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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3일(월) ㅣ
[그곳, 내 마음의 안식처] <17> 소설가 김연수-경주 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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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3 00:05:13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여름비 그친 계림, 마음이 참 편안하죠
 
 
 
여름의 경주, 계림은 삶과 죽음이 1천 년 넘게 함께 쉬는 곳이다.
 

계림과 대릉원은 ‘초록색’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울창하고 풀빛 같은 생동감

높은 건물 없고 달리기 좋아

소설가 김연수는 김천 출신이다. 김천 역전파출소 옆 뉴욕제과점 막내아들이라는 건, 그의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만 알려지더라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 브랜드처럼 돼 버렸다.

김천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 ‘척하면 탁하고’ 알아들을 정도로 제법 유명한 축에 속하는 셈이다. 1994년 대학 시절 글로 이름이 알려져 김천지역 언론에 뒤늦게 거론된 뉴욕제과점 막내아들 김연수의 마음속 안식처는 그래서, 아무래도 김천역 지근거리의 어딘가가 아닐까 짐작했다.

그런데 ‘여름의 경주, 계림과 대릉원 주변’이라고 했다. 멸치조림 속 여러 재료 중 하나를 콕 집어들고 “멸치조림의 핵심은 찐 마늘이지”라는 듯.

“경주 계림과 대릉원은 초록색 이미지입니다. 울창한 느낌도 있고 풀빛 같은 생동감이 있지요. 어느 계절에 가도 좋지만, 여름비가 그친 계림에서는 무수한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주변 길을 걸으면 대릉원 능들이 겹쳐 보입니다. 높은 건물이 없으니 오래된 무덤임에도 편안한 느낌이 들지요.”

봉황대 주변 고분군은 대릉원을 거쳐 계림 앞 내물왕릉까지 이어졌다. 천마총 관람 불가로 내년 4월 중순까진 무료입장인 대릉원을 거쳐 계림까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열린 공간에 들어선 이들은 맨손체조를 했고, 산책을 했고, 포옹을 했고, 고백을 했다. 죽음으로 생긴 무덤은 살아있는 이들의 칸막이가 돼 줬다. 마치 등산을 하다 쉬었다 가자며, 살아생전 힘깨나 쓰던 이들의 양지바른 묫자리 주변에 머무는 것과 비슷했다.

문득 달리기 마니아로 알려진 작가의 느낌을 살려보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는 “아직 경주마라톤대회를 뛰어보진 못했지만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도는 예루살렘마라톤대회처럼 고도를 달리는 기분일 것 같다”는 말이 기억나서였다. 경주마라톤대회 코스(풀코스와 하프코스)가 첨성대와 대릉원 주변을 크게 돈다는 점에 착안, 주변을 뛰어보기로 했다. 5㎞가 채 안 되는 거리지만 작가의 안식처를 뛰면서 느끼고 싶었다.

한마디로, 달리기 좋은 길이었다. 풍광과 무관했다. 달림이 지속될수록 심장은 죽을 만큼 살아내려 했다. 죽음의 표시인 능을 보며 ‘살아있다’는 우월감이 찾아왔다. 신라 왕가가 찬란하게 살았을지언정 지금 땀 흘리며 뛰는 게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달리며 바라본 계림과 월성에서 풍겨온 풀냄새가 진했다. 달렸기에 맡을 수 있는 것이었다. 시신이 있던 곳인데 평화롭다는 작가의 말은 이런 뜻이었을까.

“무덤은 인가와 경계도 없다. 경주 계림과 대릉원 주변은 삶과 죽음의 어우러짐, 생동감을 언제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필 그때,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20년도 더 된 ‘Take the power back(힘을 되찾아)’이 이어폰에서 흘렀다. 달리다 만 거친 숨은 힘이나 권력을 되찾은 이들의 환희처럼 성취감으로 바뀌었다.

글 사진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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