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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야훼' 표현 금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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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5 06:00: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작 ‘태양과 달의 창조(Creation of the Sun and Moon)’ 부분 확대도.
앞으로 한국 천주교 공식 전례에서 ‘야훼’라는 단어가 사라지게 됐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17일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자'는 취지에서 ‘야훼’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로마교황청이 ‘거룩한 네 글자’로 표현되는 하느님의 이름을 전례와 성가, 기도에서 사용하거나 발음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보낸 것에 따른 결정이다. 교황청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던 것일까.

◆유일신 지칭 “불경스럽다”

‘야훼’는 구약성서에 표기된 유일신 이름이다. 고대 히브리어로 쓰인 표기를 로마자로 변환한 것이 YHWH(또는 YHVH, JHWH, JHVH)이고, 야훼는 이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문제는 고대 히브리 글자에 모음 표기가 없다는 점. 성서에 자음 표기만 남은데다 유대인들이 이 이름을 거룩하다 여겨 발음하지 않았기 때문에 YHWH의 발음은 잊혔다. 십계 중 ‘하느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는 세번째 계명을 지키자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현재 어느 누구도 그 정확한 발음을 알지 못한다.

유대인들은 구약성서를 읽다가 이 단어가 나올 경우 직접 발음하지 않고 ‘아도나이(Adonai: 나의 주)’라고 읽었다. ‘엘로힘(Elohim: 하느님/하나님)’이라고도 했다. 이는 성서를 번역할 때도 적용됐다. 그리스어로 번역될 때 YHWH는 ‘거룩한 네 글자(Tetragrammaton)’라는 표현이 사용됐고, ‘주님’을 뜻하는 ‘퀴리오스(Kyrios)로도 번역됐다. 라틴어 번역에서도 같은 뜻으로 ‘도미누스(Dominus)’로 바뀌었다. 이는 영어로 ‘로드(The Lord)’에 해당한다.

YHWH를 읽는 방법은 오랫동안 논란이 됐다. 그러다가 7~10세기 히브리어 성서 재간행 작업을 한 마소라 학자들이 YHWH에 ‘아도나이’를 표시하는 모음을 합쳐 읽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여호와(YeHoWaH, Jehovah)’다. 반면 초기 기독교 학자 중에는 YHWH를 ‘야훼(YaHWeH)’로 읽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19세기 이후 성서학자들도 ‘야훼’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야웨’나 ‘야베’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교황청의 경신성사성(敬信聖事省: 전세계 천주교 성사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은 지난 2001년 훈령을 통해 '히브리 말로 네 글자 YHWH, 라틴 말로는 Dominus라고 표현되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이름은 다른 언어로도 똑같은 뜻을 지닌 낱말로 표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어권에 따라 다양하게 발음·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 교황청은 결국 이를 바로잡겠다며 YHWH의 사용을 보다 강력하게 금지한 것이다. 가톨릭 교계에 따르면 “이는 언어학적 체계뿐만 아니라 언제나 교회 전승에 충실하려는 것”이다.

◆하느님과 하나님

YHWH 발음에 대해 그동안 천주교(일부 개신교 포함)에선 야훼, 대부분의 개신교는 여호와를 사용해 왔다. 이는 초기에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옮겼느냐에 따라 달라진 결과다. 천주교와 개신교는 절대자에 대해서도 ‘하느님’과 ‘하나님’으로 달리 칭한다. 그러나 조선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기독교의 유일신을 옮기기 위해 사용한 호칭은 하느님이었다. 최초로 한국어로 번역된 성경 ‘예수성교 누가복음전서’에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다. 이 번역에 참여한 선교사 존 로스는 선교 보고서에서 “‘하늘(heaven)’과 ‘님(prince)’의 합성어인 ‘하느님’이 가장 적합한 번역어일 것”으로 적었다. 중국에서 들여온 한문 기독교변증서 ‘천주실의’에서 세상을 창조한 유일신을 뜻하는 단어 ‘천주(天主)’와도 뜻이 닿아 있다.

초기 개신교에서는 상제, 천주, 하느님, 하나님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했으나 개역성서를 펴내는 과정에서 아래아(·)가 홀소리 ‘ㅏ’로 일괄적으로 변경되면서 하나님이란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 천주교에서는 원뜻과 맞춤법을 참고해 하느님으로 표기하고 있다. 1977년 천주교와 개신교가 함께 번역한 현대어 공동번역성서에는 신의 호칭으로 하느님이란 표현이 쓰였다. 그러나 대부분 개신교 교파가 하나님이라는 표기를 고수하고 있다. 정중호 계명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하나님이란 명칭이 유일신의 의미가 강한데다 하나님이라 부르던 기존 습관을 바꾸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공회에서는 하느님으로 표기한다. 한편, 한글맞춤법 통일안은 하느님을 표준어로 삼고있으며 하나님을 개신교에서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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