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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의 펀펀야구] 양준혁 "아버지는 내 야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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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9 09:45:38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대구에서 야구 구경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누구일까? 장담하건대 양준혁 선수의 부친인 양철식 씨일 게다.

그는 16세가 되던 1951년 고향인 전남 해남을 떠나 가족과 함께 대구로 왔다(해남은 이승엽의 부친 이춘광 씨의 고향 강진과 면 경계선을 넘어 바로 이웃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고모가 가방제조업(가내공업)을 하고 있어 일손도 도울 겸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빈손으로 시작한 새로운 생활이 쉬울 리 없었다. 전쟁으로 사회는 어수선했고 형편도 여의치 않았다. 전 가족이 가방제조업에 매달려 생계를 이어갔고 형님이 먼저 결혼, 양일환(현 삼성 투수코치)을 낳았다.

양일환의 친척 중 한장철 씨가 있었는데 가족 가운데 처음으로 야구를 했다. 경상중과 성남고, 해병대를 거쳐 기업은행 야구단에서 활동했는데 꽤 이름을 날린 투수였고 대구고 감독 등 지도자 생활도 오래 했다. 양씨가 본격적으로 야구장을 찾기 시작한 것도 1960년을 전후해 어린 한장철의 시합을 보러 다닌 후부터다. 때마침 그가 결혼한 1962년은 실업야구의 중흥기. 좁은 공장에 나란히 앉아 가방을 만들면서 가끔씩 툭툭 쳐야 소리가 잘 나오는 라디오 중계를 통해 야구에 푹 빠져 들었다.

양일환은 1남 4녀 중 외동아들이었다. 양일환의 부친은 외아들이 운동 보다는 공부를 하길 원했다. 그러나 양씨는 어느날 조카의 손을 잡고 대구초등학교 야구부에 찾아가 덜컥 입단을 시켜버렸다. 그리고 몇 달 뒤 형님에게 이실직고, 용서를 받았다. 이때부터는 어린 양일환의 시합을 지켜봤다.

1969년 양준혁이 태어났다. 어린 양준혁은 아버지를 따라 늘 야구장으로 놀러 다녔다. 그리고 삼덕초등학교 3학년이 되자 야구를 하겠다고 졸랐다. 그러나 가방사업의 퇴조로 실내장식으로 업을 바꾼 뒤 생활고가 심했던 때라 고민이 많았다. 때마침 해병대에서 휴가를 나온 한장철에게 재질은 있는지 테스트를 부탁했다. 일주일 뒤 돌아온 답변은 ‘100% 품질보증’.

결국 1년 뒤 양준혁은 야구를 시작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양 씨는 아들의 경기 관전을 거르지 않았다. 따져보면 근 50년 동안 연습경기를 포함해 그가 보아온 야구경기는 무려 5천 경기에 가까운 셈이다. 양준혁이 야구를 시작한 이래 양씨는 딱 한번 아들을 위해 배팅 장갑을 사주었다. 그 외 모든 용품은 한장철에서 양일환으로, 또 양준혁으로 대물림되었다.

대구상고 시절 선수들이 꾀를 부리고 연습을 게을리하다 들켜 단체로 도망간 적이 있었지만 양일환은 끝까지 남았다. ‘왜 함께 도망가지 않았느냐’는 감독의 물음에 양일환은 ‘가족을 위해 야구를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양준혁도 사석에서 아버지를 위해 야구를 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어려운 시기에 외지에서 이사와 가족 간에 의지하면서 살아온 양씨 일가가 팀워크를 중시하는 야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한국 야구의 신기록을 작성하는 아들 만큼이나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아버지의 최다 관전 신기록이 늘어가니 이만하면 부자간 팀워크도 최고가 아니겠는가.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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