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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3일(월) ㅣ
[이웃사랑] 근육병·지적장애 박지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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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0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점점 말라가는 근육…10m 걷기도 힘들어
 
 
 
지적장애 2급 박지훈(가명`37) 씨는 근육이 점점 말라가는 희귀병에 걸려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다. 박 씨가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재활센터에서 걸어나오는 박지훈(가명`37) 씨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물리치료를 받던 방에서 병원 입구까지 10여m를 움직이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근육병과 지적장애를 동시에 안고 있는 박 씨는 주변의 도움 없이는 거동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박 씨가 앓는 근육병은 점차 근육이 말라가 장기적으로는 걷지 못하며 결국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게 될지 모르는 희귀병이다. 박 씨는 매일 오전 근육 퇴화를 막으려 물리치료를 받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최소한 제대로 걸을 수는 있어야 일을 해 생계라도 유지할 수 있을 텐데 점점 쇠약해지는 것 같아 불안해요. 나중에는 평생 앉은뱅이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데 더 나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어릴 때 가족에게 버림받으며 홀로 생활

몸과 마음이 모두 불편한 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많은 배려를 받으며 컸어야 할 박 씨에게 오히려 운명은 가혹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 박 씨를 버려두고 개가했다. 부모님이 먼저 떠나가 버린 상황에서 친척, 이웃들이 박 씨를 챙겨줄 리 만무했다. 일반인에게도 힘들었을 소년가장의 역할을 너무도 이른 나이에 떠안았다. 과부가 된 상황에서 장애인 자녀까지 있으면 살아가기 힘들지 않았겠느냐고 말하는 박 씨의 눈에는 어머니에 대한 작은 원망이 비치는 듯했다.

주변에 부모님도, 친구도 없는 상황에서 박 씨는 작은 실수에 큰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20대 혈기 왕성한 나이에 자연스레 생긴 성욕을 이겨내지 못하면서다. 몸이 편치 않아 욕구를 건전한 방향으로 풀기도 어려웠던 박 씨는 하루 종일 전단지를 돌리고 정신병원에서 단순노동을 하며 번 돈을 오롯이 성매매에 써버렸다. 돈을 모두 탕진하고 밥도 굶고 있던 어느 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매매 사실을 인지한 경찰마저 들이닥쳤다. 박 씨는 "이렇게 죄를 지으면서까지 욕구를 해결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살고 있지만 본능을 억누르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현재 박 씨는 월세 10여만원의 그룹홈에서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룹홈에는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자립해 생활하는 장애인들이 모여 있어 평생 혼자였던 박 씨에게는 낯설지만 따뜻한 공간이다. 박 씨는 "15년 전쯤 병원과 환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하는 분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 살고 있는 그룹홈도 그분 집 바로 위층"이라며 "지금은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많아 사는 것이 비참하지는 않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남들처럼 결혼해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

설상가상으로 악화 중인 근육병도 박 씨의 시름을 더한다. 박 씨는 매일 병원에서 한두 시간씩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마저도 근육 약화를 늦추는 정도에 불과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느린 걸음으로나마 손수 전단지를 돌리는 일을 했던 박 씨는 이 일마저도 그만둔 상태다. 현재 박 씨의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에다 정신병원에서 매일 6시간씩 일을 해 번 돈을 합친 40여만원이 전부다. 방세와 병원비를 내고 나면 최소한의 생활비조차 남지 않는다.

박 씨의 유일한 꿈은 결혼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당연할 만큼 소박하게 느껴질 일이지만 건강도 좋지 않고 본인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결혼은 꿈과 같은 일이라고 박 씨는 털어놨다. 그럼에도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본인 건강이 우선인 만큼 박 씨는 몸이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다 상태가 호전돼 환자들끼리 결혼한, 어찌 보면 롤모델 같은 사람도 봤어요. 앞으로는 외롭지 않게 같이 의지하며 살아갈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박상구 기자 sang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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