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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딥스/ 버지니아 M. 액슬린/ 주정일 외 옮김/ 샘터/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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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3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내가 원한 대로!
 
하승미 작 '코스모스'
딥스/ 버지니아 M. 액슬린/ 주정일 외 옮김/ 샘터/2011

문을 닫는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 필사적으로. 더 큰 내가, 나를 구해줄 때까지!

버지니아 M. 액슬린은 아동심리학자로 심리적, 정서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놀이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과도한 반복이나 강요가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치료를 진행한다. 그는 정신적 아픔이 있는 아이를 먼저 치료하면 그 부모들의 정신건강도 치료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기존의 사고방식과 상반되는 기조다. 이 책은 버지니아의 놀이치료 아동 중 한 명인 딥스가 치료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잠근 문을 싫어하는 딥스는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다섯 살배기다. 아빠는 유능한 과학자이고 엄마는 의사다. 출산 계획이 없던 부모는 딥스를 정서적으로 거부하고 딥스에게 지적 우수성만을 요구한다. 사랑보다 억압에서 자라는 딥스는 자신만의 단단한 껍질 속으로 들어가 침묵, 관계의 단절, 공격성, 퇴행 등 다양한 이상 행동을 보인다. 또래 친구들과 많이 다른 딥스는 유치원 선생님의 소개로 버지니아와 놀이치료를 하게 된다.

버지니아는 딥스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얘기해달라고 재촉하지도, 묻지도 않는다. 여러 장난감과 도구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만져보고 무언가를 시도해봄으로써 스스로 많은 경험을 하도록 한다. 특히 칭찬을 하거나, 제안 또는 질문을 해서 내면의 소리가 아닌 외부의 자극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한다. 또 부모와 경험한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관계가 아닌 대인관계에서 스스로를 능력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여길 수 있도록 치료를 진행한다.

딥스는 서서히 버지니아를 신뢰하게 된다. 버지니아와의 일대일 놀이치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면서 딥스는 버지니아에게 먼저 말을 걸기 시작한다. 딥스가 웃고, 인사를 하고, 마음을 표현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음을 알기 시작하면서 회색빛 엄마도 미소를 짓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던 아빠도 유연해진다. 아이의 정신적 결함을 인정하면서도 넘치는 물질만 제공했던 모순된 부모는 딥스의 문제가 능력 부족이 아님을 어쩌면 익히 알고 있었으리라.

버지니아는 딥스가 자기 자신보다 더 자신의 내적 세계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며 책임감 있는 자유 의식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자라고 발달한다는 것(87쪽)을 알아가도록 그저 믿고 기다려준 것이다. 세상 어떤 것도 안정될 수 없고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없기에, 외부 상황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내면의 힘을 이용한다면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91쪽)을 다섯 살의 딥스는 스스로 알아냈다. 두려운 세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며 고립시켰던 작은 딥스가 아닌 큰 딥스가 된 것이다.

우린 때로 딥스였고, 지금도 딥스일 수 있다. 걷잡을 수 없이 변하기만 하는 세상을 헤쳐나갈 능력을 상실한 채 홀로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전하고 싶다. 특히 누군가의 교사라면, 누군가의 부모라면 읽지 않으면 안 될 책이다. “세상 모든 딥스를 위해! 내가 원한 대로, 당신이 원한 대로, 우리가 원한 대로….” (299쪽)

하승미(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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