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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20일(토) ㅣ
[추억의 요리 산책] 반찬·간식 대용 고추 부각·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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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어머니는 늦가을 햇살이 아까워 동동걸음을 치셨다. 예전에 식품 건조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보관할 냉장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어머니는 농사를 마무리하는 틈틈이 무청을 엮어 시래기로, 호박은 썰어서 고지로, 무는 썰어서 무말랭이를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사랑채 가마솥에 채반을 걸고 아궁이에 장작을 지폈다. 끝물고추에 밀가루를 묻혀 쪄내어 볕 바른 곳에 싸리나무 발을 펼쳐놓고 널었다. 몇 며칠 바삭하게 마른 부각용 고추는 돌가루 포대 속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오거나, 마땅한 찬거리가 없을 때 부각은 요긴하고 특별한 반찬이 되었다. 또한 기름에 튀긴 부각은 마땅한 주전부리가 없던 산골 아이에겐 짭조름한 간식거리였다. 아작아작 씹어 먹다가 가끔은 매운 고추를 씹어 눈물이 쏙 빠지고 입술이 퉁퉁 부풀어 올라 식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묘한 맛이었다. 해마다 어머니는 부각을 만들어 자식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연로하신 탓에 찬거리에서 손을 뗀 지 여러 해가 지났다.

늦가을이 되면 왠지 부산해진다. 깻잎, 고추 등을 준비해 부각을 만든다. 어릴 적부터 먹었던 ‘촌’ 음식은 ‘촌스러운’ 입맛을 깨우며 향수에 젖게 한다. 겨우살이 찬거리 장만에 마음은 들뜨고 손장단이 흥겹다.

가스불 위에 찜솥을 올려 끝물고추를 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베란다 밖으로 망을 늘어뜨려 고추를 말렸으나 가정용 식품건조기를 장만해서 말리니 일거리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건조기가 없을 때는 날이 궂으면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였다. 자칫하면 식재료가 상해서 버려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건조기가 생겨 건조 과정이 쉽다 보니 웬걸 일거리가 줄어들었다고 부렸던 허세가 헛것이 되어버렸다. 이것저것 더 장만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손이 더 바쁘다.

끝물고추는 밀가루를 묻혀 쪄내어 말리고, 깻잎과 부추, 들깨꼬투리는 찹쌀풀을 쑤어 일일이 풀물을 발라서 말린다. 말린 재료는 비닐봉지에 봉해서 보관한다. 가끔 향수에 젖을 때면 부각 반찬을 만든다. 기름에 튀겨내도 좋으나, 튀긴 기름을 처리하기 불편해서 고민이라면 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른 후 덖어내듯 볶으면 된다. 단, 빨리 볶아야 하기 때문에 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볶은 재료에 소금을 살짝 뿌리면 간단하게 요리를 마친다. 두어 끼니 식탁에 올랐던 고추 부각이 식상해지거나, 매운맛이 강하면 간장 약간과 조청을 넣어 졸인다. 졸임으로써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Tip:식재료에 옷을 입혀 말려서 튀기면 ‘부각’이 되고, 옷을 입히지 않고 말린 식재료를 튀기면 ‘튀각’이 된다. 부각용 재료는 로컬푸드 매장에 가면 구할 수 있다. 팬을 달구어 기름을 넉넉하게 두른다. 재료를 살짝살짝 뒤적여가며 빨리 볶아낸다. 볶은 재료에 맛소금과 깨소금을 뿌린다.(소금 양은 식성에 따라 가감한다. 설탕을 살짝 뿌려도 된다)

노정희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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