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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6일(화) ㅣ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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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8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27년 만에 나타난 악마에 맞서는 7명의 ‘악동’
 

실종사건 잦은 마을 데리에서

동생 찾아 나선 루저 클럽 친구들

스티븐 킹 소설 원작, 성장·호러물

‘뉴 키즈 온 더 블록’ 세대 향수 자극

1986년 출간된 스티븐 킹의 소설 ‘그것’이 원작이다. 이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비평적으로도 큰 인정을 얻었다. 스티븐 킹의 팬이라면 거의 최고로 치는 소설로, ‘스탠 바이 미’ ‘드림 캐처’ 등의 작품에서 보여주듯이, ‘그것’에는 스티븐 킹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아이들의 모험, 추억과 동심을 불러오는 소재, 미지의 무서운 존재 등장 등의 설정이 스티븐 킹의 유년기 공포물의 특징이다.

‘그것’은 이미 1990년에 2부작 TV 미니시리즈 ‘피의 삐에로’로 만들어져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는데, 이번에는 정식으로 영화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감독은 ‘판의 미로’를 만든 길예르모 델 토로에 의해 픽업되어 할리우드에서 ‘마마’(2013)라는 호러영화를 만든 스페인 출신 감독 안드레시 무시에티이다. 이 영화는 한국과도 관련이 깊어서, ‘올드보이’ ‘신세계’ ‘아가씨’ 등을 촬영한 정정훈 감독이 촬영을 맡았으며, 주인공 소년 빌을 연기하는 제이든 리허버는 외할머니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1980년대 후반 미국 메인주 가상의 도시 ‘데리’가 배경으로, 광대 모습을 한 악마 페니와이즈는 27년 주기로 나타나 아이들을 잡아먹는다. 유달리 실종사건이 잦은 마을 데리에서 빌(제이든 리버허)은 비 오는 날 하수구 앞에서 사라진 동생을 찾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학교 불량배(니콜라스 해밀턴)에게 괴롭힘을 당했거나, 부모의 무관심 혹은 학대를 경험한 리치(핀 울프하드)와 베벌리(소피아 릴리스)를 비롯한 7명의 아이는 자신들을 ‘루저 클럽’으로 칭한다. 이들은 모두 한 번씩 공포스러운 피에로 페니와이즈(빌 스카스가드)와 맞닥뜨린 사실을 알게 된 후, 힘을 합쳐 두려움을 극복하고 실종된 이들을 찾아 나선다.

원작의 모티프가 된 사건은 1970년대 미국에 실존했던 연쇄살인마 사건이다. 그는 광대 분장을 하고 어린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던 이로, 어린 청년과 소년을 30명 넘게 살해한 악명 높은 살인마이다. 스티븐 킹은 이 끔찍한 사건을 아이들의 시점에서 묘사하여 호러와 성장 스토리가 결합된 긴장감이 넘치는 공포 소설로 만들어냈다.

톰 소여와 허클베리핀의 모험담을 읽고 자란 청소년들에게 소년, 소녀의 모험은 낭만이 아니라 공포로 가득한 것이라며 비틀기를 감행한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서커스 캐릭터 광대가 악마로 등장하는 것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대상이 주는 근원적인 공포의 감정을 자극한다. 하수도, 지하실, 어둠 속의 계단, 열쇠구멍이 주는 은밀한 두려움처럼 광대가 주는 기이한 느낌은 아이들 각자의 트라우마와 맞물린다.

레이건이 집권하던 시기이자 신자유주의가 출발하였으며 보수적인 정치적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상업 대중문화가 만발하던 1980년대 후반을 복고적으로 추억할 요소들이 많다. 스트리트 파이터, 뉴 키즈 온 더 블록 등 그 시대를 청소년으로 살았던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하지만 유년기는 호기심과 들뜬 희망으로 채워진 게 아니어서, 아이들은 절망과 슬픔, 공포 속에서 간신히 버텨내었다. 루저 클럽의 아이들은 모두 하나씩 가슴속에 큰 짐 덩어리를 가지고 있다. 실종된 동생 조지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말을 더듬는 빌, 엄마 없이 생활하며 아버지로부터 유린당하는 소녀 베벌리, 엄마가 가지고 있는 병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을 이어받은 허약한 에디, 보수적인 유대인 종교 지도자 가정에서 꼼짝 못하는 스탠, 화마로 부모를 잃은 흑인 아이 마이크는 마음속 깊은 슬픔을 가지고 있는 데다 동네 일진에게 매번 당하는 아웃사이더들이다.

아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고 해결해줘야 할 어른들은 하나같이 이기적이고 무심하며 현실에 안주한다. 데리는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공포가 나날이 성장하는 도시가 되었고, 페니와이즈는 도시의 나약함과 무능함을 먹고산다. 숨어 있다가 27년 만에 다시 나타나 아이들을 잡아가는 악마 앞에서, 베벌리를 시작으로 7인의 아이들은 이와 맞서기로 한다. 상처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쪼그라드는 악당 앞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단순한 친구를 넘어서 생과 사를 함께한 진정한 동무가 된다.

호러와 성장담이 결합된 훌륭한 청소년 성장 모험 호러영화이다. 원작이 현재 격인 성인기와 과거의 유년기를 오가는 방대하고 복잡한 구성을 취하고 있어, 영화 제작진은 ‘챕터1’과 ‘챕터2’를 나누었다. 이번에 개봉한 ‘그것’은 유년기를 회상하는 ‘챕터1’이며, 향후 성인기를 그리는 ‘챕터2’가 속편으로 제작된다고 하니, 현재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그려낼 성인들의 호러영화를 기다리다 너무 지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민아(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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