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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天刑 88개의 그리움…『누구나 누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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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문문학 여덟 번째 서정적 시집, 이전 실험적 작업과 달라
 
 
 
대구동구문화재단 문무학 대표가 자신의 문학 인생을 돌아보는 여덟 번째 시집 ‘누구나 누구가 그립다’를 펴냈다.
 
‘오늘을 사는 건 내일의 그리움을 만드는 일/ 내일, 나는 그 어떤 일이 아니라 그 누구를 그리워하고 싶다.’

가을 서정과 남자의 우수가 짙게 밴 서시 한 편이 눈길을 끈다. 우리 정형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문무학 대구동구문화재단 대표가 시집을 펴냈다. 1983년에 첫 시집 ‘가을 거문고’가 나온 지 34년 만이고 문학 인생 40년을 돌아보는 여덟 번째 시집이다.

지난해 발간한 시집 ‘홑’에 이어 1년 만에 나온 이 시집은 2004년 이후 계속돼 온 그의 실험적인 시조 작업과 다르게 이번엔 삶의 보편적인 모습들을 담은 서정시로 구성돼 있다.

시조 작법(作法)과 거리를 두었다고 말하면서도 대부분 작품들이 시조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차용(借用)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작가는 시집 말미에 ‘한국 정형시의 주소를 검색하다’를 통해 이 책이 시와 시조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조의 위기에 대한 고민도 풀어놓는다. “시조는 한국 정형시의 대표인데 정형성 틀에 갇혀 스스로 제약하고 있어요. 시조가 형식을 다양화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장르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이 시집엔 88편의 작품이 5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작품들은 ‘삶=그리움’이란 등식을 만들며 그리워하는 삶을 일상적인 삶의 모습으로 일반화하고 있다. 시집 제목과 시인의 권두시는 ‘그리움’이란 고리를 만들어 시집 전체 흐름을 규정하고 있다.

2부 ‘예술을 읽다’에서 저자는 음악, 미술 작품에서도 그리움을 꺼내 시어로 변주하고 있다.

‘그리움을 던지다’의 3부에 이르면 그의 그리움은 더 짙은 향을 발하고 ‘그 여자’ 연시(聯詩)에서 시인의 ‘가을 타기’는 절정을 이룬다.

4부 ‘자연을 듣다’에서 작가의 관심은 잠시 자연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그리움의 끈은 여전히 이어진다. ‘감나무에 대한 기억’에서는 소쩍새 울음소리에 그리움을 풀어놓기도 하고 ‘가을 구상화’에서는 귀뚜리 울음소리를 그리움에 얹기도 했다.

그의 그리움과 관심은 5부(삶을 만지다)에서 물상(物象)과 공간으로 향한다. 휴게소에서 라면을 먹으며 ‘꾸불꾸불 걸어온 내 길’을 유추하고 시장 돼지국밥 집에서는 ‘씹어도 씹힐 것 없는’ 자신의 삶을 발견하기도 한다. 시인은 눈에 비친 모든 것들을 삶에 비유함으로써 그 크기에 맞는 그리움을 산뜻한 시어로 입히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최근 칼럼집 ‘왜 문화인가’를 펴냈다. 저자가 그동안 일선 문화현장에서 문화 행정가로서 느낀 소감이 담겨 있다. 정부, 지자체가 문화예술가를 왜 지원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거시적 관점에서부터 우리 일상 속 미시적 사안까지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다. 시민들의 문화 향유 방식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시민들이 문화를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인식하거나 어렵고 고급스러운 대상으로 여겨 스스로 문화를 멀리하고 있다는 것.

가을을 많이 타느냐는 질문에 시인은 단락과 장(章)에 그리움을 나열했지만 사실 그 행간엔 ‘아쉬움’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놓아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지고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그리움으로 전이(轉移)된다는 것.  

“시인들의 행위는 따지고 보면 모두 ‘그리움을 만드는 일’과 관련되어 있어요. 시작(詩作) 자체도 그리움을 형상화해가는 과정이죠, 나이가 들면 아쉬움과 친해지고 그리움에도 익숙해지겠지요. 시인에게 그리움은 ‘천형’(天刑)이자 평생 화두죠.”

한상갑 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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