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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춘 영남대 객원교수의 이공계 'Technical Writing'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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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2 07:14:2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문장구조+논리 알면 글쓰기 한결 쉬워요
 
 
 
이공계 글쓰기 강사로 유명한 임재춘 영남대 객원교수가 지난달 27일 대구시 교육청에서 특강을 했다. 자신이 쓴 책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를 읽은 교육청 직원들과 학교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두 시간 가까이 열변을 토했다. 특강 후 임 교수를 만나 이공계 연구원이나 직장인이 아니라 중·고교생들, 특히 이공계에 관심이 많거나 진학하려 하면서도 논술고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학생들에게 전할 도움말을 청했다.

“글쓰기는 이공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모든 곳의 문제입니다. 이해하고 쓰는 능력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시대가 머잖아 닥칠 것입니다. 논술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임 교수는 앞으로 20년 내로 모든 화이트칼라 직종의 80~90%가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20년 동안 IT(정보기술)로 인해 화이트칼라 직종의 절반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앞으로는 변화의 범위와 속도가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일 거라는 얘기였다. 바로 BT(생명기술) 때문이다.

“BT는 워낙 방대하고 발전 속도가 빠른데다 어떤 분야와도 융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모르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IT는 배울 곳이라도 있었지만 BT는 스스로 학습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스스로 학습하는 데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이해하고 쓰는 능력.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도입하는 이유는 변별력 문제도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을 인식한 데 따른 필연적 조치라고 풀이했다.

이공계의 경우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훨씬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임 교수는 강조했다. 어렵게 수학과 과학 과목을 공부하지만 사회에서 제대로 써먹을 학생은 10%도 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는 인재는 1~2%에 불과한 게 현실.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고객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능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공계 공부의 틀이 바뀔 것이라는 의미다.

그 자신 수학과 과학이 좋고 국어와 영어가 적성에 맞지 않아 이공계에 지원했다가 참담한 일을 겪은 사례. 기술고시 합격 후 승승장구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파견 나가 영어로 자기 소개조차 못했던 일, 중앙부처 국장이라고 자신만만하다가 신문 공고 문안 하나를 제대로 못 써 자리에서 물러난 일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글쓰기를 배워보려고 대학 작문 교재, 논술 길잡이, 문장론, 보고서 작성법 등 갖가지 책들을 뒤졌으나 불만만 쌓였습니다. 내용이 지루하고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 목차만 봐도 질렸어요. 그러다가 해외연수를 나가 Technical Writing(기술글쓰기)을 배운 뒤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습니다.”

공부와 연구 끝에 그는 원자력연구소 감사로 있으면서 연구원들을 위한 글쓰기 강좌를 개설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영남대에서 이공계 대학생을 위한 ‘의사소통기술’ 과목을 개설해 강의를 시작했고,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는 책을 써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우리 학생들은 글 ‘짓기’를 강요당했지 글 ‘쓰기’를 배운 적은 없습니다. 문법만 배웠지 구조와 논리는 익히지 못했습니다. 너무 어려운 길만 주어지니 글쓰기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그는 현재 가르치는 이공계 대학생들의 경우 구조와 논리에 대해 3시간만 설명해주면 어지간한 글쓰기는 모두 해낸다고 이야기했다. 사설 고치기, 사설 쓰기를 중간·기말고사 과제로 내는데 쉽게 해낼 뿐만 아니라 방학 동안 논술 아르바이트까지 할 정도라는 것.

Technical Writing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그는 ‘문학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사무적인 글쓰기’를 강조했다. 글은 아름다워야 하고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잘 그린 그림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 그림 대신 약도를 그린다는 태도로 주요 사실을 알기 쉽고 간결하게 기술하는 것이 Technical Writing의 핵심이다.

임 교수는 중·고교생들은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계 신입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대학이 늘고 있으며 회사와 연구소 등에서도 글쓰기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할 정도로 글쓰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명심하라고 요구했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인 MIT 근처 서점에서 수십 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전공서적이 아닌 작문 책이라고 합니다. 인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과학자들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남긴 글 잘 쓰는 과학자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글쓰기 능력은 인문계와 자연계 어디서든 필수가 됐습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임재춘 교수(59)

대구 계성고와 영남대 기계공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원자력공학으로 석사, 영국 란카스터에서 MBA를 취득했다. 기술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해 과학기술처 원자력국장,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 등을 거쳤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 주 오스트리아 과학관 등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현재 영남대 공대 객원교수.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2003), ‘한국의 직장인은 글쓰기가 두렵다’(2005) 출간.

▶연구기술자가 좋은 글을 쓰는 법

  -임재춘 교수에게 글쓰기를 배운 한 연구원의 강의 요약 리포트 재정리

1. 내용이 명확하고 전체적으로 논리적 흐름이 유연하도록 글을 작성하라.

2. 철저하게 읽는 사람 위주로 작성하라.

3. 주어가 생략되면 안 된다.

4. 읽는 사람의 수준에 맞추어 작성하라. 신문 기사의 경우, 독자의 수준을 대학 1, 2학년 수준으로 간주하라.

5. 읽는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포함하여 작성하라. 저자가 기울인 수고 같은 것은 과감히 생략하라.

6. 논리의 비약이 없게 작성하라.

7. 문장 간의 일관성을 유지하라.

8. 간결히 작성하라.

9. 한 문단에는 하나의 중심 되는 생각만을 포함하라.

10. 문단은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으로 구성된다. 소주제문에 직선적으로 저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읽는 사람의 흥미를 유발하라.

11. 결론을 향하여 곧 바로 글을 전개하라.

12. 신문 기사처럼 제목과 부제만으로도 내용이 파악될 수 있도록 작성하라. 육하원칙이 포함된 첫 문단만으로 핵심 내용이 파악되도록 하라.

13. 형용사와 부사의 사용을 억제하여, 절도 있고 절제된 문장을 작성하라.

14. 내용이나 술어의 중복을 피하라.

15. 진부하거나 과장된 표현을 삼가라.

16. 겸손은 언제나 미덕이다. 자신의 업적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17. 글쓰기 전, 사전 계획으로 전체적인 글의 구도를 설정하라.

18. 서론에는 배경 및 문제점을 분명히 설명하라.

19. 결론을 본론 요약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결론은 유언장과 같은 형식으로 작성하라.

20. 교정은 저자에 의해 6~7회, 전문가에 의해 2회 이상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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