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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3일(금) ㅣ
[의창] 혁신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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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1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18년은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월트 단디가 공기뇌영상을 소개한 해이다. 공기뇌영상은 혁신의 시작이었다. 단디는 두개골에 구멍을 낸 뒤 그 통로로 공기 혹은 산소를 주입, X선을 촬영하여 뇌의 표면을 마치 암각화와 같이 보여주었다. 살아있는 뇌를 보는 ‘뇌영상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기법은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포르투갈 출신인 에가스 모니쯔, 일본 아치대학교 병원의 외과의사 사이토 마코토 역시 단디의 공기뇌영상에 매료됐고, 관련 연구를 더 진척시켰다. 이들은 1920년 프랑스 파리대학교에서 의기투합, 뇌혈관 촬영술을 개발하였다. 사이토는 이후 양귀비 씨에서 추출된 리피오돌을 후처리 한 조영물질을 개발, 모니쯔와 그 결과를 공유했다.

사이토는 미국 존스 홉킨스 병원을 찾아 단디도 만난다. 통신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위대한 거인들이 대륙을 오가며 만나 아이디어를 교류하며, 학문적인 교류를 넘어 혁신적인 결과를 도출한 이야기는 지금 다시 들어도 진취적인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단디는 ‘신경외과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신경외과와 영상진단에서 수많은 업적을 만들었다. 모니쯔는 노벨상을 받았고, 정치적으로도 포르투갈 총리ㅂ에 올라 활약하였다. 사이토는 아치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개인적인 노력과 영광이 개인의 명예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혁신적인 산업으로 연결되고 그 결과는 질 좋은 의료와 국가적인 부로 돌아오게 된다. 세계적인 첨단 의료 기기, 영상 기기와 조영물질 개발 회사가 미국, 프랑스, 일본에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선구자들이 시도했던, 다양한 실험이 지적 자산으로 남아 산업 발전에 기여해온 것이다.

한국의 MR 기기 도전사는 험난했다. 1980년대 초 금성사(현재 LG 전자), 1990년대 말 벤처 기업 메디슨이 국산 MR 기기 제조 및 상용화에 도전했으나 다국적 기업의 견제, IMF 여파 등으로 시장에 안착하진 못했다. 메디슨을 합병한 삼성전자가 이동형 CT 기기와 소형화된 MR 기기를 선보이는 등 3번째 도전에 나서고 있다.

뇌영상진단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그 산업적 과실을 우리나라가 맛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MR 혹은 CT 기기를 제조,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검사비의 상당액은 기기 회사의 몫이 된다. 진단 과정이나 분석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려는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진척이 다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장비의 개발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은 의료 영상진단 산업 분야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모두 성공하여 앞으로 100년을 주도할 수 있을까? 10년 안에 이에 대한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단디, 모니쯔, 그리고 사이토와 같은 혁신가들이 나타나길 바란다.

이희중 경북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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