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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의 대구 이야기-(2)반일 관찰사 이용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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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3 14:47:59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日人에 ‘토지매매 금지령’ 시행
을사늑약이 있기 반년 전인 1905년 봄, 대구에 감영(監營)이 있는 경상북도의 관찰사(觀察使·현 도지사)는 이용익(李容翊)이었다. 1854년 함경도 명천(明川)에서 상민으로 태어난 이용익은 청년시절 보부상으로 출발, 금광개발로 밑천을 잡아, 중앙정계로 진출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임오군란 때 민비 측의 충직한 심부름꾼이 되면서 출세가도를 달린 그는 단천(端川)군수를 시작으로, 탁지부대신, 군부대신 등 최고 요직과, 서북철도국 총재, 헌병사령관 등 쟁쟁한 관직을 두루 거친 중앙정계의 거물이었다.

그러나 국가재정과 산업에 대한 갖가지 개혁조치로 고종황제의 절대적인 신임은 얻었으나 정적으로부터는 ‘부정부패의 원흉’으로 매도당하기도 했다. 또 일본도 친로파(親露派)의 거두인 그를 1904년 2월 일본으로 강제압송, 억류하기도 했다. 1년 만에 풀려난 그를 고종이 눈치껏 앉힌 자리가 외직이자 한직인 경상북도 관찰사 직이었다.

이에 가장 놀란 측은 대구의 일인들이었다. 반일의 거물이 와서 예상치 않은 부담거리를 안겨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일인들은 그 자위책으로 먼저 친일성향인 장승원(張承遠) 현직 관찰사의 유임운동부터 폈으나 여의치 않게 되자 내놓고 이용익을 모함하며 배척공작에 나섰다.

'...함경도의 한 필부가 고종의 충복임을 기화로 가렴주구를 일삼더니, 이제 관찰사로 좌천돼 온다. 그가 과연 반성을 하고 오겠는가…'라는 내용의 선동유인물을 돌리면서였다.

오직 나라와 고종을 위해 다시 일하겠다는 각오뿐이었던 이용익은 이런 분위기에는 아랑곳 않고 그다운 혁신시책을 펴나가기에 열중했다. 불법징세 엄단, 협잡배 추방, 도로와 관아의 개보수, 신교육장려 등 전임자들이 등한시하던 파격적인 시책들이었다. 특히 ‘청결법’을 들고 나와, 길거리 청소에 둔감했던 관속들과 주민들을 혼내주기도 했다. 대구의 거리는 이 즈음 나뒹구는 인분과 가축의 배설물로 온전하게 다니기 힘들 정도로 불결했다고 한다.

눈에 번쩍 뜨이는 이런 개혁시책을 가장 반긴 측은 의외로 일인들이었다. 잘하면 대구의 개발이 앞당겨져, 대구 땅에 운명을 건 자신들의 미래가치가 크게 향상될지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이 바람에 거꾸로 이용익을 감싸고 두둔하는 분위기마저 잠시 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용익은 역시 소문대로 반일의 거목이었다. 일인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4월 초, 일인들에 국한한 ‘토지매매금지령’을 전격적으로 내놓았던 것이다. 매매당사자는 물론 중개인들도 어기면 처벌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실제로 영을 어긴 조선인 중개인 20여 명을 옥에 가두기도 했다. 거류민 신분임에 불과한 일인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배경으로 조선의 토지를 무한정 매입하는 현상을 방치하다간 민족경제에 큰 해악이 되리라 판단한 데서 취해진 조치였던 것이다.

벌컥 뒤집힌 일인사회는 곧바로 반격으로 나왔다. 4월 28일 감영의 선화당(宣化堂)으로 몰려간 일인들은 “악법반대!” “반일 감찰사는 물러가라!”며 격한 데모를 벌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일군 수비대장 히다까 사이지(日高才二) 대위의 노골적인 협박과, 중재를 빙자한 대구군수 박중양(朴重陽)의 친일 언행에 울화가 치밀 대로 치민 이용익은 이튿날로 관찰사 자리를 박차 버리고 말았다. 천려일실이라기엔, 그가 대구에서 모처럼 빼 든 ‘반일의 칼’은 허망하게도 너무 녹슬어 있었던 것이다. 부임 석 달 만에 대구를 하직한 이용익은 이듬해 1월 망명지 러시아에서 암살됨으로써, 쉰둘의 파란에 찬 생애를 끝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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