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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10만 시간의 지혜] (17) 김장길 영덕별신굿 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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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2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경북도지정 무형문화재인 영덕별신굿 보유자 김장길 씨가 만들고 있던 지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바닷가 마을 안녕 기원하는 굿

친척 무당 따라 14세부터 익혀

공예품인 紙花 전시회 열기도

“일에 귀천 없어…최선 다해야”

“외가가 울진 진복리 큰 무당이었다. 14살 때 행사에 짐 지고 따라다니던 게 시작이었다. 징을 치기 시작했다. 박자 맞추기, 쇠, 장구 치기, 불경 읊기를 따라 했다. 그리고 별신굿에는 무용도 들어간다. 종합 예술이라 부르는 이유다. 다시 태어나도 또 이걸 하고 싶다. 이 팔자면 좋겠다.”

영덕별신굿의 예전 이름은 영해별신굿이었다. 지역명만 바뀌었다. 바닷가의 굿은 풍어제와 위령제(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의 영혼을 위로) 성격의 어촌 행사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별신굿은 나쁜 기운을 씻어내는 부정굿부터 용왕신에 대한 용왕굿까지 12가지로 구성된다. 엄연한 문화재다.

그렇다. 영덕별신굿 보유자 김장길 씨는 쉽게 말해 ‘굿하는 사람 중 하나’다. 곧이곧대로 무당이냐고 물었더니 “주술적 능력보다 예술적 기량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답했다. 자신을 종합예술인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굿에 필요한 지화(紙花)는 공예품으로 인정받아 전시회를 따로 열기도 한다니 ‘종합적인’ 건 틀림없어 보였다. 물론 축원 기능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1946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72세다. 초등학교 3년 다닌 게 전부다. 그래도 무형문화재가 되어 강연도 많이 했다. 곳곳에서 나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얼마나 자랑스럽겠나. 바닷가 쪽으로는 나를 아는 이들이 많다. 바닷가에서 굿은 미신 이상이다. 마을의 안녕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바다는 무서운 존재다. 박정희 대통령 유신 시절에도 미신 타파를 외쳤지만 근절이 되지 않았다. 민심을 거스르진 못했다.”

그의 말을 정리하니 바닷가 무당은 ‘바닷마을 전문상담역’이라 봐도 무방했다. 바다로 가족을 내보내놓고 불안해 하는 마음을 굿으로 달래왔기 때문이다. 요즘엔 아프면 병원에 가지만 당시에는 아프면 굿을 했다고 한다. 2박 3일, 일주일짜리도 꽤 있었다. 동해안을 오르내리며 굿을 하러 다녔다. 지역별 유력 소주가 있듯이 굿하는 이들도 근거지를 중심으로 이동했기에 서해안 쪽에서는 일이 잘 없었다고 한다.

김 씨는 자신의 삶을 평가하자면 ‘매우 만족’이라고 했다. 요즘으로 치면 연예인 팔자라나. “무당, 상놈이랬지만 대우도 받고, 우리에게 많이들 기댔다. 우리도 최선을 다했다. 오랜 기간 이 일을 하며 깨달은 게 그거다. 일에 귀천은 없다. 최선을 다하는 게 귀한 일이다.”

글 사진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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