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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10만 시간의 지혜] 윤수호 구미발갱이들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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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8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천생산 정상서 매일 뽑아내는 농요(農謠)
 
구미발갱이들소리 보유자 윤수호 씨가 구미 천생산 등산로에서 구미발갱이들소리를 뽑아내고 있다.
경상북도 지정 무형문화재인 ‘구미발갱이들소리’는 농요다. 농사지을 때 고됨을 덜 느끼도록 구미 지산동 들판, 발갱이들에서 집단적으로 불러온 노래다. 예천공처농요, 상주민요와 더불어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있는 농요다.

1951년생 윤수호 씨. 구미발갱이들소리의 보유자다. 1997년 47세 나이로 처음 구미발갱이들소리를 시작했다. 늦깎이였다. 전업농도 아니었다. 2015년 보유자가 됐다. 18년 만이었다.

하루 10시간씩 노래를 불렀어도 18년이면 10만 시간에 턱없이 모자라다. 그렇다. 다른 무형문화재 기능, 예능보유자에 비해 경력이 짧은 편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고 했다.

“열심히 해서 알려야지. 수가 없어요. 요즘도 개인적으로도 하루 2, 3시간씩 연습합니다. 지산동에 전수관이 있는데 그 안에서 아무리 연습한들 시민들이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밖에 나와서 하죠. 산도 오르고 연습도 하고. 구미에 무형문화재가 있다고 자연스레 소개할 수 있잖아요. 시민들도 처음 알았다며, 그게 무슨 노래냐고 물어요. 그럼 자연스럽게 구미에서 불리던 농요라고 설명해요. 듣는 사람들도 소리가 좋다고 격려해줘요.”

늦깎이 보유자 윤 씨는 천생산을 매일같이 찾아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정상에 올라서 소리를 뽑아낸다. 그가 보유자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알림이 역할까지 자처하고 나선 데는 구미발갱이들소리의 존폐 위기감이 깔려있다.

우선 농업이 기계화되면서 농사짓는 사람이 줄었다. 자연스레 품앗이도 없다. 농요는 꿈도 못 꾼다. 예전엔 농요를 부르는 이들 모두가 남자였지만 지금은 남녀 절반씩이다. 발갱이들의 중심인 지산동민으로 한정하지도 못한다. 형곡동, 도량동 주민도 있다. 그래도 40명이 채 안 된다. 자주 모이기도 힘들다. 한 달에 4번 정도 모이지만 다수는 전업농이 아니다. 각자 생업을 갖고 있다. 윤 씨도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되기 전까지 운수업을 겸업하며 농요를 불렀다.

“가수지망생인 때가 있었지만 이 길로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제가 시작했던 1997년에도 지금처럼 전통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었어요. 그래도 지키려는 사람들이 모이고 노력하면 지금처럼 유지되거든요. 구미발갱이들소리는 선배들이 잘 발굴하고 닦아온 거거든요. 잘 지켜나가야죠. 의무감이 없으면 농요를 부를 이유가 없죠. 사람들이 알아보진 못해도 관계는 없어요. 하지만 이렇게 좋은 게 있다는 건 알리고 싶지요. 화합을 위해 시작한 농요잖아요. 지키려는 사람들이 모이고 노력하면 사라지지 않아요.”

글 사진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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