천의 등을 한국인이 발명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한 매체가 한국이 장래 중의(中醫)를 한의(韓醫)로 고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들이 단순한 우스갯소리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항목별로 조목조목 정리되어 있고, 날짜와 출처, 언제 누가 어떤 자리에서 언급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나름대로 역사적인 근거와 한국인의 정서까지도 부연설명으로 덧붙이고 있다. 그래서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접속하는 중국인들 누구나 한국인들이 지금 중국의 민족, 민속, 문화유산, 기술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혐한증의 원인이 역사나 과거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최근 혐한증을 사이버 공간에서 현실문제로 확대시킨 소위 ‘한국의 백구촌사건’이 그 대표적이다. 백구촌사건은 용인의 한 애견백화점 광고판이 발단이 되었다. ‘용인애견종합白화점’이라는 간판 옆에 조그만 광고판 하나가 부착되어 있는데 그것을 발견한 한 중국 유학생이 사진을 찍어 중국사이트에 게재한 것이다. 천안문광장과 만리장성을 합성한 배경에 천안문에 걸린 문구와 초상화를 바꾼 사진이다. ‘중화인민공화국만세’라는 왼쪽 문구는 ‘용인애견백화점’으로, ‘세계인민대단결만세’라는 오른쪽 문구는 ‘하얀개마을’로 바꾸었다. 이 정도는 디자인계의 애교라고 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중간에 위치한 초상화 때문이다. 중국의 영원한 주석 마오쩌둥의 사진을 ‘백구’로 바꾼 것이다. 사이버공간에서 현실세계로 뛰쳐나온 중국인들, 중국 외교부의 강력한 항의로 이어졌다. 한국 정부의 조치가 있었지만 사후약방문이었다. 이미 수천만의 중국 젊은이들이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여 사진을 다운받았고, 자신이 아는 모든 이들에게 이를 전파했다. 일파만파, 지금까지 혐한증의 내용을 반신반의하던 중국인들까지 이를 진실로 믿기 시작했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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