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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호의 에세이 산책] 차차차~ 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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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2 00:05:04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우리나라 역사상 전 국민이 통일된 복장이 있었다면 남녀노소 모두 검정 고무신을 신었고, 국민 모두가 흰옷을 입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백의민족’이라고 했다.

짚신, 나막신에서 검정 고무신의 개발은 생활에 기적을 이루었다. 장날 아버지가 사온 검정 고무신이 좋아 윗목에 놓아두고 자다가 만져보기도 했다. 그 당시 고무신은 질이 좋지 못해 잘 닳았다. 엄지발가락에 구멍이 나면 흙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버지는 새 신을 사 주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신발 때우는 곳에 들러 땜질한 신을 신어야 했다. 운동회 때나 달리기를 할 때는 고무신이 잘 벗겨져 맨발로 뛰었다.

뒤에 하얀 고무신이 나왔는데 어른들은 똑같이 흰 고무신을 신었다. 백의민족 하얀 옷에 하얀 고무신이 잘 어울렸다. 잔칫날이나 상갓집에는 신발소동이 자주 일어났다. 헌 신을 벗어놓고 새 신을 신고 가는 얌체도 있었지만 똑같아 헷갈렸다. 이 때문에 신발바닥에 자기만 아는 ○, X 등의 표시를 의무적으로 했다.

회갑연에 술, 감주, 묵 등을 만들어 부조를 했는데 간편한 고무신으로 바뀌어 신발 몇 가마니를 받은 집도 있었다. 선거 때가 되면 고무신이 뇌물로 둔갑했다. 물놀이하다 떠내려가는 고무신을 따라가다 길을 잃어 고아가 된 사람이 방송국에 나와 부모를 찾기도 했다.  

검정 고무신밖에 모르던 그때 그 시절 뜻밖에 운동화 배급이 나온 일이 있었다. 한 반에 한 켤레 정도로 기억된다. 발에 맞고 안 맞고는 이차적인 문제였다. 심지 뽑기를 하여 당첨되는 행운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었다.

그런데 학교가 발칵 뒤집힐 정도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발목까지 오는 진짜 가죽 구두가 전교에 딱 한 켤레 배급이 나온 것이다. 이 구두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이었다. 결선 추첨에서 구두를 차지하게 된 행운아는 고릴라 같이 생긴 5학년 학생이었다.

그는 구두 때문에 응원단장이 되었고, 가을운동회 때는 그때 유행한 ‘차차차~ 차차차~’ ‘3`3`7’, 기차 박수를 손과 발로 리드할 때, 먼지를 일으키며 폴짝폴짝 뛰는 모습은 구두가 아니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연기를 보여 전교생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해방의 기쁨도 맛보기 전에 뜻하지 않은 6`25전쟁이 일어났다. 모두 피란길에 올랐다. 날이 저물면 피란민들은 민가에 들어가 하룻밤 신세를 졌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자고 나면 응원단장과 비슷한 발목까지 오는 구두는 감쪽같이 없어지는 것이다. 갈 길은 멀고, 맨발로 갈 수도 없고, 신발 살 곳도 없는 그때, 신발 잃은 어린이의 우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서전에 초등학교시절 부잣집 친구의 좋은 가방에 칼질을 했다고 한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는 빈부의 갈등, 계층 간의 갈등이 활화산이 되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원자탄보다 더 무섭다.

송일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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