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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10만 시간의 지혜] 이학천 사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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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1 00:05:05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명장, 감투보다 노력과 열정에 무게 둬야”
 
이학천 사기장이 다중분장 기법으로 만든 ‘군마도 호리병’을 들어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명장이면서 경상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보유자, 속칭 ‘더블 크라운(Double Crown) 보유자’치고는 젊은 편에 속하는 이학천(57) 사기장은 과연 ‘젊은 피’다웠다. 잔잔하게 삶의 지혜를 전해주던 지금까지의 무형문화재 보유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작정한 듯 쏟아냈다. 한참을 듣고 있었다. 평소 생각인 듯했다. 아무리 외웠다 한들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잿밥에 눈이 어두우면 안 된다. 때가 되니 대한민국 명장이 되고,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된 거다. 감투를 목적으로 달려가선 안 된다. 해야 할 도리라는 게 있다. 도리를 다 했더니 명예가 따라오더라. 도리를 지극정성으로 해야 된다. 쉽게 말해 부모에게 당연히 봉양하고 공경했더니 효자라고 사람들이 칭찬하더라는 거다. 하지만 효부상을 받으려고 봉양하고 공경한다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

가짜가 판을 치는 업계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노력하지 않는 이들을 강하게 성토했다. 특히 오랜 기간 대한민국 명장, 무형문화재 타이틀만 갖고 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욕심을 버리길 권했다.

“무형문화재, 명장이라는 타이틀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 당장이라도 반납하라면 하고 싶다. 문화재청장이 우리 지역에 왔을 때 건의하기도 했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라고. 거동도 안 되는 사람들이 타이틀을 갖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기력이 떨어져 작품 활동을 못하는 이들에겐 명예만 갖도록 하고 무형문화재는 한창 물오른 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보물창고를 맡길 때는 지키려는 마음가짐이 있는 사람에게만 자격을 줘야 한다. 보물을 탐하면 절대 그 창고를 지킬 수 없다. 책임지려는 사람에게만 창고를 맡겨야 한다.”

‘사람의 전성기를 어떻게 판명할 수 있느냐, 나이가 들어도 열정은 식지 않는다’라고 물었다.

“사람의 전성기는 기운과 노련미가 합쳐져 최고의 조합을 이룰 때다. 20대에는 기운이 넘친다. 열정이고 패기다. 그러나 노련미, 기술이 떨어진다. 70대에는 기운이 떨어지지만 노련미와 기술은 여전하다. 그 중간 지점이 전성기다. 나이로 따진다면 40, 50대다.”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삶의 지혜를 전해달라고 청했다. 그의 주된 메시지는 변화와 혁신이었지만 그 전제로 주문한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였다.

“어떤 사람들은 ‘작품 판매가 잘 안 되는데 어떡합니까’라고 걱정한다. 작품을 팔려면 소장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부족한 탓이겠지. 작품이 좋은데 소장자가 보는 눈이 없어서 안 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위기가 왔다면 기회로 삼아야 된다. 변화하고 혁신할 기회가 왔는데 남 탓을 하고 있으면 어쩌잔 말인가. 그런데 이것만큼 무서운 게 있다. 작품이 잘 팔린다고 만족해서 실력을 늘리지 않는 것이다.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니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글 사진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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