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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4일(토) ㅣ
[이종문의 한시 산책] 나이 들어도 쉽지 않은 게 혀 간수하는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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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3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혀[舌]                   풍도

  입은 재앙이 나오는 문이고         口是禍之門 (구시화지문)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라          舌是斬身刀 (설시참신도)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간수한다면    閉口深藏舌 (폐구심장설)  

  어딜 가도 몸이 편안하리라         安身處處牢 (안신처처뢰)

옛날 중국에 하약돈(賀若敦)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장군으로서 나라에 큰 공을 세웠는데, 공에 비하여 상이 작다고 여기저기서 투덜거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혀를 함부로 놀려댄 죄로, 황제로부터 자살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목숨을 끊기 전에 그는 아들 하약필(賀若弼: 544~607)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나는 꼭 강남(江南)을 평정하고 싶었다. 그 꿈도 이제 다 글렀구나. 부디 네가 내 꿈을 대신 이루어다오. 그리고 아들아, 나는 혀를 함부로 놀리다가 이렇게 비참하게 죽게 되었다. 나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부디 혀를 잘 간수하여라.” 말을 마친 그는 뾰족한 송곳으로 난데없이 아들의 혀를 콱 찔렀다. 붉은 피가 왈칵 쏟아졌다. 그 후로 하약필은 혀를 놀리고 싶을 때마다 송곳에 찔릴 때의 그 아찔한 아픔을 떠올렸다. 대장군으로서 강남을 평정하여 아버지의 꿈도 이루어드렸다. 그러나 지위가 높아지자 점점 더 기고만장해져서 함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혀를 마구 놀려대다가 황제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황제의 경고도 자유롭고 싶은 그의 혀를 끝내 말리지 못하여, 결국 처형을 당하고 말았다. 그토록 모질게 훈계했는데도 아버지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말았으니, 입안의 혀를 통제하는 것이 정말 어렵기는 어려운가 보다.

위의 시를 지은 馮道(882~954)는 바로 그 혀를 아주 잘 통제했던 사람이다. 그는 당나라 말기로부터 자고 일어나면 왕조가 뒤바뀌던 5대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섯 왕조에 걸쳐 무려 11명의 황제들을 모셨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왕조의 현실적 당위성을 강조함으로써 벼슬살이를 계속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전당시'(全唐詩)에 수록된 위의 시에는 바로 그 오묘한 처세술의 비결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입을 열어서 말을 해야 할 때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의 몸을 고이 보존하면서 높은 벼슬을 끝까지 유지한 비결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문학적 능력과 원만한 성품 같은 미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줄타기와 줄서기의 명수로 더욱더 널리 알려졌으며, 급기야 처세술에 능한 지조 없는 벼슬아치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군자는 말을 잘 한다고 해서 사람을 천거하지 않으며, 사람이 시원치 않다고 해서 그가 한 좋은 말까지 버리지는 않는다"(君子 不以言擧人 不以人廢言).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인생을 풍도같이 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그의 시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송곳 같은 아픔으로 기억하고 싶다. 과거에 무심코 했던 말들이 낱낱이 다 부메랑이 되어 유턴을 하고, 어젯밤 술김에 한 말들이 아차, 하고 떠오를 때마다, 풍도의 시를 되새김질하게 되는 이유다. 벌써 환갑이 지났는데도 그 게 아직도 안 되느냐, 이 세상 천하 미련한 것아!

이종문 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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