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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의 대구이야기] (42)국민방위군 사건의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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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6 08:13:02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1951년 7월5일, 대구 동인동에 있는 육군 제5군단 사령부 강당에선 6.25 이래 최대의 방청인들을 모은 공개군사재판이 열렸다. 국방경비법 등을 위반한 국민방위군 수뇌부들에 대한 중앙고등군사재판이었다. 재판정은 본래 동인국민학교의 강당이었다. 전시하의 징발법에 따라 제5군단이 쓰고 있던 이 강당은 불과 석 달 전만해도 국민방위군사령부가 쓰던 곳이었다. 자신들이 쓰던 강당에서 계급장도 없는 군복을 입고, 방청인들의 분노어린 시선을 받으며 고개를 떨어트리고 있는 11명의 사내들-. 바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국민방위군사건의 피고들이었다.

이후 14일 동안 이어진 사실심리 끝에 7월19일, 단기형 피고 일부를 제외한 방위군 사령관 김윤근준장, 부사령관 윤익헌대령, 재무실장 강석한중령, 보급과장 박기환중령, 조달과장 박창원소령 등 5명에게 사형이 언도되었다. 판결에서 드러난 이들의 죄명은 정부재산부정처분, 공금 약 25억원의 횡령, 군량미 1천887가마의 부정유용 및 부정처분, 문서위조, 정치 간여, 근무태만, 국방경비법 및 비상조치령 위반 등이었다.  

이들은 국고금과 물자를 부정처분하여 사복을 채운 결과, 예하장정들에 대한 식량, 피복 기타 보급을 극도로 열악하게 만들어 방위병 천 수백 명이 기아와 추위로 죽게 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병자들을 발생시켰던 것이다. 이로 인해 제2차 후퇴시기에 병력자원을 확보한다며 50년 12월21일 공포 시행된 ‘국민방위군설치법’에 따라 소집된 전국의 50여만 방위장정 중 살아남은 장정들도 80%는 노동력불능, 20%는 생명유지불능이란 전문가의 판정이 날 정도로 충격적인 피해를 낳고 말았다.

사실 이 사건이 국회에서 야당의원에 의해 폭로될 무렵인 51년 초, 후방도시 대구와 부산에는 굶주리고 병든 거지차림의 장정 수만 명이 유리걸식을 하고 다녔다. 조사결과 이들은 상관이 병졸들의 먹을 것, 입을 것을 잘라먹는 바람에 영양실조와 동상으로 거지신세가 되어 구걸로 연명하는 제2국민병인 방위장정들이었다. 국민방위군이 돼야했던 17세 이상 40세 미만의 장정 중, 특히 경기, 강원, 충청지역 출신자 등, 지닌 돈이 없고, 가족들의 도움을 받기 힘든, 먼 곳에서 끌려온 장정일수록 행색은 더욱 비참했다.

결국 정부는 신성모 대신 이기붕으로 국방장관을 경질하는 한편, 관련 방위군 수뇌자들을 전원 군사재판에 회부했고, 민심수습을 위해 5명에게 법정최고형을 내린 셈이었다. 이에 앞서 4월30일에는 국회에서 ‘국민방위군폐지에 관한 법률’이 가결되어 방위군 자체가 해산되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의혹과 공분이 가라안지 않자 언도 25일 만인 8월13일 서둘러 사형집행을 하게 되며, 언론, 문화계인사들과, 일반에게도 칠곡군 신동골짜기에서 있은 총살집행과정을 공개했다. 소설가 최정희도 이 참담한 장면을 목격하고 기록을 남긴다.

“우리가 올라가니까 그들은 산기슭에 앉아 있었다. -- 헌병이 한 사람씩 맡아가지고 땀을 씻어주며 지키고 있었다. -- 헌병이 물을 떠다 먹였다. 담배도 주었다. 빨아 당겼다. 뿜는 연기가 햇살을 받으며 하늘로 퍼져나갔다. --군목의 설교가 있었다. 설교가 끝난 뒤엔 세례를 주었다. 그들은 말뚝에 동쳐 묶인 채로 묵묵히 세례를 받았다. --집행관이 또 뭐라고 말하고 나서, 총을 들어 신호를 했다. 대기했던 헌병들이 기계같이 움직였다. ‘패앵’, 자못 요란한 소리가 충천했다. --붉은 피가 쏟아져 흘렀다. 나는 하늘이 아찔해져서 땅에 주저앉았다. --그들은 다섯 개의 나무 관에 하나씩 들어갔다. 관 뚜껑에 ‘터엉 텅’박는 은정소리가 하늘에 닿는 듯 높았다. --모였던 군중이 산에서 내려왔다. ‘잘 먹고 잘 놀다 잘 죽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죽음으로 청산했으니 이제 더 말할 것 없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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