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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20일(토) ㅣ
[설렘과 신비의 대륙 남미를 가다] ②자연과 삶, 문명이 살아있는 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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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이카 사막서 즐기는 버기투어…와카치나 오아시스서 꿀맛 휴식
 
 
 
여행자들이 이카 사막 언덕에서 버기 투어로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고 있다. 버기투어 차량의 모습은 뼈대만 남아 벌레처럼 생겼다.
 
 
페루 국민들의 국기 사랑은 대단하다. 여행자들이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국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동물들의 낙원 ‘파라카스 바예스타섬’

리마의 아침 안개는 너무나 짙어 도시를 지워버릴 기세다. 리마에서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뿌연 안개가 나뭇잎에 이슬이 되어 눈물방울처럼 맺히는 것을 ‘잉카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리마에서 파라카스로 가는 길에는 풀 한 포기 볼 수 없는 광활한 사막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이런 척박하고 황량한 사막지대에서도 가끔 푸른 초원이 보인다. 안데스 산맥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강물 덕분에 만들어진 초원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소박한 사람들의 풍경이 아름답다.

시외버스로 5시간 정도를 달려 리마에서 약 300㎞ 정도 떨어진 바예스타섬 선착장에 도착했다. 바예스타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야트막하게 이어지는 모래언덕이 보인다. 언덕에는 나스카 지상화와 비슷한 삼지창 모양의 대형 촛대무늬 ‘엘 칸델라브로(Candelabro de Paracas)’가 새겨져 있다. 크기가 181m로 가운데 초 모양 그림이 정남향을 가리키고 있다. 뱃사람들에게는 등대처럼 중요한 표지가 된다. 약 30㎝ 깊이로 새겨진 엘 칸델라브로를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엘 칸델라브로를 지나 쾌속정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멀리 작은 바위섬들이 물 위로 떠오른다. 12개의 바위섬으로 된 바예스타제도는 1974년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바예스타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로 동물들의 보호를 위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25인승 관광보트를 타고 섬 주위를 돌아보았다. 거친 파도에 깎인 바위섬에는 물개, 푸른 발 부비새, 펠리컨, 훔볼트 펭귄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바위섬 가까이에 배가 접근하자 물개들이 일제히 으르렁거리고, 물새가 떼 지어 소리 내며 일제히 날아오른다. 동물들의 소란스러움이 파도소리와 합쳐지면서 웅장한 자연의 교향악으로 변한다. 다양한 동물들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보금자리를 아낌없이 제공하는 바예스타섬을 작은 ‘갈라파고스’라고 부른다.

동물들의 낙원을 떠나 피스코에 도착하자 어디선가 요란한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북소리 리듬을 따라가 보니 작은 학교에서 신나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의상을 입은 아이들부터 어른, 노인들까지 다 같이 춤을 추며 행진한다. 처음에는 무슨 축제인지도 모르면서 함께 어울리며 즐겼다. 알고 보니 페루의 독립기념일 행사였다. 여행한 지 1주일이 지나던 7월 28일이 독립기념일이었던 것이다. 이전 세대가 겪었던 아픈 역사와 전통을 주제로 축제 퍼레이드를 한다는 게 참 인상적이다. 페루에서 가장 큰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학부형은 물론 동네 사람들의 축제로 진행된다. 뜻하지 않게 경험한 화려하고 웅장한 축제였다. 유쾌한 행운이다!

◆모래 언덕에 둘러싸인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

피스코를 거쳐 이카에 도착하면 사막과 오아시스 마을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와카치나를 만날 수가 있다. 건조한 기후로 인해 와인과 샌드보딩으로 유명한 이카는 주변이 온통 황량한 모래 먼지가 날리는 사막도시이다. 바닷가의 파라카스와 물개섬이라 불리는 바예스타가 바다를 품은 생태보전지역이라면, 이카사막과 와카치나 오아시스는 자연을 몸소 체험하고 그 속에 감춰진 문화적 지혜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는 건조한 열대성 기후를 갖고 있는 남미의 특이한 지역적 특성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모래사막 여행의 백미는 고운 모래 위를 질주하는 스릴 넘치는 버기(Buggy)투어와 샌드보딩(Sandboarding)이다. 버기투어는 뼈대만 남아 마치 벌레처럼 생긴 버기 지프를 타고 모래사막의 굴곡을 롤러코스터처럼 질주하는 프로그램이다. 높은 언덕의 꼭대기에서 급경사로 이루어진 모래언덕을 오르내리며 아찔함에 소리지르다 보면 어느덧 사막과 하나 되어 있다. 급경사진 모래언덕의 꼭대기에서 온몸을 보드에 맡긴 채 내려올 때는 전기가 흐르듯 짜릿한 스릴감에 빠져들게 된다. 어린아이가 놀이동산에 간 것처럼 샌드보딩 재미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곡선의 모래 능선과 와카치나 오아시스가 내려다보이는 석양의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 장의 그림이었다. 자연이 그려낸 예술 작품의 황홀함에 깊이 빠져든다.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사막이 바람과 어우러져 시시때때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하고 있다. 모래언덕에 둘러싸인 오아시스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은 마치 동화 속 마을 같다. 남미의 오묘한 매력을 간직한 이카의 와카치나에서 오아시스 같은 휴식을 맛보았다.

◆하늘에서 본 나스카 라인과 차우칠라 무덤

팬 아메리카 고속도로를 따라 사막을 건너고 끝없이 펼쳐진 불모의 땅에 다다르자 오래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나스카가 나타난다. 마추픽추와 함께 페루를 대표하는 불가사의를 꼽는다면 나스카의 지상그림을 빼놓을 수 없다. 신비한 고대 수수께끼가 남아 있는 메마른 해안의 사막도시 나스카! 한때 나스카 문명을 탄생시키고 신화를 만들었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관광지로 활기를 찾고 있다. 어디든 변화하는 시간 앞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지구 상에는 놀라운 유적들이 많이 있지만 나스카 라인만큼 미스터리한 유적도 없다. 1927년 페루 고고학자가 발견하고 1939년 하늘 위에서 처음 확인된 나스카 라인은 태평양과 안데스 산맥 사이에 위치한 나스카 평원 곳곳에 그려져 있다. 약 1~6세기 고대 나스카인들이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양은 거미, 원숭이, 콘돌, 도마뱀, 고래, 벌새, 펠리컨 등 동물을 비롯하여 각종 기하학적 도형까지 수백여 개가 발견되고 있다. 작게는 수십m에서 크게는 300m에 이르는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그림들이다.

나스카라인은 거대하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야 제대로 볼 수 있다. 6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멀미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 기장의 목소리 너머로 나스카라인이 보인다. 희미해져 가는 선들을 따라 누군가가 하나하나 만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세월의 의미가 새겨진다.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래 그림이 보였다. 처음 그림이 보이기 시작할 때 탄성을 쏟아냈던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스카라인은 독특하게도 모래가 아닌 돌들로 이루어진 사막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계곡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림들은 검은 돌과 모래를 긁어내어 새하얀 지면을 나타나게 해서 그려진 것이다. 1년 내내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데다 바람마저 불지 않는 기후 덕분에 천 년이 넘는 오늘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인근의 차우칠라 공동묘지에서는 미라를 볼 수 있었다. 미라 관람은 누구나 갖는 죽음에 대한 궁금증과 사후를 엿보고 싶어하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모든 미라는 앉은 자세로 묻혔다는 것이 신기하고, 사후에도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음식이 든 그릇을 함께 묻어 둔 듯하다. 삶과 죽음은 끝이 아닌 것처럼….

안용모 자유여행가·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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