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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째 세컨드 하우스 생활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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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5 00:05:02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전원주택에 살어리랏다’ 박석희`이순옥씨 부부
 
박석희`이순옥 씨 부부가 마당에서 시래기를 건조대에 늘어놓고 홍시를 만들기 위해 대봉감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남편 박석희씨가 조경수 소나무 전지작업을 하고 있다.
 
온가족이 점심 식사로 삼겹살 바베큐를 즐기고 있다.
 
부침개·비빔밥 해먹는 즐거움

테라스 앉아 자연과 함께 하는 기쁨

자연이 주는 느림 미학에 모두 행복

도시민의 생활은 하루가 바쁘기만 하다.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가끔 자신의 영혼에 휴식을 주면서 바쁜 일상보다는 느림의 삶이 필요하다. 그 하나의 대안으로 ‘세컨드하우스’가 주목받고 있다. 세컨드하우스는 도시에 거주지를 두고 도시 인근이나 휴양지에 힐링을 위해 마련한 또 다른 집을 말한다. 평소에는 도시 거주지에서 생활하고 주말이나 연휴, 휴가기간에는 세컨드하우스를 찾는 것이다. 도시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여유로운 삶을 동경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경제력도 필요해 쉽지만은 않다. 거창 가조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한 박석희(54)`이순옥(54) 씨 부부의 알콩달콩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살펴봤다. 남편 박 씨는 경북도농업기술원에서 20여 년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농업연구관이다.

◆조경수 가지치기, 채소 수확 분주

박 씨 부부는 대구 거주지에서 생활하다 금요일 저녁이면 가조에 있는 세컨드하우스인 전원주택에 내려간다.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보면 햇살이 마당에 포근히 내려앉아 있다. 남편은 아침밥을 먹고 도구함에서 전지가위를 꺼내 들었다. 마당 앞쪽에 있는 조경수 소나무 3그루의 가지를 치기 위해서다. 겨울초에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줘야 봄에 소나무 가지가 풍성하게 자라 나온다. 그는 두 손으로 전지가위를 잡고 소나무 가운데 가지를 싹둑 잘라냈다. 전지작업은 1시간가량 걸려 끝났다. 남편이 전지작업을 하는 동안 아내는 집 옆의 채소밭에서 앙증맞게 자란 채소를 뜯느라 바쁘다. 채소밭에는 지난여름 심어 놓은 시금치, 부추, 실파, 상추 등이 찬바람에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다. 아내는 손으로 채소를 조심스럽게 뽑았다. 채소는 금세 바구니에 수북하게 쌓였다. 아내는 오늘 점심에 부추, 실파로 부침개를 만들어 고생한 남편과 먹을 생각이다.

◆아빠는 바베큐, 엄마는 시골밥상 박사

세컨드하우스에서 지내는 박 씨 부부의 큰 즐거움은 바베큐 파티다. 대구에서 미리 삼겹살을 사가지고 내려간다. 점심시간에 가족끼리나 손님이 오면 바베큐를 즐긴다. 남편은 가족을 위해 바베큐 그릴을 샀다. 나무로 만든 야외 파라솔 테이블도 마련했다.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일은 남편의 몫이다. 남편이 그릴에 고기를 굽고 있을 때 아내는 햇빛이 비치는 실내 주방에서 소박한 시골 반찬을 만들고 있다. 채소밭에서 직접 뜯은 상추를 씻어 접시에 담고 실파에 고추장을 섞어 실파무침도 했다. 가을에 깻잎을 따다 간장과 식초를 넣어 만든 깻잎장아찌도 꺼냈다. 여기에 쌈배추와 마늘, 청양고추도 담았다. 삼겹살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갈 때 야외 식탁에는 한상 바베큐 밥상이 차려졌다. 아들 재휘(27) 씨는 “아빠가 만들어준 삼겹살 바베큐가 가장 맛있다”며 “주말마다 전원주택 생활을 하는 부모님이 고맙기만 하다”고 했다. 딸 아름(25) 씨는 “엄마가 직접 가꾼 채소를 바베큐와 싸 먹으니 꿀맛”이라며 “잠시 현실을 잊고 함께 있으니 가족애가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5년 동안 발품 팔아 전원주택 마련

박 씨 부부는 둘 다 고향이 거창이다. 농촌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도시생활에 지친 부부는 마음속에 항상 고향에 대한 동경이 가득했다. 그래서 아내의 세컨드하우스 제안에 남편이 흔쾌히 동의했다. 부부는 5년 전부터 주말을 이용해 전원주택 마련을 위해 발품을 팔았다. 신축은 생활 기반시설까지 갖춰야하는 어려움에 기존 전원주택을 매입하기로 했다. 매입 가격은 3억원 이내로 잡았다. 정보는 주로 인터넷을 활용했다. 입지는 대구에서 1시간 이내, 자연 전망 등을 고려했다. 청도, 영천, 경산, 군위, 고령 등 전원주택단지를 샅샅이 살폈다. 하지만 가격도 안 맞지만 ‘고향’이라는 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고향 근처인 가조에 들렀다. “담벽 사이 활짝핀 빨간 장미꽃이 눈을 사로잡았어요. 아담하면서도 고향에 온 느낌 같은 거 말이죠.” 부부는 가격도 적당해 지난 7월 2억9천만원에 전격 매입했다. 전원주택은 건립 5년 됐다. 부지 700㎡, 건물 92㎡에 거실, 안방, 다락방, 주방이 있다. 밖에는 데크, 테라스는 물론 황토방도 있다, 마당은 잔디마당이고 조경수로 소나무, 장미, 보리수, 벚나무가 심겨져 있다.

◆도시생활 잠시 잊는 느림의 미학

부부는 6개월째 세컨드하우스 생활을 하고 있다. 찌든 도시 생활을 잠시 잊고 느릿하게 산다. 채소 재배를 위해 작은 텃밭을 조성했다. 부침개도 해먹고 비빔밥도 해먹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테라스에 앉아 자연을 보며 여유롭게 차를 마신다. 바쁘게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생겼다. 부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집 뒤쪽 우두산 산책도 빼놓지 않는다. 소나무 숲속에서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몸에 생기가 돈단다. 가끔 바리봉~장군봉~의상봉 코스를 따라 5시간씩 등산도 한다. 부부는 산에서 땔감용 나무도 직접 한다. 황토방에 군불을 지펴 하룻밤 자기 위해서다. 뜨끈한 황토방은 지친 몸도 마음도 풀어 준다. 찬바람이 우두산을 넘어온다. 부부는 서둘러 겨울 준비에 들어갔다. 무청을 잘라 건조대에 시래기를 걸어놓았다. 채반에는 무말랭이가 햇빛을 받아 말라가고 있다. 처마 밑에는 감을 깎아 줄에 기다랗게 매달아 놓았다. 부부는 “메뚜기 잡고 다슬기 잡고 쑥 캐고 하던 어린시절을 다시 사는 것 같다”며 “잠시 자연이 주는 느림의 미학에 인생의 새로운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김동석 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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