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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전술핵 재배치, 잃는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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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2 00:05:04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동국대(학사`석사`박사) 졸업. 현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현 북한연구학회 이사. 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한반도의 비핵화 스스로 파기할 때

한국, 북핵 폐기 압력 가할 명분 잃어

中·러시아 거센 반발 야기, 외교 갈등

‘공포의 균형’ 핵 전쟁 비화 가능성 커

한국에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문제를 두고 국내외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로 북핵의 고도화가 가시화하면서 한국에도 전술핵을 배치해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으로 1991년 철수시킨 전술핵을 26년 만에 재배치하자는 주장이다. 전술핵무기는 폭발력이 작은 핵무기로 주요 도시를 파괴하는 전략핵무기보다 위력이 작아 주로 적의 군사 역량을 국지적으로 파괴하는 데 쓰인다. 미국이 보유한 ‘B-61’ 계열 핵탄두가 대표적인 전술핵무기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옵션을 다수 검토 중이라는 NBC 방송 보도가 나와 파장이 커지고 있다.

NBC 뉴스는 9월 8일 수 명의 백악관과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보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아 사실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배치를 검토한다는 미국 유력 방송 보도가 나온 만큼 파장이 클 조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술핵 재배치 검토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국제정치적 측면이나 한반도와 동북아에 미칠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 이 검토는 고강도 북핵 대응책 중 군사적 대응의 최고점으로 보인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등으로 핵과 미사일 고도화가 거의 가까워진 데다 미 본토에 대한 위협이 피부로 느껴지는 심각한 상황에 대한 강력한 반작용으로 보인다.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제재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전술핵 재배치라는 ‘극약 처방’ 가능성까지 시사해 중국과 러시아를 대북 제재안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하지만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문재인 정부도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우리 스스로 파기하는 것으로, 북한에 대한 핵 폐기 압력의 명분을 잃는다. 한국에도 있는 핵무기를 북한만 없애라는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거센 반발도 불러올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상의 갈등으로 비화할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응한 전술핵 재배치 명분이지만, 결국은 미국의 핵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일본, 대만 등 동북아 역내 국가의 핵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잖아도 우발적, 돌발적 충돌이 상존하는 한반도가 자칫 핵 전쟁터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전술핵 재배치로 남북 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재배치는 1990년대 이전 냉전시대에나 군사적 효용성이 높았던 방식이다. 이제 미국의 핵잠수함이나 B1-B 전략폭격기 등 미국이 제공하는 현재 수준의 확장억제력만으로도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효과는 충분하다. 기술적인 면이나 외교적인 측면을 종합해 보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에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온다.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만만찮다. 일부 보수 정당이 적극적이다. 이 시점에서 보다 냉정하고 신중하게 한반도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전술핵 재배치는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

종합적으로 계산해 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다. 심리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위안을 줄 수는 있어도, 전술핵 재배치가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세고 크다.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 제재와 압박, 궁극적으로 대화를 위해 보다 차분하고 신중한 모색이 필요한 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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