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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1일(화) ㅣ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방송사 서바이벌 오디션 넘쳐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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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0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아이돌 될거야"
 
 
 
아이돌을 꿈꾸는 21세기 아이들이 넘쳐난다. 방송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능을 펼치는 아이들.
 
PRODUCE 101
 
KBS2 ‘더 유닛’
 
믹스나인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있어 ‘아이돌’이란 한층 진화된 ‘신인류’의 개념이나 마찬가지다. 화려하게 외모를 가꾸고 무대에 올라 환호를 받으며 큰돈을 벌어들이는 아이돌 스타들. 능숙한 외국어를 쓰며 외국 곳곳을 돌아다니고 원하는 대학교 입학까지 어렵지 않게 이뤄 내는 그들은 아이들의 눈에 진화된 신인류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신인류를 동경하고 진화를 꿈꾸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이돌 진입 연령대를 넘겨 대학생이 된 이들이 고시원과 도서관에 앉아 취업에 목을 매고 있지만, 아직 10대에 머문 아이들의 상당수가 아이돌이란 신인류로의 진화 가능성을 타진하며 연습에 매진 중이다. 그들에게 고시에 합격하고 공무원이 돼 ‘철밥통’을 거머쥐는 삶이나, 대기업에 입사해 그럴싸한 타이틀의 회사원이 되는 건 진화하지 못한 구시대의 삶에 불과하다. 지난 10월 말 하루 간격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TV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 이 두 편의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전히 화제가 되는 것 역시 신인류의 삶을 꿈꾸는 21세기 아이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빛나는 삶에 대한 동경

서울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달동네가 흔했던 1980년대, 그 시절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으로 인기를 끌었던 직업 1순위는 과학자였다. 경제 발전을 이뤄야 하고 그러기 위해 산업을 발달시키는 데에 과학기술을 필요로 하던 시기다.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어필하는 분위기 속에서 어린 아이들이 꿈꾸는 제1의 직업도 과학자로 꼽혔다.

세월이 지나 2017년 현재. 교육부가 발표한 초등학생 장래희망 조사 상위 10위에 들어간 직업군을 살펴보면 과학자가 9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수는 7위로 과학자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보다 앞서 2007년 조사에서는 연예인이란 직업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조사에서 연예인이 아닌 가수라는 타이틀이 10위권에 들어온 건 그만큼 10대 또는 그보다 어린 아이들의 눈에 국내 대중문화계를 주름잡는 아이돌 스타들의 영향력이 월등해 보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다. 타 장르보다도 소위 아이돌 음악이 국내 음악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아이들이 말하는 ‘가수’가 로커나 발라더가 아닌 아이돌 스타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1980년대 SF 소설이나 영화-애니메이션에 등장하던 각종 첨단 기기들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현실에 속속 등장하고 과거보다 빈곤층이 눈에 띄게 사라져 ‘잘 사는 나라’의 이미지가 구축된 지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기왕이면 보기 좋게 꾸미고 즐기면서 돈도 잘 벌 수 있는 직업에 아이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

◆아이돌 산업 성장, 사회적 인식도 달라져

과거와 달리 부모들도 아이돌 스타를 향한 자녀의 꿈을 막아서지 않는다. 사회적인 영향력이나 위상, 이미지가 확연히 달라졌고 리스크 발생 가능성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SM이나 YG, JYP 등 유력 기획사의 아이돌 멤버로 데뷔하게 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곳곳을 돌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성공가도에 오를 기회를 잡게 된다.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수업까지 받으며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밑천을 확보할 수 있고, 외국 활동에 필요한 실전 외국어까지 습득하며 일반적인 학창시절을 보내는 또래에 비해 폭넓은 경험과 재능을 갖추게 된다.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학을 나오고 돈 들여 국외연수까지 마친 후 채용시장에 나가도 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아이돌 스타로 성공하면 어린 나이에 부를 축적하고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재주까지 다양하게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 젝스키스나 H.O.T 등 1세대 아이돌 그룹이 시장에 나오던 시기에는 분명히 부작용이 많았다. 철 들기 전에 얻은 부와 명예를 주체하지 못해 허세를 부리고 과소비를 하다 힘든 상황에 빠지는 예가 흔했다.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 외 해본 일이 없어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미숙한 탓에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기도 했다. 젝스키스의 강성훈은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재기를 노리며 대중문화 사업에 손을 댔다가 수차례 사기혐의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N.R.G의 이성진은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장시간 자숙했다. H.O.T의 토니 안 역시 도박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같은 그룹의 이재원은 성범죄 의혹을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재는 다행히도 1세대 아이돌 스타들의 실수 탓에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난 데다 아이돌 산업이 커지고 시스템이 정교해지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이 마련된 상태다.

요즘 가요계 유력 기획사 중에는 연습생들의 춤과 노래뿐 아니라 인성까지 관리하고 무작정 학교수업에 빠지지 않도록 출석 일수 및 과외활동까지 봐주는 경우가 많다. 출석 일수가 모자랄 경우에는 검정고시를 유도하고 성적관리가 잘 되었을 때 대학교 진학을 유도하기도 한다. 인지도 있는 아이돌 스타들은 각 대학교에서 홍보를 위해 학생으로 유치하려 경쟁을 벌인다. 그만큼 원하는 학교에 들어갈 확률도 커진다. 실력을 쌓고 자기관리를 하며 여기에 운까지 동반된다면, 어린 나이에 데뷔해 큰돈을 벌고 학벌까지 챙길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유명기획사 기회 잡으면 ‘꽃길’ 걸어

아이돌 그룹 멤버 중 팀 해체 이후의 행보를 미리 준비하는 이들도 늘었다. 어차피 한 팀이 해체되고 나면 그중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멤버는 극히 일부로 한정된다. 노래나 춤이 되는 멤버는 그나마 가요계에서 버티겠지만, 실력이 미비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최근에는 기획사에서 아이돌 그룹들을 구성할 때 음악적 실력으로 어필할 수 있는 멤버와 그 외 연기자나 예능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멤버를 고루 구성해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구성원들이 가지는 마음가짐이 달리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빨리 인지하고 미리 대비하니 향후 팀 해체 후 개인 활동을 시작했을 때도 실패 확률이 낮아진다.

과거 그룹 유키스의 동호는 데뷔 후 인기를 얻으며 상승세를 타던 중에 은퇴를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22세의 나이에 결혼했으며 이후 디제잉을 배우는 등 다른 활로를 개척하려 애썼다. 걸그룹 라붐의 막내 멤버 율희도 최근 팀 탈퇴 소식을 알렸고, 그에 앞서 원더걸스의 선예도 팀을 탈퇴한 후 결혼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그저 인기에 영합해 제 앞길 못 가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철저하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리스크는 줄어들고 탄탄한 회사에 들어가 데뷔 기회를 잡기만 하면 향후 ‘꽃길’이 열리니 아이돌 스타를 지원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다만 지망생들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게 문제다. 심지어 상당수 기획사가 능력도 안 되는데 아이돌 그룹을 구성해놓고는 멤버들을 희망고문한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나 ‘더 유닛’ ‘믹스나인’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정당성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의미의 희망고문이란 말을 들을지언정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뜨지 못한 아이돌 스타 지망생’들에게는 잡고 싶은 지푸라기가 될 수 있다.

수백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매주 각 기획사 오디션에 응하고 그중 일부가 연습생으로 발탁되고 있다. 물론 성인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놀이문화 일부로 받아들이거나 막연한 동경심 때문에 오디션에 참여하는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헛바람 들었다’고 욕할 수는 없다. 확률적인 차이는 있지만, 어차피 취업이나 아이돌 가수의 길이나 어렵기는 매한가지. 여러모로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데, 재능이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달해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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