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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마을, 율하동…동네책방협동조합 '책방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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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동네책방협동조합 '책방아이'는 영어 그림책 읽기 강좌 '책방엄마 English'를 마련했다. 참여한 엄마들이 자녀 교육에 대한 강사의 브리핑을 듣고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사라지던 동네책방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은 2000년대 이후 출판시장 불황과 가격 파괴를 앞세운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입지가 점점 줄어들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1996년 5천378개로 정점을 찍은 전국 서점 수는 20년 새 70% 이상 감소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최근 30, 40대를 중심으로 동네책방 창업 분위기가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네 주민과 공존하려는 사회적경제 조직인 마을기업 책방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마을기업 책방은 취향이 비슷한 책방 주인과 고객 간의 소통은 물론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마을 공동체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동네책방

대구 동구 율하동 세계육상선수촌2단지 앞 동네책방인 '책방아이'. 30대 엄마 8명이 테이블 양쪽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손에는 영어 그림책 'Polar Bear, Polar Bear, What Do You Hear?'(북극 곰아, 북극 곰아 뭐가 들리니?)가 들려 있다. 강사가 책을 소개하고 아이들에게 영어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줄 것인지 브리핑을 한다. 그런 후 엄마들은 각자 영어 그림책을 읽기 시작한다. 강사는 엄마들 곁으로 다니면서 발음이 안 맞으면 단어 하나하나 교정해 준다. 강사는 엄마들이 해석이 잘못되면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1시간가량 책 읽기를 마친 엄마들은 각자 읽은 그림책에 대한 독후감을 쓴다. 동네책방협동조합 '책방아이'가 기획한 영어 그림책 읽기 강좌 '책방엄마 English'의 한 장면이다. 강좌에 참여한 이소진(34) 씨는 "우리 아이에게 영어 동화책 읽어주기가 항상 1%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동네책방에서 엄마를 위한 유익한 수업이 개설돼 영어 잘하는 엄마로 거듭났다"고 즐거워했다.

◆동네 주민에 맞춤형 서비스 제공

책방아이는 주민 5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마을기업이다. 어른도 아이도 책을 통해 진짜 나를 찾자는 뜻에서 차렸다. 1인당 출자금 200만원을 내고 정부 지원금으로 첫해 5천만원을 받았다. 올해 행정안전부 마을기업에 선정돼 지난달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작은 책방 안에는 어른, 어린이책 2천여 권을 비치하고 있다. 주로 힐링, 슬로시티 관련 책이다. 책방아이의 최대 강점은 개개인 맞춤형 책을 추천하는 북 큐레이션 운영이다. 정회원을 모집해 상담을 통해 독자 관심 분야를 파악하고 매달 15일 편지와 함께 책 꾸러미(2, 3권)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가까운 지역은 직접 배달하고 먼 지역은 택배로 보내주고 있다. 개점 한 달여 만에 입소문을 타며 밴드 회원이 200명을 넘어섰다. 정회원은 월 회비가 2만, 3만원이다. 북 큐레이터 백은희(36) 씨는 "개개인 맞춤형 배달 서비스의 호응이 높아지면서 독서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빠른 시대에 조금 느리더라도 책으로 사람이 모이고 한걸음 쉬어가며 삶을 향기나게 가꾸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 책 읽기 공간 '벙커' 눈길

책방 안 오른쪽에 있는 2층식 원목 벙커가 눈길을 끈다. 벙커 안에는 어린이 책 1천여 권이 비치돼 있다. 안락한 1인용 소파도 6개나 갖춰져 있다. 아이들은 소파에 기대어 내 집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슬리퍼를 끌고 나와 편안한 마음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재를 콘셉트로 만들었다. 마트나 학교, 학원 외에는 정기적으로 갈 곳이 없던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책 놀이터인 셈이다. 벙커는 월 회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월 회비는 7만9천원, 하루 이용료는 3천900원이다. 월 회원은 월~일요일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고 독서 상담, 독서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준다. 율금초등학교 5학년 송태민 학생은 "내 방보다 여기가 더 편해요. 책방 와서 보고 싶은 책 실컷 읽고 쉬다가 학원가요. 벙커 안의 책을 다 읽고 나면 제 책도 만들고 싶어요"라며 좋아했다.

◆블라인드 북 비치…독립출판도 지원

책방아이는 매일 블라인드 북(비밀의 책) 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책 제목을 모르게 1권, 2권 포장해 10여 꾸러미를 책방 앞에 놓아두고 있다. 꾸러미 책 선정은 북 큐레이터가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이다. 포장지에는 독자들의 취향과 기분에 맞게 여러 글귀를 적어두고 힌트를 주고 있다. 독자들은 주로 생일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해간다고 한다. 또 책방아이는 동네 주민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독립출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조합원 중에서 구술사를 선정해 아이 성장 동화책이나 가족여행기, 자서전 등 여러 형태의 책을 만들어주고 있다. 벌써 고택 순례, 유럽여행기 등 독립출판 의뢰가 잇따르고 있다. 마을기업으로서 지역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안심제1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홀몸노인의 구술자서전 집필 등 연계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동네 주민 위한 다양한 책방 행사

책방아이는 동네 주민과 문화 향유를 위해 다양한 기획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마을 직장인을 대상으로 책방에서 '세계맥주와 함께 떠나는 세계문학 여행'을 시작한다. 문학여행은 내년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린다. 이달 28일 첫 행사에는 박주연 강사를 초청해 러시아 국민작가 푸시킨의 단편집 '벨킨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10월에는 영국 작가의 작품을 선정해 문학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문학여행 수익금은 전액 책 읽기 마을 공동체를 위한 독서신문 제작에 기부할 예정이다. 또 책방은 동네 주민의 독서모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엄마 독서모임, 어린이 독서 모임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김남희(38) 책방아이 대표는 "문화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동네와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업이다"며 "우리 마을을 책 읽는 마을로, 나아가 동구의 문화 허브 역할을 하는 착한 책방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동석 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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