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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의 새論새評] 예산권을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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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7 00:05:05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행정부가 예산편성·회계감사권

특활비처럼 고양이에 생선 맡겨

국회는 예산권없이 증감심의만

文대통령 감사권 개헌 공약 주목

어제 새벽에 428조원의 예산안이 국회에서 법정기일을 넘겨 어렵게 통과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안이 충분히 심의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공무원 증원예산이 일부 삭감되고 ‘특별활동비 상납’으로 문제가 된 국가정보원 예산이 삭감된 것을 제외하고는 정부안에서 큰 변경 없이 통과된 것이다. 과거에 국회가 ‘통법부’로 불리며 정부가 발의한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요식행위로 기능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국회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회는 법률안을 발의할 권한은 갖고 있지만 예산안을 발의할 권한은 없다. 이 때문에 예산권을 국회로 이관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어려서 배운 삼권분립 체제에서 국회는 입법권과 예산권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대한민국 국회는 예산심의권만 가질 뿐 예산편성권은 행정부가 갖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재정에 대한 회계감사권은 감사원이 갖고 있다. 우리 국회는 미국 의회와 달리 그저 행정부에서 제출한 예산을 심의하고 항목변경 없이 감액할 권한만을 갖는다.

최근에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국정원의 ‘특별활동비 상납’ 사건도 당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크게 보면 삼권분립이 지켜지지 않는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행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국정원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예산을 배정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예산 중 일부를 내놓으라고 하면 거절하기가 어렵다. 혹시라도 국정원장이 이를 거절한다면 아마도 다음 해 예산이 대폭 깎일 수도 있다.

예산 집행부서에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어느 누구도 자의적 집행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는 ‘특별활동비’의 경우 치명적인 유혹의 대상이 된다. 물론 정보기구의 특별활동비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 예산을 사전에 꼼꼼히 검토해서 편성하고 사후에 철저히 감사하는 구조적인 견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영국 정치가 액턴 경의 명언이다. 물론 절대 권력을 갖고도 부패하지 않는 위인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사회제도는 보통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산편성권을 대통령에게 주고서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줄곧 지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헌법에 명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헌을 하지 않고서는 예산권을 온전히 국회에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개헌 없이 회계감사권을 국회에 실질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은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부터 고민되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 시절에 누구보다도 그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회계감사까지도 행정부의 한 축인 감사원에 맡기는 것은 누가 보아도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도들은 모두 ‘위헌’이라는 말에 묻혀버렸고 국가예산을 대통령에게 상납하는 기막힌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회계감사권을 국회에 부여하겠다고 공약을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권력자는 권력의 분산을 싫어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권력에 취하면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한다. 이것은 권력의 속성으로서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다만 주변에 뛰어난 조력자가 있을 때에만 권력독점을 넘어 더 큰 권력, 만인을 위한 권력을 형성할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종식한 한고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장량(張良)의 현명한 조언이 있었다.

항우와의 전쟁에서 진 유방은 대장군 한신의 정예군대를 빼앗고 그에게 신병을 모집해서 제나라를 정벌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뛰어난 전략으로 제나라 정벌에 성공한 한신은 항우와 전쟁할 생각은 않고 제나라 왕이 되고 싶어 했다. 이 말을 들은 유방은 당연히 격노했지만, 장량이 나서서 일부러 유방의 발을 지그시 밟은 뒤에 사과하는 척하면서 한신에게 권력을 나눠줘야 승리할 수 있음을 설득했다. 그 결과 유방은 승리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권력자의 발을 지그시 밟을 수 있는 장량 같은 사람이 없을까.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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