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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마을 신부(神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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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8 07:04: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거의 대부분 신부님들은 본당에서 사목하기를 좋아한다. 신부님들은 4년 내지는 5년 본당 재임기간 동안 교우들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공유하고 자신의 사제적 이상을 키워나가면서 삶의 보람과 의미를 발견한다. 그래서 우리 교우들은 ‘본당 신부님’이라고 당연하게 호칭하는 것이다.

본당 신부님들과는 달리 내 경우에는 본당을 떠나 이 마을에 들어온 지도 벌써 4년이 지나갔다. 처음 이 마을에 들어와 동네 여기저기 신고식을 하러 다녔는데 제가 아무개 신부라고 인사하자 ‘ 왜 신부가 남자냐’고 묻는 할머니들이 여럿 있었다. 그만큼 신부는 이 마을에서 이방인과 같은 존재였다. 지금은 나더러 ‘동네 신부’ 또는 ‘마을 신부’라고 부른다. 난 이렇게 불러주는 것이 정답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마을과 이 마을의 삶이 성당일 수도 있다. 어느 특정한 종교적 자리를 매기는 것보다는 이 마을의 소속된 한 주민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위치에서 ‘마을 신부’라는 호칭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지난여름, 아주 더운 여름날 밤 동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아스팔트길에 거적때기를 깔아 놓고 한여름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시골의 풍경이지만 밤에 차를 몰고 가다가 깜짝 놀라 차를 세우고서는 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그때에 할머니가 들려준 스토리가 나를 감동시켰다. 16세에 이 골짜기로 시집 온 이래로 66년 동안 한 번도 이 골짜기를 나가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단지 빨갱이 때문에 저 깊은 골짜기에서 여기 마을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혼자 사신다. 난 그때 이 할머니에게 ‘할매는 살아있는 부처님’이라고 말하였다. 이렇게 여름날 밤 서로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이웃이 있기에 이 마을에는 ‘힐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우울증이나 힐링 신드롬은 갈 데까지 가보는 도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 흔한 폐쇄회로(CCTV), 편의점, 다방, 은행, 파출소 심지어 담장이나 삽작조차 없다. 그리고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우울증이 없다. 비록 나이가 다 들었지만, 절기마다 때마다 살아가야 할 이유와 생활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토끼나 닭에게도 밥을 줘야하고, 깨도 털어야 한다. 또 사과나무 잎도 솎아야하고, 콩도 심고 깻잎도 다듬어야 한다. 90세 할머니도 안경을 끼지 않고 못난 팥을 가리는데 눈이 성한 젊은 사람의 눈보다 더 노련하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보일러가 있는데도 겨울에는 산에 나무하러 간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우울증이 잠시도 들어올 시간이 없다.

인도의 간디는 만일 농촌마을이 망한다면 인도가 망할 것이라고 늘 말하였다. 이 말은 이런 해석이 아닐까 싶다. 도시없는 농촌마을은 지속 가능하지만 농촌없는 도시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철저하게 소비하고 비자립의 도시였던 로마가 멸망한 이유는 참으로 교육적이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산 자연학교 교장 정홍규 신부 comomont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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