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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부부로 선 마지막 순간…법정 현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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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0 07:26:07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싸늘한 이별 서로 확인…두번 다시 올 곳 못되네
 
 
 
이혼은 역설적이지만 결혼과 닮았다. 결혼식에 주례가 있다면 이혼의 주례는 판사이다. 주례 앞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판사 앞에서는 이별의 다짐을 확인한다. 결혼식의 하객은 가족, 친척, 친구이지만 이혼재판의 하객들은 동병상련을 가진 또 다른 부부들이다. 결혼식 뒤 모두의 축복 속에 식장을 나서지만 이혼법정을 나서는 순간 싸늘한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늦가을 초대받지 않은 하객입장으로 이혼법정에 가봤다.

◆재판이혼 풍경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 1호 법정. 원고석과 피고석이 나누어져 있었다. 주로 손해배상과 재산분할 등의 이유로 재판이 진행된다. 사건번호가 불리면 부부들은 원고석과 피고석 앞에 선다. 판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꼭 이혼해야 합니까? 재산을 포기하시겠습니까?" 한 여자는 "남편이 생활비라도 제대로 주겠습니까?"라고 대답한다. 두 사람의 이혼사유는 경제적 원인이었던 모양이다.

법정은 조용하고 엄숙하다. 다른 부부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불릴 순서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원고는 있지만 피고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로 가출이 원인이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아들을 위해 함께 나온 아버지도 있었다. 이 사람은 "며느리는 가출했다."면서 판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한 남자는 부인에게 "한 번만 봐달라. 당신이 조금만 참아.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 못 들어주느냐."라며 사정했다. 하지만 부인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판사는 "원고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오는 20일 판결하겠습니다."라고 했다.

한 30대 부부는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다. 남편은 "이혼 못하겠다."고 말했고, 부인은 "꼭 해야 된다."고 맞섰다. 두 사람의 얘기를 가만히 듣던 판사는 "대화를 한 번 하는 시간을 갖자면서 22일 가정법원 조정실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협의이혼 풍경

같은 날 오후 4시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 2호법정.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4시 협의이혼의사확인재판이 열린다. 참석하는 부부는 30쌍 정도이다. 법정은 재판이혼이 열리는 1호법정에 비해 좁다.

부부의 이름을 호명하면 판사 앞에 나란히 선다. 판사의 질문이 이어진다.

"두 사람은 이혼하기로 한 것이 맞습니까?" "예". "양육비는 아빠가 부담하는 것 맞습니까?" "예". "모아둔 재산은 정리하셨습니까?" "예". 이혼하려는 부부가 많은 만큼 이혼을 확인하는 시간도 짧다.

황혼이혼이 늘고 있는 것을 증명하듯 결혼생활이 수십 년에 이르는 부부가 많았다. 45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노부부도 있었다. 한 60대 남편은 부인을 부축하면서 판사 앞에 나란히 섰다. 두 사람은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한다."고 말했다. 남편이 아내를 부축해서 법정을 나선다. 법정문을 나서는 여성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또 다른 노부부는 "누가 먼저 이혼 얘기를 꺼냈느냐."는 말에 "함께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젊은 부부들은 의외로 적었다. 한 30대 부부는 성격차이로 이혼을 한다고 했다. 판사가 "두 사람은 이혼한 뒤 다른 사람과 만나면 잘 맞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외국인 결혼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이혼도 많다. 한 동남아 여성은 몸이 불편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이혼을 신청했다. 이 여성의 남편은 이전에도 동남아 여성과 결혼했다고 판사에게 말했다. 외국인 여성은 서툰 한국말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법정을 나섰다.

한 40대 남자는 아쉬움이 큰 듯했다. 이혼에 합의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마지못해 "예."라고 답했다. 판사는 "남편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면서 "아이들이 한창 예민할 때인 만큼 두 사람이 이혼하더라도 아이들에게 더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40여 분 만에 30여 쌍의 협의이혼이 끝났다. 차경훈 판사는 "예전에는 이혼을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마음에서 질문을 많이 던졌다."면서 "하지만 요즘에는 판사의 영역 밖이라는 생각에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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