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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大邱城(대구성)을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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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7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예전에 어른들은 중앙로에 갈 때, 흔히 ‘시내에 간다’는 말 대신 ‘성내에 간다’고 했다. 성내(城內)의 그 성이 바로 ‘대구읍성’이다. 임진왜란 때 토성이 무너지고, 조선 영조대왕 시절 석성공사를 시작하여 침산에서 돌을 가져다 둘레 2.7㎞ 높이 5m의 성을 쌓았다.

나중에 성벽이 허물어진 자리에 길을 만들었으니 지금의 동성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로 연결되는 네모 안에 대구성이 있었다. 남쪽의 영남제일관을 비롯해서 동쪽의 진동문, 서쪽의 달서문, 북쪽의 공북문 등 모두 네 개의 대문을 두었다. 이 중에 영남제일관만 동구에 있는 망우공원으로 이전, 복원되었지만 원래의 모습과는 자못 다르다,

지난해 대구 중구청에서 3년을 작정하고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대구성의 주요 경관을 복원하여 근대역사의 숨결을 불어 넣으려는 회심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그 일환으로 시작한 ‘성돌 모으기’에도 불이 붙었다. 모두 바람직한 일이다.

사실 대구성의 축성에는 몇 가지 중요한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대구성이 수원화성의 축성모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초 축성 의지에 불을 지핀 것은 실학사상이었으니, 개혁군주 영조를 받드는 반계(磻溪) 유형원의 후예들이 바로 축성의 주역이었다. 대구성을 쌓았던 경상감사 민응수는 중국의 병서 ‘무비지'(武備志)를 번역하여 후일 정약용에게 전달함으로써 수원화성의궤의 지침이 되었다. 그의 전임자로 대구성의 필요성을 최초로 역설했던 조현명은 전주성을 쌓으면서 ‘축성계초'(築城啓草)를 올렸으며, 그의 도반 동래부사 정언섭은 동래성을 쌓으면서 역시 ‘축성등록'(築城謄錄)을 남겼다.

두 번째 의의는 축성의 자금조달 방식에 있다. 민응수는 조정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나락의 이자를 불리는 요판이취(料瓣利取) 방식으로 예산을 자체조달 하였으니, 후일 정약용이 목민심서에서 밝힌 ‘판재지법'(瓣財之法)이 바로 그것이었다.

세 번째로 대구성은 백성의 살림살이를 배려하여 민폐가 없는 공사를 이뤄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00패(牌)로 나눠 임금을 지급하는 기민구제 방식을 통해 백성들의 혁명적인 동참을 이끌어냈다. 승려와 죄수들까지 동참한 공사는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달구벌의 요람 대구성의 역사는 근대에 와서 일제의 침략으로 하루아침에 허물어지고 만다. 그 주역이 바로 친일의 앞잡이 관찰사 박중양이었다.

개화장(開化杖)을 짚고 으스대다가 ‘박작대기’란 별명으로 유명했던 그는 고종 임금의 윤허도 받지 않고, 심지어 조정의 중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대구성을 파괴하고 말았다. 왜인 순사를 잡아다 집안 사설감옥에 가두던 박작대기의 일화를 ‘일본인을 혼낸 통쾌한 조선인 이야기’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그는 ‘야마모토’란 일본 이름으로 불리기 좋아했던 골수 친일파에 다름 아니었다.

박중양 외에도 대구성 훼철의 배후에는 대구거류민단이란 이름의 다수 일본세력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오쿠라 컬렉션’의 이름으로 지역 문화재를 도륙한 ‘오쿠라’나 명성황후 시해의 주범이었던 ‘기쿠치’도 있었다. 이들의 작당으로 대구성이 허물어지자 대구의 상권이 하루아침에 일본인들 수중으로 넘어가고 말았으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대구성을 다시 짓자.

원래의 자리에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전, 복원은 어떨까. 경상감영과 부속건물을 재현하고, 각종 공방과 기방, 서원 등을 충실한 고증으로 다시 만날 수는 없을까. 조선시대 저잣거리를 재현하고, 관찰사의 행차와 같은 경상감영에서 일어나던 일들을 오늘에 다시 볼 수는 없을까.

대구성을 다시 지을 수만 있다면, 그곳은 대구경북의 정신적, 문화적 요람이 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메가 프로젝트’다. 문화콘텐츠로서의 경제적 전망도 매우 밝다. 경상감영의 ‘영영일기'(嶺營日記)에는 수많은 ‘스토리’들이 ‘텔링’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성을 둘러싼 역사적 인물들이 오페라나 뮤지컬을 통해 재조명될 것이다.

노병수/달서구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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