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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며 얻은 새로운 삶…제3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특선-이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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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0 13:53: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쫓고 쫓느라 바쁜 세상 시간을 할애하고 봉사하는 삶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재능이 있고 타고난 소질이 있다. 처음 시작이 어려울 뿐이다.

베트남전 참전 후 알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신장기능이 나빠져 결국 50대 중반에 혈액 투석을 받게 되었다. 그 전에 이미 IMF를 겪으면서 여러 공사장에서 부도를 맞은 상태였다.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버텨내기 힘든 시기였다. 아픔과 시련을 이기려고 그 때 취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영천문화원풍물단원이 되어 각종 행사 때마다 공연을 하게 되었고, 영남아리랑보존회원이 되어 민요와 창도 부르게 되었다. 그러던 중 공연봉사단체인 아름예봉사단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엔 봉사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그럴 마음조차 없었다. 그저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았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봉사는 남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안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혈액투석 한 번 받을 때마다 한나절이 소요되데 그것을 일주일에 세차레씩 받자니 그건 정말 고통이었다. ‛나는 환자가 아니다’ 마음을 다잡아 보았지만, 문득문득 죽고 싶은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니 차츰 생각이 달라졌다. 아 그래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지금 살아있음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들을 수도 있고 말 할 수도 있으니 난 지극히 멀쩡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요양원에 첫 공연 가던 날 그만 눈시울을 적셔야 했다.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로 헌신하며 살았을 그 청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느라 자식 위해 한평생 다 내어주고 빈껍데기로 남은 초점 잃어버린 눈 멍 한 쓸쓸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말았다. 치매로 아기가 되어버린 모습, 바라볼 힘조차 없어 고개 떨군 모습의 30여 명 어르신들, 큰 형님 같고 누님 같은, 어머니 같고 아버지 같은 분들이 거기 그렇게 모여 있었다. 할머니의 메말라버린 손을 잡는 순간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애써 눌러보았으나 쪼그라든 작은 어깨를 안아드리자 결국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 몇몇 여자 회원들도 친정엄마 생각이 난 듯 감정이 북받쳐 찔끔찔끔 눈시울을 훔치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 공연을 마치고 돌아서 오려니 왠지 미안 하고 죄지은 것 같아 한 분 한 분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날 밤은 미래의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그래 남은 인생‚ 봉사하며 즐겁게 살자 다짐하며 더 열심히 봉사하러 다니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 새로운 걸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마침 봉사단체 행사장에서 알게 된 이언화 무용 선생의 권유로 선비 춤을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월 10만 원이란 수강료가 큰 부담이었다. 뿐만 아니라 음치 박치 인지라 선비춤 배우기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일주일에 두 번 받는 수업 몇 달이 지나도록 진도가 나가질 못 했다. 젊을 때만 해도 꽤 암기력이 좋았다 싶었는데, 일 년이 지나도록 순서조차 익히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했고 요가도 몇 년을 했으니 유연성은 자신이 있었다. 꾸준히 시간과의 싸움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무대에 서리라 기대와는 달랐다. 음악의 흐름에 따라 손끝 발끝 몸동작까지 맞추어 나가기란 내겐 너무 어려웠다. 결국은 어느 정도 익힌 후 선무당이 되어 용감하게 참좋은요양원에서 첫 공연을 하게 되었다. 거울에 비친 늘어진 도포자락에 갓을 쓴 모습이 너무 뿌듯하였다. 긴장해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지만 ‘와 멋지다’ 회원들의 한 마디 칭찬이 싫지는 않았다. 그 후 조금씩 자신이 붙으면서 ‘공연이 곧 연습’ 연습으로 알고 공연도 연습도 열심히 했다. 흐르는 음악에 따라 손끝 하나 어깨에까지 신명이 실리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려야 했다. 그렇게 차츰 선비 춤에 매료되기 시작 했다. 투석 받는 날과 무용학원 가는 날, 공연 가는 날을 조절 하면서 그런대로 즐거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혈액 투석을 받으며 생명을 연명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음식 조절도 하고 나름대로 몸 관리를 한다고 했으나 10년 쯤 지나고 나니 얼굴은 점차 검게 변하고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뛰었다. 부정맥이 오자 이제 남은 생이 얼마 안 되겠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3년, 지금은 오히려 더 건강한 삶을 살게 되었다. 아내의 콩팥 하나를 이식 받은 덕택이다. 아내와는 혈액형이 서로 달랐으나 발달된 의학 덕분에, 하늘이 도운 덕분에,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회복도 아주 빨랐다. 일주일에 세 번 받던 투석을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나눔이 어디 있을까? 아내에게는 남은 평생을 갚고 또 갚아도 다 갚지 못 할 빚을 졌다. 이제 남은 인생은 내 것이 아니고 아내의 것이고, 덤으로 얻은 것이기에 더 열심히 봉사 활동을 하고 즐거운 마음, 감사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술 후 후유증 없이 둘 다 회복이 잘 되긴 했지만, 아내가 조금이라도 힘든 기색이 보이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나누어 받은 신장을 잘 관리하며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모습이 아내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요양원 공연 가기 위하여 배운 선비춤은 이제 제법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춤과 무술을 겸한 창작태극무도 나름 어디에서든 공연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건강은 덤으로 좋아졌고 이제는 초청공연도 다닌다. 경북재능시낭송협회 공연에도 서게 되었고, 2016년 봄 동서 공감 영호남문학교류, 시낭송공연이 열린 전주한옥마을에서도 한 바탕 신명을 펼칠 수 있었다. 영호남의 내로라하는 시인들과 낭송가들 앞에서 공연 할 기회가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기에 가슴이 뿌듯했다. 행사 일원으로 참석한 것도 좋았고 뒤풀이 마당에서 강강수월래로 하나가 된 그 순간도 두고 두고 남을 감동이었다. 가을에는 영호남 문학인들이 구미에서 만났다. 봄보다 좀 더 정들고 가까워 진 것 같았다. 화합에 일조 한다는 생각으로, 금오산 배꼽마당야외무대에서 신명나게 혼신을 다하여 태극무공연을 했다. 일 년에 몇 차례씩 영호남을 오가는 문학교류, 이런 감동이 퍼지고 퍼지다 보면 영호남 관계도 점차 회복 되리라 믿어졌다.

크든 작든 내가 가진 무언가를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보람된 일이다. 감동을 주기도 하고, 마음의 담을 허물기도 하고,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나눔은 돌고 돌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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