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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3일(토) ㅣ
[영천에 노계문학공원 들어선다] 박인로 선생 '누항사' 읊으며 도계서원 황톳길 힐링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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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3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31억 투입한 문학관 내년 개관, 작품세계·의병 활약상 영상물
 
도계서원 앞 저수지 주변에는 노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문학 산책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민병곤 기자
 
노계 문학관이 최근 영천시 북안면 도천리 도계서원 옆에 건립됐다. 영천시는 전시실 단장을 거쳐 내년 상반기 개관할 예정이다. 민병곤 기자
 
영천시 북안면 도천1리 괴화마을에는 노계 생가 터가 남아 있다. 현재 개인 소유로 현대식 시멘트 건물과 텃밭이 있다. 민병곤 기자

조선시대 3대 시가문학의 대가로 꼽히는 노계 박인로(1561∼1642)의 문학관이 최근 영천시 북안면 도천리 도계서원 옆에 들어섰다. 송강 정철과 고산 윤선도 문학관보다 늦게 지었지만 이제부터 노계의 문학작품과 삶을 제대로 조명할 수 있게 됐다. 노계 문학관은 전시실 단장을 거쳐 내년 상반기 개관할 예정이다.

◆노계 문학공원 조성 추진

노계 문학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사업비 31억원을 들여 현재 건물만 건립됐다. 문학관은 연면적 441㎡ 규모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 기와를 얹은 1층 건물이다. 전시장, 소강의실, 사무실, 다목적실 등을 갖췄다.

영천시는 박인로의 일생, 안빈낙도, 의병 활약, 작품 세계 등을 소재로 영상물을 제작해 노계 문학관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또 박인로의 시문집인 노계집 목판본도 전시한다.

박인로의 표준 영정 제작도 추진한다. 현재 노계의 영정이 어느 곳에도 없어 얼굴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다만 북한에서 1961년 박인로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우표에는 노계의 초상화가 있으나 이마저도 근거는 없다고 한다.

영천시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사업비 30억원을 들여 노계 문학관과 도계서원 주변에 노계 문학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박인로를 제향하는 도계서원 앞에는 1980년 전국 국어국문학 시가비 건립동호회가 세운 노계가비가 있다. 앞면에 노계가 1636년 76세 때 은거지인 경주 산내 노곡의 경치를 노래한 가사 '노계가'가 새겨져 있다.

또 1984년 고 심재완 박사와 당시 지역 대학 총장들이 뜻을 모아 세운 노계시비가 있다. 뒷면에 박인로의 효심을 노래한 시조 '조홍시가'를 새겼다. 시비 앞면과 뒷면이 통상적인 모습과 다르다.

도계서원 앞에는 아담한 저수지도 있어 방문객들에게 아늑한 느낌을 준다. 영천시는 이 저수지 주변에 문학 산책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문학 산책길에는 황톳길 구간을 마련해 사색과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노계 작품을 새긴 돌과 목각, 작품 배경 사진 등도 설치한다. 관람데크, 팔각정, 벤치 등 편의시설도 마련한다. 도계서원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도 설치한다.

'조홍시가'를 새긴 노계시비 앞쪽에는 감나무를 심어 소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노계 문학관과 도계서원 진입로에는 벚꽃길, 배롱나무길, 이팝나무길, 감나무길, 마로니에길, 단풍나무길 등을 만든다. 도계서원으로 가는 길 왼쪽에는 이미 감나무를 심었다.

◆가사 '누항사'의 무대 괴화마을

영천 북안면 소재지를 지나 명주리로 가는 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들어서면 도천리 마을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다시 경부고속도로 굴다리 밑을 지나면 도천1리 '괴화마을'이다.

동네 어르신들은 예전 마을에 커다란 괴화나무가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영천 지명 유래'에는 회화나무가 많았다고 기록돼 있다. 괴화나무는 잡귀를 물리친다는 회화나무로 조선시대 궁궐, 서원, 향교 부근에 많이 심었다.

노계는 1561년 6월 12일 이 괴화마을에서 태어났다. 도천1리 마을회관에서 서쪽으로 50m쯤 가면 오른편 넓은 골목길 안쪽에 노계 생가 터가 남아 있다. 600여㎡ 터에 초막 같은 노계의 옛 집은 찾아볼 수 없고 시멘트벽의 작은 집이 있다.

노계는 32세 때인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의병활동을 했다. 38세인 1598년 경상좌도병사 성윤문의 막하에서 수군으로 종군해 공을 세웠다. 39세 때 무과에 급제해 수문관, 선전관, 거제도 조라포(현재 구조라) 만호를 지냈다. 50대 초반에 귀향해 괴화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학문과 창작활동에 몰입했다. 괴화마을은 노계의 가사 '누항사'의 무대다.

'누항 깊은 곳에 초막을 지어 두고/ 바람비 조석에 썩은 짚이 섶이 되어/ 서홉 밥 닷홉 죽에 연기만 많이 난다/ 덜 데운 숭늉으로 빈 배 속일 뿐이로다/ 생애 이렇다고 장부 뜻을 옮길런가/ 안빈낙도 한마음을 적을망정 품고 있어/ 의를 따라 살려 하니 날마다 어긋난다.'

현대어로 옮긴 누항사의 한 구절이다. 누항은 누추한 마을로 자기가 사는 동네의 겸칭이다. 가난하지만 옳은 일을 추구한다는 노계의 사상이 담겨 있다. 누항사에는 노계가 서쪽 두둑 높은 논에 물을 댄 뒤 소를 빌리러 갔다가 쫓겨나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구절도 있다. 노계가 물을 댄 논은 괴화마을 서쪽 산자락으로 추정된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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