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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철이 만난 사람]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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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5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文 정부는 '과잉재정'…최저임금 지원 등 민간에 과다하게 관여"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 사진 김상형 객원기자
송언석(54) 국민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는 오랜 세월 동안 곳간지기였다. 곳간도 보통 곳간이 아니라 한 해 수백조원 규모 살림을 살아야 하는 나라의 곳간이었다.

그는 기획재정부에서 2차관`예산실장`예산실 예산총괄심의관`경제예산심의관`행정예산심의관 등 ‘예산’ 관련 직책을 대부분 거쳤다.

이만한 경력이면 명쾌한 답변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퍼주기 논란’을 부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과연 ‘퍼주기’인지에 대한 대답 말이다.

그는 오랜 세월 공직에 있었던 사람답게 거친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도, 합리적 설명을 통해 정확한 실상을 알려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퍼주기’라는 공격적 용어는 쓰지 않았지만 ‘과잉재정’이라는, 기자가 보기에 제법 ‘고상한’ 단어를 통해 실상을 보여주려 했다. 시간은 금방 갔고, 취재 노트는 순식간에 검은 글자로 가득 찼다.

-문재인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두고 ‘퍼주기’라는 얘기가 있다. 동의하나?

▶퍼주기라고 얘기하는데 용어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린다. (퍼주기는) 정치 공격적 용어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 정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이 정부의) 재정은 확장적으로 가고 있다. 과잉재정 시대가 도래하는 느낌이 있다.

-과잉재정? 어떤 측면에서 그러한가?

▶(예산을 짤 때는) 이 사업이 타당한가, 시급한가 등을 본다. 타당하고 시급하다 해도 중앙정부가 할 건지, 지방정부가 맡을 건지, 아니면 민간이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구분해야 한다. 지금 정부의 예를 들어보자. 최저임금을 올렸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올린 최저임금을 정부 재정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의 임금 인상에 따라 발생한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거둬서 기업의 임금 인상을 지원해주는 것이 맞는가? 이것이 재정의 원칙에 맞는 것인가? 재정이 민간 부문에 과다하게 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잉재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세수가 이 예산을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과잉재정인가?

▶세수는 늘어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내수 회복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드 보복 기간 중임에도 중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는 등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추세다. 우리나라 대외의존도가 70%에 이르는데 세계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세수가 좋다. 게다가 내수도 회복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세수가 잘 들어온다. 그런데 올해와 지난해 세수가 늘어난 부분을 잘 짚어봐야 한다. 국세 통합 징수 전산망이 구축됐다. 민간 활동에 대한 국세청의 정보량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소득세`법인세 자진신고 등 여러 세목에서 세수가 늘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2013년과 2014년엔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에 세수 전망을 높여놨는데 결국 결손이 나서 추경을 하면서 국채를 발행했다. 이 경험으로 인해 지난해와 올해 세수 전망이 보수적으로 만들어졌고 그러다 보니 예상보다 세수가 좋게 나왔다. 내년 예산안에도 아마 (최근의) 세입 탄성치를 넣지 않았을까 우려가 있다. 내년도 이후에는 세수가 예상하는 만큼 안 들어올 수도 있다. 예산은 한 번 정해지면 지출에 맞춰 세수를 맞춰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채를 발행해서 부족분을 메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 확대 등 사회보험에서도 지출을 늘린다는데?

▶기획재정부 차관 할 때 예산실 내에 ‘연금보험과’를 만들었다.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7대 사회보험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또 보험금으로 나간다. 그런데 국민과 정부의 관심은 적다. 그래서 연금보험과를 만들었다. 과를 만들어 검토를 하니 과거 구조하에서 건강보험 경우, 2023년에는 적자로 돌아선다고 봤다. 이번에 보장성을 확대한다고 한다. 20조원을 적립해 놨는데 보장성을 확대해 적립금을 다 털어 넣으면 2, 3년 안에 적자가 된다. 정말 걱정이다. 국민연금도 아직은 돈을 내는 사람이 더 많아서 흑자경영이 가능한데 2040년쯤이면 적자가 될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국민연금을 타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적자나 기금 고갈은 이미 예고돼 있다. 조정 작업은 필연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무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과잉재정이나 사회보험 보장성 확대 등에 대한 문제점을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행정에서는 상명하복이 의무다. 지시사항이 내려오면 탈법`불법 사항이 아니면 지시사항을 거부하거나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이다.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특정인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부가 운영을 잘해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크게 줄였다. 줄이는 게 맞나?

▶내가 지난 정부에 있을 때 올해 예산(2017년)을 짜면서 그 전해에 비해 SOC 예산을 8.2% 줄였다. 칼질이라며 비난이 많았고 국회도 반발했다. 이번에는 20%나 줄였더라. SOC가 지금 기본적으로 많이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어서 줄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SOC가 충분하기 때문에 추가 투자를 줄이자는 논리는 맞는데 "이게 적폐다, 삽질 예산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 방산 비리가 있으니 방위사업 예산을 없애자고 할 수 있는가? 아니지 않은가? 국민에게 꼭 필요한 교통`물류 등은 국가가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의 눈에서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측면에서 (SOC도) 꼭 필요한 소요는 반영을 하는 것이 맞다.

-나라 살림 실무를 맡은 공직자로서 어떤 원칙을 갖고 살아왔나?

▶예산을 편성하는 사람들은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야 재정을 잘 지킬 수 있다. 공직 생활을 31년 했는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누리과정 사업에 대한 기억이 가장 오래 남는다. 원래 지방에서 맡는 것으로 약속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중간에 교육감이 바뀌고 나니 성향이 다른 분들이 들어와서 “돈 못 내겠다”고 해서 쟁점이 됐다. 결국 매년 예산을 조금씩 주면서 협의를 해왔다. 그러고 난 뒤 특별회계법을 통과시켰고 여야 합의로 8천700억원을 이 사업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필요 재원 2조원 전부를 다 주기로 하고 예산안에 넣었더라. 모든 과정을 몸으로 겪어왔던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여야 의원들 찾아다니면서 협의하고 회의도 했는데 정부가 바뀌니 한꺼번에 털어 넣었다. 허탈했다. 많이 주면 가장 쉬운 일이다. 재정하는 사람이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줄 돈이 한정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여야, 지방자치단체에다 청와대까지 주라고 한다. 요구를 모아놓으면 현재의 재정을 확 뛰어넘는다. 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재정하는 사람은 욕먹어야 한다. 우리 살림도 그렇지 않나? 아이들 용돈 더 늘려달라고 하면, 집사람이 생활비를 더 달라고 하면? 무작정 늘려줄 수 없는 것 아닌가?

-바쁜 공직 생활 중에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학자로서 얘기해달라. 이 정부가 케인즈 이론을 들고 와서 재정을 많이 풀어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는데, 학자로서의 견해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용어 자체는 굉장히 좋은 이야기다. 개인의 소득을 높여서 선순환을 촉진하는 것인데 어느 나라도 이를 성공시킨 사례가 없다. 어찌 보면 지금 생체 실험을 하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이 성공적인 사례였다면 선진국도 다 했을 텐데, 그런 사례가 없다. 대통령이 소득 주도 성장을 얘기했으니 정부도 거기에 맞추려는 움직임이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를 했던 슘페터는 '경제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장기적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 지금처럼 단기적 처방은 경제 체질을 약화시킨다. 경제가 자기 정화 작용을 해야 한다. 규제완화 등을 통해 경제가 스스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저성장 기조가 현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혁신적인 성장 전략을 통해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기적 처방보다는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인가?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면 약을 과잉으로 쓰는 의사가 있다. 단기적으로 고통을 잊으니 명의라고 하지만 환자를 생각한다면 약을 많이 써서는 안 된다. 약을 쓰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해야 한다. 모르핀은 너무 자주 쓰면 안 된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금융부터 규제가 너무 많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뛰는 금융회사가 안 나오는 이유다. 금융을 비롯해 규제를 없애야 한다. 노동시장도 유연하게 해야 한다. 경제가 스스로 살아서 움직일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 이야기를 해 보자. 지방에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재정분권을 해야 하지 않나?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은 국세와 지방세 재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다. 일단 지방세를 조금 더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조례에 의해 세금을 거둘 수 있도록 재량을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법률이 아닌 조례로 세금을 거두는 것이 맞느냐는 쟁점이 있다. 지방세법에 근거를 좀 더 두고 다양한 세목을 지방에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 대책도 있다.

-국세를 지방세로 대폭 전환하는 방법은?

▶국세를 지방세로 바꿔주면 간단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우려다. 세수가 많은 지역에서는 돈 많은 지방정부가 탄생하고 이곳에서는 돈을 많이 쓸 수 있다. 세수가 없으면 그 반대가 된다. 그래서 교부세를 두고 있는 것이다. 교부세의 존재 이유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함이다. 국세를 지방세로 넘겨주는 것도 방법이지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부세를 늘리는 쪽으로 봐야 한다. 교부세를 받는 지자체들은 '왜 중앙정부가 마음대로 지표 점수를 따져서 나눠 주느냐'고 불만을 내놓기도 한다. 지방협의체에서 자율적으로 협의해서 이를 개선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현재로서는 국세를 상당 부분 지방으로 넘기면 문제가 발생한다. 교부세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은 지자체로 내려가는 교부세가 아니라 지방 교육재정으로 내려가는 교육재정교부금이다. 지방교부세는 국세의 19.24%,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국세의 20.27%다. 지금 국세에서 이만큼씩을 떼내 지방으로 내려주고 있다. 그런데 고령화가 되면서 복지 재정 지출로 인해 지자체는 돈 쓸 곳이 폭증한다. 그런데 학생 수가 줄면서 교육청은 부담이 줄었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합해서 지자체가 재원을 통합 관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앞으로 교부세 비율을 늘리는 작업과 함께 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묶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일본도 교부세 제도를 운용하는데 일반 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이 통합돼서 지자체로 간다. 우리는 해방 이후 '교육입국'을 내세우며 교육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별도의 재정을 가졌다. 그때는 그게 맞았다. 지금은 그게 맞는지 점검할 때가 됐다. 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정리 유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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