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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 평화도 총구<銃口> 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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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2 00:05:04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문재인 대통령님. 지지자들의 반대에도 사드 배치를 결행한 그 용단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을 표합니다. 하지만 배치 완료까지 426일간의 찬반 논란으로 엄청난 국민적 에너지를 낭비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된 데는 집권 전부터 사드 배치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이었던 대통령님의 책임이 큽니다. 다시는 이런 ‘안보 자해’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럴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북핵에 맞설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떠오른 ‘전술핵’ 도입 주장에 청와대가 보이는 거부 반응은 ‘사드 사태’ 재발의 전주곡처럼 들립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안보 상황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습니다. 전략핵이든 전술핵이든 핵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는 것입니다. 핵은 핵으로만 맞설 수 있는 ‘절대무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님의 참모와 여당은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핵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북핵은 기정사실인데도 말입니다.

대통령님은 어떻게 할 겁니까? 또 사드 논란을 촉발한 그 평화주의적 신념에 따라 반대할 겁니까? 대통령님의 평화주의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그 신념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문제는 그 신념만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레온 트로츠키의 말은 정곡을 찌른 것이었습니다.

잠시 마하트마 간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호주 출신의 정치학자 존 킨은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에서 간디의 비극적 죽음이 독립 인도의 건국에 역설적이지만 다행이었다고 했습니다. 인도의 두 거인(巨人) 네루와 간디의 정치철학 때문입니다. 간디는 독립 인도가 입법`행정`사법권을 모두 갖는 소규모의 자치적 ‘마을 공화국’이 상호 연결된 형태여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간디는 성문헌법, 의회, 정당, 주기적 선거 등 의회 민주주의 제도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네루는 의회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헌정 국가를 꿈꿨습니다. 간디가 죽지 않았다면 국가 형태를 두고 네루와의 갈등은 불가피했고 인도의 국가 건설은 표류했을지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기자는 간디의 죽음이 인도에 다행인 이유는 또 있다고 봅니다. 간디의 무조건적 비폭력 평화주의가 가져올 파멸적 결과의 가능성입니다. 간디는 2차 대전 중 독일 유태인을 향해 “도살자의 칼에 자신을 제물로 바치고, 절벽에서 뛰어내려라. 그러면 세계와 독일의 민중을 일으켜 세울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유태인은 ‘도덕적 승리’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기자에겐 ‘개 풀 뜯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막스 베버가 살아서 간디의 말을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정치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있는 한 언명(言明)이 그 실마리가 될 듯합니다. “(정치인의 행위와 관련해 볼 때) 선한 것이 선한 것을 낳고, 악한 것이 악한 것을 낳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차라리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자는 실로 정치적 유아에 불과하다.” 정치적 선의가 정치적 결과의 좋음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치인이 견지해야 할 덕목으로 베버가 제시한 것이 신념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성찰 즉 ‘책임의 윤리’입니다.

대통령님도 당신의 신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전쟁 불가(不可)의 신념이 무조건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북핵의 인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평화는 평화를 강제할 수단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것이 없는 평화는 오직 적이 선의를 베풀었을 때만 가능한 ‘위장 평화’일 뿐입니다.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만 어찌 권력만 총구에서 나오겠습니까. 평화도 총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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