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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1일(화) ㅣ
[무형문화재, 10만 시간의 지혜] <19> 김범식 대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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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3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국보 모형으로 남겨…후손 위한 일”
 
김범식 대목장이 작업실에 있는 모형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봉정사 극락전

전통방식 그대로 재현한 작품

유한한 내가 무한할 건물 손봐

후세가 보고 쉽게 공부했으면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대목장 김범식(75) 씨는 도편수(都邊首)라 불린다. 전통건축물의 설계, 기술지도, 감리 등을 한다. 이름도 남지 않은 옛날 목수들과 교감하는 작업이다.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었다. 아버지는 가구를 만들던 소목(小木)이었다. 군대에서도 목공 일을 하고 가구 수선하는 일을 했다. 사회에 던져진 뒤 생계 방편으로 시작한 목수 일이었다. 1964년. 전통건축물과 첫 인연을 맺었다. 맑은 바람이 드는 곳, 김천 직지사 청풍료(직지성보박물관)였다. 그도 처음에는 조각을 담당했다. 처마 밑에 새겨진 동물 모양을 만들었다. 용머리나 꽃받침 같은 것이다. 이후 50여 년간 전국의 사찰 전각 200여 곳을 손봤다.

“무형문화재 보유자이긴 해도 기능은 거기서 거기다. 보유자가 되고 안 된 것뿐이다. 그냥 하다 보니 쪼~끔(검지와 엄지를 꼬며) 아는 거다.”

21세기 들어 한국전통건축연구원을 세웠다. 전통건축물을 모형으로 남기고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 봉정사 극락전, 동화사 대웅전 등 국보와 보물을 실물의 10분의 1, 5분의 1 크기로 만들었다. 후세가 보고 쉽게 공부하라는 거였다. 만일의 일에 대한 대비이기도 했다.

“모형이지만 전통방식 그대로 재현했다.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복원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반적인 섬세함을 넘어선 것처럼 보였다. 찬탄이 저절로 나왔다. 다른 일을 해보고 싶지 않았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다만, 철공 분야에서 쇠를 재료로 했더라면 더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 적은 있다고 했다. 평생을 목수로 일하며 깨달은 지혜를 물었다.

“뭔가를 남겨 놓고 간다는 게 이 일의 가장 큰 보람이다. 사람은 태어났다 가면 없지만 건물은 잘 보존하면 수명 연한이 없다. 그래서 잘 보존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유한한 내가 무한하게 될 건물을 손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눈앞의 것만 생각해선 안 된다. 돈이 되고 안 되고를 따져 대충 하면 전통을 망친다. 700년 이상 가는 국보는 지금도 남아 있다. 그것들을 보면 겸손해진다. 선대 목수들은 1천 년 뒤 후손들도 쓸 수 있도록 만들었을 거다. 우리도 후세를 생각해야 한다. 1천 년을 바라보고 후세를 생각한다면 얼렁뚱땅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제대로 된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시간이다. ‘빨리빨리’가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한다.”

글 사진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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