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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투어]대구 지하철1호선 안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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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8 06:00: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산방골 초례청을 아십니까?
 
 
 
세상을 살면서 여러가지 기쁨이 있겠지만 ‘발견의 기쁨’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도 클 뿐만 아니라 사라지고 잊혀졌던 것을 재발견하는 기쁨도 매우 크기 마련. 이번 주 ‘종점투어’로 나선 대구지하철1호선 종점인 안심역에서 초례봉 가는 길에서는 새삼 발견의 기쁨을 맛봤다.

◆12개 능선, 12개 공공기관의 함수 관계는?

대구지하철1호선 동북쪽 종점인 안심역. 송정삼거리에 있는 안심역의 역명 유래부터 살펴보는 게 순서일 것 같다.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이 공산 등지에서 후백제와 전투한 결과 대구, 특히  동구에는 반야월 등 왕건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안심 역시 마찬가지다. 태조 왕건이 공산전투에서 후백제 견훤에게 패하고 신숭겸 장군 덕분에 후백제의 포위망을 빠져나와 더 이상 적들이 따라오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고 해서 안심(安心)이란 지명이 생겨났다.  

안심역 개찰구를 빠져나오자 여러 목적지와 함께 초례봉이라고 적힌 작은 안내판이 보인다. 얼마전까지는 초례봉은 아예 표기 되지 않았지만 안심역을 거쳐 초례봉으로 가는 등산객이 많아짐에 따라 뒤늦게 초례봉이 포함됐다. 안심역사를 둘러보니 마침 광고판 한 곳이 비어 있다. 대구 동구청 등이 주민은 물론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초례봉을 찾아가는 자세한 안내판이라도 만들어 달았으면 좋겠다는 게 주민들의 이구동성. 고시만 된채 10년 이상 빈터로 남아 있는 안심역 환승주차장도 하루 빨리 만들어져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해야 한다는 얘기도 잇따랐다.

안심역을 빠져나와 초례봉으로 가려면 1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 반야월농협 동부지점을 거쳐 동내천을 거슬러 오르며 초례봉으로 가는 도보여행을 시작한다. 차편을 이용, 칠보사나 동내2리까지 간 뒤 산행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이길을 간다.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고, 감이 붉은 색을 띠기 시작한 길은 제법 운치가 있다. 그러나 곳곳에 빈집이 많아 조금은 을씨년스럽다. 이곳은 12개 공공기관이 들어오는 대구혁신도시 예정지여서 상당수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한 상태다.

◆묻혀진 명소, 초례청!

동내2리에 차를 세워두고 5분정도 가자 주민들이 수리못이라 부르는 작은 못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초례봉 산행이 시작된다. 못 주위에 살모사 한마리가 보였다. 섬뜩한 기분도 들었지만 자연이 잘 보존돼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안심역에서 초례봉을 다녀오는 데에는 3시간30분에서 4시간 가량 걸린다. 수리못을 통해 초례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탓인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신방골이란 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는 아기자기한 멋을 간직하고 있다. 마사토가 깔린 길은 완만해 산행을 하기에 편하고, 소나무 등이 우거져 철 지난 더위에 지칠법한 등산객을 달래준다.

산행 시작 30여분만에 신방골이란 계곡의 이름을 낳은 주인공인 초례청에 닿았다. 신방(新房)은 신랑`신부를 위해 새로 차린 방을 뜻한다. 여기에도 태조 왕건관련 전설이 있다. 후백제군의 추적을 피하다 기진맥진해 쓰러져 있던 왕건은 어느 나무꾼을 만나 주먹밥을 얻어먹고 기운을 차려 후백제군을 멀리 따돌린 것을 깨달은 뒤 왕으로서의 위엄을 갖추고 처음으로 산 정상에 올라 사방을 살폈는데 바로 지금의 초례봉이다. 그 무렵 초례봉 아래 7부 능선에 자리한 한 집에서 왕건은 28번째 부인과 신방을 차렸고, 그 건물은 초례청이 됐으며 계곡의 이름은 바로 신방골이 됐다는 것. 초례(醮禮)는 혼인을 지내는 예식을 뜻하며, 초례청은 초례를 치르는 곳을 일컫는다. 주민들은 신방골을 ‘신배이골’로 부르고 있다.

180년 전에 중수한 것으로 짐작되는 초례청은 한눈에 보더라도 대단한 위엄을 갖고 있다. 태조 왕건이 신방을 차렸다는 전설에 걸맞는 풍모를 갖추고 있는 것. 비록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솟을대문은 웅장함마저 엿보인다. 그 다음으로 둘러본 초례청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처마에 붙은 용머리 장식. 그 옆으로 연꽃과 난 등을 새겨 넣은 조각품도 보였다. 용이 왕을 상징하는 것에 비춰보면 왕건이 신방을 차린 초례청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초례청 건물 옆으로는 평민들이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작은 집이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왕건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묵었다고 한다. 초례청 옆으로는 맑은 개울이 흘러 식수를 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군사들이 말을 잡아 먹었다는 밀밭골과 왕건이 잠시 몸을 숨겼다는 범굴도 있다.

◆산행 및 생태관광 보고 초례봉`안심습지

‘초례청’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시(詩)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이 신동엽 시인이 쓴 ‘껍데기는 가라’다.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시인의 시처럼 남과 여가 혼례를 올리는 초례청은 아름답고 신성한 곳이다.

그러나 초례봉 아래 위치한 초례청은 돌보는 사람이 없어 갈수록 퇴락하고 있다. 넓은 공터였을 초례청 앞에는 수풀이 무성하고 건물과 담장 곳곳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건물 앞에는 그 흔한 안내판마저 없다. 초례청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실정. 1천100년 전 태조 왕건과 안심 주민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는 초례청이 제 모습을 찾고, 대구경북 사람들은 물론 외지인들이 즐겨찾는 명소로 탈바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초례청에서 초례봉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다. 해발 635.7m인 초례봉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등산객들에게 상당히 먼 지역까지 살펴볼 수 있는 경관을 선물한다. 동쪽으로는 하양, 금호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경산이 발 아래에 펼쳐진다. 남서쪽으로는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과 대구시가지도 보인다. 북쪽으로는 팔공산의 영봉들이 겹겹이 둘러서 있다. 초례봉을 거쳐 환성산 감투봉, 갓바위까지 가는 등산객들도 있다.

초례봉 외에 안심역에서 갈 수 있는 또 다른 명소가 ‘안심습지’다. 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다. 물을 담고 있는 땅을 뜻하는 습지는 물이 흐르다 고이는 오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생명체를 키우고 완벽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갖춘 생태계다. 금호강 제방 아래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안심습지의 면적은 7만㎡(2만1천여평). 늪의 전형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생이가래`자라풀`마름`부들`물억새…. 볼 것이 적지 않다. 겨울철에는 습지위 제방에 서서 철새를 관찰하기에도 그만이다. 각종 오리류와 큰고니, 고니 등이 자주 찾아온다.

◆안심 토박이 김채환씨

“접근성이 좋은 지하철 1호선 안심역과 초례봉, 안심습지를 하나로 묶어 관광벨트화한다면 충분히 승산있다고 봅니다.”

초례봉 산행길을 안내해준 안심 토박이 김채환(49)씨는 ‘초례봉 사랑 모임’을 만들어 2001년부터 매년 초례봉에서 새해맞이 행사를 여는 등 초례봉을 알리는 데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씨는 “초례봉과 초례청, 신방골 등은 고려 태조 왕건의 자취가 서려 있는 등 역사`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자산인데도 구청 등 관련기관의 무지와 무성의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채 방치되고 있는 상황”라고 지적했다. “대동여지도에도 ‘초례산’이 등장할 정도로 초례봉은 깊은 역사성을 갖고 있어요. 태조 왕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초례봉을 비롯한 인근이 제대로 정비, 개발돼 대구경북 사람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대현기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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